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차 보호자 동승 의무화’와 고령화사회를 한국 무술계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14233448113148
<사진출처:케이에스피뉴스>

 

2017129일 보호자동승 의무화 규정 전면 시행

지난 2015년 1월 29일부터 시행되었던 ‘보호자동승 의무화’ 규정이 2년간의 유예기간을 끝내고 2017년 1월 29일부터 모든 어린이 통학버스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2013년 충북 청주에서 세 살배기 어린이 세림이가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나자 2015년 피해 어린이의 이름을 딴 일명 ‘세림이법’이 시행됐고, 정부는 학원가 등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영세규모(15인승 이하) 학원/체육시설 차량에게 2년간의 유예기간을 줬는데 유예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앞으로 어린이 통학버스를 운영할 경우, 동승보호자를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고 이를 어길 경우 2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만약 보호자의 부주의로 어린이가 숨지거나 크게 다치면, 해당 기관은 폐원이나 1년 이내 운영 정지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어린이보호차량에 동승하는 보호자는 어린이들이 차량에서 승/하차 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고, 해당 차량의 교통법규 준수 여부를 감독하고, 차량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등 ‘안전’에 관한 전체적인 관리감독/감시를 담당하는데 보호자를 의무적으로 탑승 시킬 경우, 부주의로 발생하는 어린이 교통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어 보호자 동승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것이 해당 법의 취지다.

 

이에 대해 시행 당사자인 학원가와 체육시설, 그 중에서도 다수를 차지하는 태권도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혼자 차를 타고 내릴 수 있는 초등학생까지 보호자 의무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과도한 규제이며 보호자를 고용하는 인건비 부담 때문에 대한민국의 영세학원, 태권도장들은 죄다 문을 닫아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결국 한국학원총연합회와 태권도계는 전면 시행을 4일 앞둔 1월 25일 화요일 15:00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도로교통법 ‘동승자 탑승 의무화’ 시행에 따른 기자간담회를 가지고 법률 개정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25인승 미만 승합차량은 운전자가 차량을 멈춘 상태로 승하차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법규를 변경하고 차량 안전검사와 승하차 안전 교육을 엄격하게 실시하는 것으로 법을 대처하자는 입장이다.

 

대한민국 무술계의 고질적인 병폐가 드러난 사건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 무술계, 특히 국기 태권도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드러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2015년 기준으로 세계태권도연맹 가맹국은 206개국이고 전 세계 태권도 수련인구는 약 80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5개 대회 동안 연속해서 정식종목으로 시행되어 오고 있는 점이 태권도가 이토록 전 세계적으로 대중화된 무도가 된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태권도의 종주국인 대한민국에서 태권도는 어린이들이나 하는 여가활동 이상의 무술이 아닐 뿐더러 체육특기자를 제외하고서 성인이 되어서도 태권도를 수련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에 따라 전국에 있는 수만 개 태권도장의 관장들도 단순히 태권도뿐만 아니라 방과 후 교실로서 도장을 운영하며 태권도뿐만 아니라 다양한 취미, 특기 활동을 가르치고 있다. 이는 태권도뿐만 아니라 합기도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결국 이들 도장들은 무도의 기본 목적인 심신수양과 자기극복, 후진양성보다는 도장운영과 생계유지를 위한 영리활동에 초점을 맞춰 손쉽게 영업이 가능한 어린이들을 주 대상으로 하여 오랫동안 운영되어 왔고 그렇게 수십년간 고질화된 병폐가 이번 학원차 보호자 동승 의무화로 터져버린 것이다.


이미 고령화된 대한민국 사회에 발맞춰 무술계도 변화해야

사실 이번 사건으로 곪은 상처가 좀 더 일찍 터졌을 뿐, 대한민국 무술계는 서서히 죽어가는 불치병에 걸린 운명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삼식 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장 주도로 진행된 ‘인구 및 출산 동향과 대응 방향’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3762만7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국내 생산가능 인구(15~64세)는 올해부터 감소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고령화 문제는 더 심각해져서 통계청의 2016년 인구추계에 의하면 국내 노인인구는 2017년 707만6000명에서 2058년 1854만9000명으로 증가하고 총인구 중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율 또한 13.8%에서 2065년 42.5%로 높아진다고 한다. 이에 비해 출산율은 점점 더 떨어지고 있어 2015년의 출산율은 1.24에 그치며 출생아는 438,420명밖에 되지 않는다.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아동인구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도 아무런 대책 없이 아동계층에만 초점을 맞춰 운영되고 있는 태권도장, 한국 합기도장은 점점 몰락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이젠 정말 바뀌지 않으면 다 죽는 시대가 오고 있다 할 수 있다.

 

중장년과 노인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정통합기도가 해답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기존 태권도와 한국 합기도가 성인들이나 노인들이 하기엔 부적합한 운동이라는 것이다. 스포츠화되어서 격렬한 대련과 따라 하기 어려운 발차기, 격파술 시범을 위주로 진행되는 태권도와 전 세계 온갖 무술을 죄다 버무린 한국 합기도는 중장년과 노인들이 배우고 익히기에 적합하지 않다.

만유애호의 정신으로 고도의 과학적이고 부드러운 기술을 가지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정통합기도야말로 고령화 사회에 가장 적합한 무술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에서도 합기도(Aikido)는 사회 전반에서 안전하고 유익한 무술로 권장되며 사랑받고 있다. 일반도장뿐 아니라 초, 중,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동아리가 활성화되어 있고, 각 지방의 문화센터와 체육회관 등에도 강좌가 개설되어 있다. 그야말로 합기도는 생활 속 무도로서 일본 사회 내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수많은 수련생들을 배출해 오고 있다.

현장에서 수련하고 있는 이들을 보면 대여섯 살 어린아이부터 백발의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는 규모의 차이일 뿐이지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도 공통적인 현상으로 아이키도 수련인구는 태권도만큼은 아니지만 전 세계에 걸쳐 몇백만 명에 달하고 있다. 유독 한국에서만 유사품인 한국 합기도와의 혼동으로 널리 알려지지 못했을 뿐이다.

이번 사태로 누란의 위기에 처한 한국 무술계가 정치권의 도움을 받아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하기 바라면서 더 나아가 일본 합기도의 사례를 면밀히 조사하고 검토하여 대한민국 무술계의 미래를 밝히기를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앞으로 다가올 고령화 사회에 한국 무술계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