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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에 수련여행 후기 - 이묘우

  • 이묘우 기자
  • 입력 2026.05.0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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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은 20여 년 전, 유럽의 문학사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할 때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문학사 외에도, 과학사나 일반사를 파면 팔수록 역설적으로 이슬람 문명이 유럽사의 전사(前史)로서 핵심적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은, 세계사를 어느 정도 공부한 이라면 누구나 느끼리라 생각해오던 차에, 2010년 튀르키에에서 신촌본부도장으로 수련하러 온 아씀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16년 뒤, 아씀의 초청으로 내가 이스탄불에 가게 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아씀과 나는 만나자마자 말이 척척 통해서 그 짧은 영어로 늦은 밤까지 공책에 지도를 그려가며 대화를 나누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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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우리 숙소가 있던 쿠사다시 근방의 에페소스 유적지

 

이번 튀르키에 여행(2026.4.23.~5.3.)은 한마디로, 커다란 감동과 깨달음의 연속이었다. 우선, 손님을 대하는 튀르키에인들의 자세는 한국과 크게 달랐다. 한국도 외국인들 사이에선 정 많고 푸근한 문화라고 칭찬이 자자한 듯하지만, 식당이나 영업 인심 같은 수준이 아닌 '언아더 레벨'에 다소 충격을 받았다. 자신을 비우고 모든 것을 손님 중심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그들의 일관성은 유럽에서 느꼈던 차갑고 개인주의적인 감성이나 깍듯하고 질서 정연한 일본 문화에선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자기주장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이스탄불 올드 시티 투어 땐 완전군장 모드로 몇만 보씩 걷기도 했다. 서로의 건강과 피곤을 체크하고 배려하며(나와 신인득 지도원은 아씀과 니할을, 그들은 우리를) 투어와 수련을 완벽하게 수행해낸 이번 여행을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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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왼쪽부터 에라이, 신인득, 아씀, 이묘우, 에르바(호칭 생략)

 

무기술 수련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아씀의 요청으로 나기나타와 검술을 중심으로 진행된 이번 훈련에서 가장 큰 깨달음은 스스로 혼자 하는 수련의 힘이다. 성실한 도장 출석도 중요하지만 도장 프로그램에 자신을 맡기지만 말고 수부리 하나를 하더라도 정확한 자세와 기··체 일치를 향한 뚜렷한 지향점을 가지고 연습해야 한다는 것. 입문한 지 몇 년 안 된 사람(초보자)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10년 이상 된 사람들(고인물)에게 이러한 자발성은 반드시 연마해야 할 덕목이라고 느꼈다.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깨달았으니 실천하면 된다는 게 내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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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이스탄불 역사박물관에서 내가 좋아하는 하드리아누스황제상 옆에서

 

이번 여행은,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에서 광대한 영토와 역사를 가진 튀르키에 문화는 중국사처럼 한 번 빠지면 평생 헤어 나오지 못할 수렁이자 엄청난 매력덩어리라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특히 쿠사다시 호텔 테라스에서 새벽 2시까지 아씀, 신인득 지도원과 나눈 전쟁사, 무기술, 제철 방법 등에 관한 대화는 아야 소피아와 이스탄불 역사박물관의 트로이 문명 관람만큼이나 흥미진진했다.

 

<일리아스><오디세이>로 유명한 호메로스가 살았다는 스미나르의 작은 동굴과 이즈미르의 불타는 듯 아름다운 에게해의 노을, 책에서만 숱하게 보았던 에페소스(신약 성경의 에베소) 유적지, 왕복 16시간 이즈미르까지 오가며 자동차에서 넷이 웃고 떠들던 기억, 삼위일체설을 확립한 니케아 공의회가 열린 역사적인 도시 이즈믹의 아름다운 이즈닉 호수와 소박한 모스크, 매끼 너무나 맛있고 훌륭했지만 귀국 전날 아씀과 니할이 도장에서 직접 차려준 튀르키에 가정식은 특히나 잊을 수 없다. 통역을 위해 황금 같은 주말을 온전히 반납하고, 2시간 가량 직접 운전해 먼 길 와준 에르바의 친절함과 성실함도 감동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게 가능할 수 있도록 예나 지금이나 굳건한 나무처럼 둥지를 지키고 계신 윤대현선생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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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 귀국하는 날 아침, 마르마라해가 보이는 호텔 테라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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