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와라 선생, 가토리 신토류 강습회 참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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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어느 토요일.

가토리 검술 수련을 마치고 집에 도착할 때 쯤 한 통의 문자가 날아들었다.

“시연아~ 내일 시간되면 검술 연습 하지 않을래?”

희야 언니였다.

주 중에 1시간 15분씩 이틀, 토요일에 2시간의 공식 가토리 검술 수련 시간이 있었고

스가와라 선생의 강습회를 앞두고는 아이키도 수련만 하는 월, 수, 금에도

수련이 끝난 후 30분 정도 추가로 검술 수련을 하고 있었지만

좀 더 수련을 하고 싶은 언니의 목마름 느껴져 선뜻 그러겠노라 했다.

 

지난 8월 승단 심사 준비를 할 때,

심사일을 한 달 앞두고는 거의 매일 형훈오빠와 심사기술을 연습하던 어느 날이었다.

“아~ 나도 이 참에 우케 연습이나 실컷 하면서 체력 좀 올려야겠다.”

무심한 듯 내뱉은 오빠의 그 한마디에

우케를 부탁하면서 내 마음 한 켠에 자리 잡았던 미안함을 떨쳐내고 맘껏 연습을 할 수 있었기에

그때부터 나 역시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하면 상대가 미안함을 느끼지 않아도 되게끔

기꺼이 응하자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나 또한 상대와 같이 연습하며 내 실력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기에

내 시간을 쪼개어 상대를 도와주는 게 아닌, 동등한 입장에서 같이 연습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그렇게 일요일 특별 검술수련 시간이 만들어졌다.

(한편으론 나를 연습 상대로 삼아 준 희야 언니에게 고마운 마음도 있었다.^^)

 

천천히, 상대의 공격이 제대로 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후 다음 동작을 하는 방식으로

검, 보, 나기나타, 고쿄까지 한 번 훑고, 잘 안 되는 부분만 떼어 반복.

어느 정도 숙달이 되었다 싶을 때 마지막으로 속도를 올려 검, 보, 나기나타, 고쿄를 한 번 더 훑고 나면

어떤 날은 2시간이 훌쩍 지나 있는 날도 있었다.

 

그렇게 차곡차곡 준비하며 10월 15일 강습회를 기다렸다.

지난해에는 애기가 너무 어려 신랑만 참가하고 난 참가하지 못했었기에

강습회 분위기나 전국 각 지부의 실력이 어떤 지 사뭇 궁금하고 기대가 되었다.

 

아침 6시 30분에 출발하여 행사장인 춘천 오월당에는 오후 2시가 되어서야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미리 도착한 회원들이 서로 무기를 맞대고 몸을 풀고 있었다.

 

3년 만에 뵌 스가와라 선생은 지난번에 뵀을 때보다 오히려 더 건강해지신 듯 한 모습이셨다.

백발 중간에 설핏 보이는 검은색 머리카락과

1년에 전 세계 10개국 강습회에 다니신다는 얘기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77세라는 나이가 무색해보였다.

건강해지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이지 운동을 하면서 건강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당신의 말씀을 직접 보여주시기라도 하듯 정정하신 선생의 모습.

대부분의 사람이 남에게는 엄하고 자신에게는 관대하기 마련이건만,

스가와라 선생은 이와는 정반대로 철저한 자기 관리와 자기 통제를 통해

무도인으로서 갖춰야할 마음가짐을 제자들에게 몸소 보여주시는 듯 했다.

존경심이 일었다.

 

간단히 몸을 풀고

“오모테 노 타치부터 시작하십시오.”라는 말과 함께 드디어 검술 강습회가 시작되었다.

 

제주 지부 회원들과는 일주일에 3일 이상 항상 검을 맞대왔지만

타 지부 회원들과는 처음 해보는 검술이기에 최대한 많은 분들과 같이 해보는 것을 목표로 삼고 간만큼

호흡을 조절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정말 한 시도 쉬지 않고 돌아다니며 부탁을 한 것 같다.

(부탁에 응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

특히!! 우리 신랑 송경창 지도원과도 같이 할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다.

평소에는 애기 보느라 서로 번갈아가며 수련을 하기에 같이 운동을 할 기회가 거의 없고

어쩌다 검을 맞댄다 해도 실력 차가 너무 많이 나기에 일방적으로 당하기 일쑤였는데

그래도 강습회라고 내 실력에 맞춰 조절해 상대해주니 더 신이 났던 것 같다.

 

그렇게 첫날 수련이 끝날 무렵,

나기나타를 하던 중 갑자기 손가락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손에 쥐가 난 것이다.

운동을 하다가 가끔 발에 쥐가 나보긴 했지만 손에 나는 건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손이 아예 안 움직이는 건 아니라서 참고 마지막까지 끝내긴 했지만

검을 쥐는 손에 힘이 제대로 안 들어가니 아무래도 실수가 많아졌고

이 상태로 더 하다가는 나 뿐 만이 아닌 상대까지 다치게 할 것 같아 뒤로 빠져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몸에 긴장을 놓는 순간 엄지발가락에서 찌릿-하는 통증이 느껴졌다.

내려다보니 엄지발가락 밑 부분에 크게 물집이 잡혀있었고 그게 찢어져 속살이 다 보이는 상태였다.

모를 때는 그 상태로도 잘 했는데 사람의 마음이란 게 참 간사한 게

찢어져 상처가 난 것을 보니 갑자기 발을 땅에 딛는 게 너무 아팠다. ^^;

예방 차 발가락에 미리 테이핑을 했다는 희야 언니의 선견지명에 감탄하며

내년엔 나도 미리 테이핑 하리라 다짐을 하며 첫날 수련을 큰 부상 없이 마쳤다.

 

이제 첫 날 일정 중 남은 건 즐거운 캠프퐈이어~!!

맛있는 닭다리와 삼겹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련 후 회원들과 같이 마시는 맥주 한 잔에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이었다.

이번에는 기필코 봉인시키리라 마음먹었다. 주량 조절에 실패한 날이면 나오는 또 다른 나를!

준비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그렇게 또 다른 나는 조용히 봉인되는 듯 했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송경창” 이라고 부르는 윤대현 선생님의 목소리에 내 가슴이 두근거렸다.

‘설마…결과 발표??’

작년까지는 일요일 오전 수련까지 마친 후 제일 마지막에 결과 발표를 했다는데

올해는 그 발표가 일찍 이뤄진 것이다. (물론 다음날에도 추가 발표가 있었다.)

그렇게 제주 지부에서는 송경창 지도원이 교시멘쿄를, 홍희 지도원이 모쿠로쿠를 허락 받았다.

그렇게 서로를 축하해주며 술잔이 오고 갈 무렵,

스가와라 선생이 계신 테이블로 자연스럽게 모이게 되었고

인사를 드리다 나와 눈이 마주친 스가와라 선생께서 깜짝 선물을 주셨다.

나에게 모쿠로쿠를 허락하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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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을 바라보고 모쿠로쿠를 준비해왔고 올해는 추천을 받지 못한 상태여서 일말의 기대조차 없었는데

무려 스가와라 선생께서 모쿠로쿠를 주신다니 개인적으로 이런 영광이 또 어디 있으랴!!

정말 이렇게 받아도 될지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순간

주위에서 축하인사를 먼저 해주신 덕분에(?) 그렇게 얼떨결에 모쿠로쿠를 받게 되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식상한 표현이지만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고 주신 선물로 알고

모쿠로쿠를 허락해주신 선생께 누가되지 않도록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옆에 있던 희야 언니가 매주 일요일에도 도장 나오느라 고생이 많았는데

좋은 결과가 생겨 잘됐다며 껴안는 바람에 순간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축하주가 한 잔, 두 잔, 세 잔 늘어가며…그렇게 봉인되었던 또 다른 내가 깨어났다.

(그 날 본의 아니게 또 다른 저에게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들에게 이 글을 빌려 사과의 말을 전합니다.)

결국 나는 숙소에 가둬졌고 그렇게 첫 날이 저물었다.

 

이튿날 새벽 6시.

이 날 첫 수련은 태극권이었다.

강하고 빠르기만 한 수련은 몸에 무리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조용하고 부드러운 수련으로 완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스가와라 선생은

태극권을 직접 우리에게 보여주셨다.

보기만 했을 땐 약간 무료해 보였지만

공기 좋고 조용한 산 속에서 새벽공기를 마시면서 직접 해보니 마음이 진정되면서 차분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새벽 수련이 끝나고 아침식사를 마친 후 마지막 검술 수련에 참가했다.

전날 다친 발가락과 아직 남아있는 숙취로 인해 전날 만큼 맘껏 하지는 못했지만

컨디션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마지막 남은 수련도 즐겁게 마무리 하였다.

 

모두 모여 단체 사진을 찍는 것으로 1박 2일의 모든 행사가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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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토리 신토류 강습회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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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부 단체사진>

 

행사가 종료된 후에도 스가와라 선생을 붙들고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물어보는 문영찬 지부장과 송경창 지도원의 모습에서

검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느껴졌다. (언젠가 우리에게도 알려주시겠지~^^)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꾸밈없는 소통!

힘든 것을 참고 수련을 마쳤을 때의 쾌감!

훌륭한 선생에게 배우고 있다는 자부심!

강습회에 참가하면서 느끼는 이런 감정들은

내가 아이키도를, 그리고 가토리를 꾸준히 수련할 수 있게 하는 동기가 되어 준다.

 

오는 11월 26~27일에 있을 야마시마 선생 강습회가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