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단을 준비하면서
안양 오승도장에서 수련하며 금번 초단 승단 심사를 준비하고 있는 이미연입니다.
아이키도가 저에게 무엇인가? 하며 돌아보니, 제 인생에 너무나 큰 변화를 가져다 주었구나, 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제가 쭈뼛거리며 안양 오승도장에 처음 발을 디딘 것은 2014년 5월이었습니다. 30대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무언가 즐겁게 몸을 움직일 운동을 찾고 있었고, 98년경에 잠시 아이키도를 했던 남편 (당시엔 데이트 중에 자꾸 손목을 꺾으며 이교.. 뭐라 해서 참 싫었던..)에게 아이키도는 뭐야? 라고 물었을 때 “음, 당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무술이지.” 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겼더랬습니다. 그때만 해도, 몸치에, 즐기는/잘하는 운동이 하나도 없고, 늘 책상에 앉아 환자 진료와 컴퓨터 작업 외에 활동이라곤 없는 제가 아이키도에 그렇게 빠질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거의 주 4-5회 도장에 나갔고, 퇴근하면 바로 도장으로 가서 도장 문을 닫을 때까지 서너 시간씩 도장에 있었습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고, 스트레스 받으면 늘 아프던 목의 통증도 좋아지고 점점 신이 나고 있었는데, 도장에 다닌 지 5개월 만에 아이가 생겼습니다. ^^;;
결혼 후 9년째 생기지 않아서 아이는 없나보다, 했었는데 정말 놀라운 일이었고, 덕분에 무슨 합기도냐?! 라며 제가 도장 가는 것에 반대하시던 엄마께서 아, 그건 정말 좋은 운동이구나.. 라고 생각하시며 지금도 제가 도장에 갈 수 있게 도와주시고 계십니다.
임신, 출산으로 쉴 수밖에 없었지만 아이가 9개월 무렵 도장에 다시 가기 시작했습니다. 직장 생활에, 육아를 하면서 도장에 갈 시간을 낸다는 것이 정말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평일에는 친정 엄마의, 주말에는 남편의 도움과 지지를 받으며 주 2-3회라도 꾸준히 수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련을 하면서 평상시 자세도 더 좋아지고, 육체적인 건강과 활력을 얻는 것은 물론이고, 함께하시는 분들과 웃고, 구르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신적인 피로도 함께 날려버린 덕분에 화내지 않는 육아, 더 활발한 직장 생활을 하며 즐겁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초단 승단 심사를 준비하면서,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더 잘 하고 싶다는 욕심에, 수련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 부을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에, 올 초 부상으로 수련을 하지 못하면서 조바심이 더욱 커졌습니다.
그렇게 어떻게 하면 ‘내’가 더 잘할까? 만 생각하던 어느 날, 문득 저의 승단 심사 준비를 정말 많은 분 들이 도와주시고 계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바쁘고 체력적으로 힘들 때에도 우케를 받아주시는 분들, 기술적으로 부족한 점으로 고민할 때 함께 고민해주시고 도와주시는 분들, 복습용 동영상 촬영을 부탁드렸더니 영화 감독처럼 찍어주시는 분 까지… 정말 감사한 마음과 함께, 역시 아이키도는 사랑의 무술이구나, 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기술적으로도, 그리고 아이키도를 하는 마음 가짐 면에서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던 승단 심사 준비 기간이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초단 승단을 허락받는다면 또 어떤 시각에서 아이키도를 바라볼 수 있을까 설레는 마음이 앞섭니다. 40대가 되어서도 꿈이 있고 설레는 마음이 있는 저는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
2019. 7.19
안양도장에서 이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