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기도에 대한 대한합기도회의 입장

국제합기도연맹(國際合氣道連盟)
대한합기도회(大韓合氣道會)

대한합기도회는 합기도 국제기구인 ‘국제합기도연맹(國際合氣道聯盟, International Aikido Federation, IAF, 회장 植芝守央<우에시바 모리테루>)’의 대한민국 공인 지부입니다. 국제합기도연맹은 국제세계경기위원회(International World Games Association, IWGA), 스포츠어코드(SportAccord, 현 GAISF), AIMS(the Alliance of Independent recognized Members of Sport / IOC 인증 단체)의 정회원으로서, 합기도 종목으로는 유일하게 여타 국제 체육행정기구와 독자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조직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대한합기도회는 국제합기도연맹과 교섭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단체일 뿐 아니라, 국제합기도연맹의 위임을 받아 합기도 명칭으로 우리나라 행정기구와 협상할 수 있는 독점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합기도가 너무나 잘못 알려졌습니다. 합기도가 아닌 무도에 합기도라는 이름을 붙인 무자격 단체가 난립해 수십 년 동안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저희 대한합기도회는 합기도가 잘못 알려진 것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결사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무자격 합기도 단체가 생기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습니다. 법인을 설립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자격 없는 단체가 대한체육회와 같은 정부기관에 가입해 合氣道 종목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合氣道의 정통성과 역사를 훼손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나라가 자칫 국제 체육계에서 망신을 당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이런 사태를 좌시할 수 없었습니다. 이에 국제합기도연맹의 공인지부로서 대한합기도회의 입장을 밝힙니다.

1. 합기도는 일본에서 만든 현대 무도입니다.

합기도는 1942년 일본에서 우에시바 모리헤이(植芝盛平, 1883∼1969)가 창시했습니다. 일본에서는 合氣道를 あいきどう로 쓰고 발음합니다. 따라서 국제적으로는 종주국 언어의 발음을 따라 合氣道의 영문 표기를 Aikido로 통일하고 있습니다.

이 合氣道를 우리말 발음대로 쓰면 ‘합기도’입니다. 그리고 ‘あいきどう’와 ‘Aikido’는 한글로 ‘아이키도’입니다. 결국 ‘合氣道, あいきどう, Aikido, 합기도, 아이키도’ 모두 우에시바 모리헤이가 창시한 무도를 지칭합니다.

하나의 이름 아래 기원과 역사가 다른 두 개의 무도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한쪽은 합기도라는 이름을 도용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2. Hapkido합기도의 영문 표기일 뿐입니다.

그들은 아이키도와 합기도는 다르다고 합니다. 한자어는 合氣道로 같지만 아이키도(Aikido)는 일본 무도이고, 합기도(Hapkido)는 한국 무도라는 논리입니다. 그래서 합기도의 종주국은 대한민국이라고 합니다. 철저한 궤변입니다.

무자격 단체의 논리대로라면 한자 문화권에서는 하나의 한자어 이름을 가지고도 같은 권역에서 사용하는 언어의 숫자만큼 서로 다른 무도가 존재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跆拳道(태권도)의 일본어 발음 ‘たいけんどう(타이켄도)’나 ‘テコンド(테콘도)’를 따라 ‘Taikendo’, ‘Tekondo’라고 표기하는 무도가 등장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기원과 역사, 기술이 우리가 아는 跆拳道(태권도)와 다릅니다. 그런데 일본에서 “한자어는 같아도 발음이 다르니까 Taikendo, Tekondo도 跆拳道로 인정해야 한다.”고 하면 용인할 수 있을까요. 나아가 이렇게 주장하는 단체가 일본에서 跆拳道를 대표하는 단체가 된다면 또 어떻게 되겠습니까. 跆拳道의 가치를 훼손하고, 체육계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일이므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것입니다. 그들의 논리에는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합기도는 우에시바 모리헤이가 창시한 合氣道를 한글로 쓴 것이고, Hapkido는 한글 발음을 영문으로 표기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국내의 수많은 무자격 합기도 단체가 한글 발음만 떼어내 마치 합기도는 일본 것과 한국 것이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지탄받아 마땅한 문화 침탈이자 역사 왜곡입니다.

태권도가 하나인 것처럼 합기도도 하나입니다.

이미 알고 있듯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대표성과 지도력 요건 등을 이유로 사단법인설립허가신청을 반려하면서 행정소송이 시작되고 문체부가 패소하면서 그것을 이유로 대한체육회 회원으로 받아 들였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보다 넓은 시각에서 바라봐야만 합니다. 이번 소송은 단순히 합기도라는 이름을 가진 무도 단체끼리 벌이는 이권 다툼이 아니라 국내외 체육 행정의 질서로 귀결되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대한체육회는 회원종목단체 규정 제2조 제2항에서 “회원종목단체는 해당 종목을 소관하는 국제경기연맹 등 국제체육기구에 대하여 독점적 교섭권을 갖는 해당 종목의 유일한 단체로서 대한민국을 대표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무자격 합기도 단체들이 대한체육회나 문체부에 정회원 종목이 된다 하더라도 국제 체육행정기구(IWGA, GAISF(SportAccord), AIMS 등)에서 인정하는 합기도를 하는 곳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교섭권도 없습니다. 결국 무자격 단체는 아무리 단체가 크고 지도력이 훌륭해도 국제 체육계에서 외면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체육행정 당국이 무자격 단체를 우리나라의 합기도 종목 대표로 선정하는 것은 대한체육회 규정을 위반하는 것을 넘어 국제적인 망신이 될 것입니다. 또한 다른 나라의 신체 문화를 침탈하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2011년 중국이 조선족 자치구의 전통문화 아리랑, 가야금, 판소리, 회혼례(결혼 60주년 기념 전통 혼례), 씨름 등을 중국의 무형 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아리랑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했을 때 우리 국민은 분노했습니다. 아리랑을 자기네 문화라고 주장하는 중국의 태도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종주국을 한국이라고 하는 합기도가 중국이 했던 것과 같은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이 일본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편한 감정을 앞세워 판단할 일이 아닙니다. 또한 합기도는 본래 일본 무도라고 말하는 것이 친일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진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부디 합기도의 기원과 역사가 더 이상 훼손되지 않고, 체육 행정의 질서가 바로잡힐 수 있도록 여러분의 현명한 판단을 거듭 당부드리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대한합기도회 대표 윤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