VSFORCE 아트 개인전 -수련일기 修鍊日記-

아트비 프로젝트 with 그림집   2022.5.26 ~ 6.2

아이키도 지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병호씨의 아트 개인전이 서울 종로 삼청로 82번지에서 5월 26일에서 6월 2일까지 열린다. 아래는 작가의 작업노트에 올려진 글을 소개한다.

조화로움을 중시하는 철학의 정통 무도인
‘아이키도’를 접하면서 인간을 면밀히 관찰하게 되었고
타인을 이해하며 자신을 들여다보는 법을 배운다.

 나는 두 가지의 수련을 하고 있다. 하나는 먹 드로잉이고 또 하나는 무도 수련이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먹 드로잉은 생과 사가 본질인 무도정신과 매우 닮아 있다. 일필휘지의 먹 드로잉과 일도양단의 무도 수련. 둘 다 머뭇거리면 좋은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 순간 집중의 감각과 추상적인 움직임으로 심상을 표현하려는 연습이다. 매번 반복하는 동작이지만 매번 다른 의미라는 것을 깨닫고자 하는 공부다. 마음은 고요하게, 행동은 진중하게. 일상에서 나에게 주어지는 유일하고 중요한 명상의 시간. 이 두 수련은 자타를 이해하기 위한 끝을 알 수 없는 연구법이다.

작업은 매번 불현듯 시작된다. 필요한 건 종이와 먹, 붓이 전부. 머릿속에 맴도는 심상이 행여나 없어질까 준비가 되자마자 먹을 찍어 획을 긋는다. 흠뻑 묻혀 댄 먹은 이리저리 튀고 흐르고 번져 알아서 뭔가를 만들어낸다. 지나간 획은 그걸로 끝이다. 만약 다시 그리거나 수정하면 욕심부린 것이 그대로 드러난다. 단번의 기회인지라 그림을 완성시키는 시간은 짧게는 수초에서 길어 야 5분을 넘어서지 않는다. 그리해야 먹의 흐름을 살려 내 의도를 심을 수 있고 자연스러운 운명의 조각이 맞춰진다. 마치 행위예술이라도 하듯 전신이 화폭에 집중되어 작업이 이루어진다. 이 과정은 무도 수련의 움직임에서부터 영감을 얻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조화와 균형이라는 거대한 과제가 생겼고,
작업에도 변화가 시작되었다.

조화로움을 중시하는 철학의 정통 무도인 ‘아이키도’를 접하면서 인간을 면밀히 관찰하게 되었고 타인을 이해하며 자신을 들여다보는 법을 배운다. 이를 통해 일반적인 무도 수련에서 요구하는 강인함과 무적이라는 개념 이외에 조화와 균형이라는 거대한 과제가 생겼고, 작업에도 변화가 시작되었다. 수련으로 얻고 있는 조화와 균형의 심상은 무엇보다 탄탄하고 무겁지만 유연한 어떤 것이다. 추상적이고 감각적인 것으로부터의 경이로움. 그런 느낌을 먹 드로잉으로 옮기는 것이다.

무도를 통해 작업에 질문을 던지고 드로잉을 반복하면서 생각하는 시간을 만든다. 내가 그려내는 것들이 무엇인지는 설명하기 참 애매하다. 현실인지 꿈인지, 풍경인지 사물인지, 나도 잘 모른다. 확실한 건 내가 무도 수련을 통해 느낀 어떤 능동적이고 거대한 에너지를 화폭에 옮기려고 한다는 점이다. 작업은 나의 조그마한 깨달음을 잊지 않기 위해 적는 일기장의 역할과도 같다. 그 깨달음의 조각들을 꾸준히 채우는 것이 내가 계속해서 해야 할 일이다.

갤러리 위치: 아트비 프로젝트. 서울 종로구 삼청로 82 3층
전화문의 : 0507-1358-3076, 작가 이메일: victimspirit@naver.com
입장료는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