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단 승단 후기 - 신촌도장 김정윤
<그런데, 잔심이 뭐에요?>
지난 2024년 5월, 1급 승급심사 직후 합격자 명단을 발표를 할 때 내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이럴 수가… 정말로 승급심사에서 떨어지다니…(털썩..)’, 나라를 잃은 게 바로 이런 기분이구나 싶었다. 윤대현 선생님은 이런 결정에 미안한 기색을 비추시며 “정윤씨는 형은 잘 숙지하고 있는데 기세와 잔심이 부족해요. 그것만 보충하면 좋겠어요.”라고 친절하게 보완해야 할 점을 알려 주셨다.
“잔심… 잔심이 뭐지? 또 기세는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걸까?”
갑자기 길을 잃은 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사실 신촌도장의 유단자 선배들께서 “자세를 낮춰라,” “형을 마치고 잔심을 표현해라”, “몸에 힘이 하나도 없으니 중심의 힘을 길러라” 귀가 닳도록 말씀해 주셨지만, 그 때까지 나는 형을 완성하는 데만 급급했던 것 같다. 왜 잔심과 기세가 중요한지 그 이유를 마음 깊이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오히려 잔심 표현은 연극적이고 불필요한 요소가 아닐까 몰래 생각하기도 했다.
승급심사에서 탈락한 후, 지금까지의 수련법에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당분간 형을 연습하는 것을 멈추었다. 대신 기세를 갖추기 위해 몸을 만드는 훈련에 돌입했다. 필라테스를 하며 코어 근육의 힘을 길렀고, 평소 도장에서 수련을 할 때도 계속 자세를 낮추고 나의 중심을 느껴보려고 애썼다.
잔심을 익히기 위한 노력도 이어갔지만 이건 쉽게 문제가 풀리지 않았다. 나에게 잔심이란 ‘기술을 마치고 상대방을 계속 바라보며 공격 자세를 취하는 것’ 정도였다. ‘내가 제대로 잔심을 표현하고 있는 게 맞을까?’ 늘 확신이 없었고, 내 동작은 한없이 어색하기만 했다. 답이 보이지 않는 나날이 계속 되던 중, 우케를 맡아 주신 송원영 선배의 말 한마디에 갑자기 머릿속 전구가 ‘팟’ 하고 켜지는 느낌이 들었다.
“정윤씨… 잔심은 연결이에요.”
‘앗! 잔심이란 상대방과 계속해서 연결되고자 하는 열망 같은 건가보다!’ 상대의 작은 움직임에도 섬세하게 반응하며 하나의 유기체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바로 잔심의 역할이 아닐까 싶었다. 그 순간 우치다 타츠루 선생님 책 속의 아래 문장이 떠올랐다.
‘무도적 만남도 이상적으로는 박수와 같습니다. 나와 상대가 적대적으로 대치하는 게 아닙니다. 만남이 일차적으로 발생합니다. 이 만남의 주인공은 나도 아니고 상대도 아닙니다. ‘만남’ 그 자체인 것이지요. 나와 상대는 하나의 신체를 이뤄 어떠한 동작을 달성합니다. 이 사태를 머리 둘, 몸뚱이 둘, 팔 넷, 다리 넷인 키마이라적 생물이 ‘하나’있다는 식으로 생각합니다.
우치타 타츠루, <배움은 어리석을수록 좋다>
그날 이후 나는 우케와 지속적으로 연결되고자 하는 열망을 품고 모든 승단 기술을 연습했다. 그러자 늘 고개를 갸우뚱 하시던 선생님과 선배들이 ‘오 정윤, 많이 늘었는데!’ 칭찬해 주시기 시작했다. 작은 마음의 변화였는데, 그것이 나의 눈빛과 모든 움직임에 반영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덕분에 감사하게도 지난 11월 승단심사를 무사히 치룰 수 있었고, ‘저 예쁜 까만 치마를 입고 싶다’는 소원을 드디어 이루게 됐다.
2021년 코로나가 한창이던 여름, 처음 신촌도장에 와서 오징어처럼 흐물거리던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신 윤대현, 신미애 선생님과 최규형, 정종혁 선배, 우케로 함께 땀 흘려 주신 김진해, 송상현, 정동한, 권오원, 타스쿠, 송원영 선배, 그리고 신촌도장 모든 선후배님들께 온 마음을 담아 감사드린다. 나의 장래 희망은 ‘아이키도 하는 할머니’가 되는 것! 이제 그 꿈을 향해 한 걸음을 뗀 것 같아 한결 마음이 가볍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