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것인가?

윤대현 父子, 훈련을 마치고 기념사진
윤대현 父子, 훈련을 마치고 기념사진

 

어떻게 살것인가?

‘아이키’라고 발음하는 일본어 단어는 3개가 있다.
하나는 애기愛氣, 합기合氣, 그리고 상기相氣다. 따라서 아이키도하면 愛氣道도 될 수있고 相氣道도 合氣道도 된다. 한국어 발음은 다르지만 일본어로 말할 때는 똑같다.

합기도 창시자는 “合氣道는 愛氣道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 상기相氣는 무엇일까?

相氣는 합기도에서 가장 피해야하는 기술적 단어이다.

고대의 무술은 살인을 전제로 하는 호전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전쟁이 없는 현대에 와서는 수양의 한 방편으로서 무도武道가 되었다. 그것을 기술적인 변화로 표현하는 것이 相氣→相氣의先→合氣이다.

相氣는 서로 부딪치는 힘을 말한다.

나는 격투기에서 합기도로 바뀌는 과정이 있었는데 단어로 표시하면 相氣에서 合氣로의 변화라 할 수 있다.
사실 전국시대의 무술들이 相氣의 대결이었다면 에도시대에 접어들면서 기토류起倒流라는 유파에서 合氣라는 단어가 처음 생기면서 相氣의先이라고 하는 기술적 표현이 나타났다.

‘相氣의先’은 상대의 의도를 꺽지 않고 흘려 보냄으로서 부딪침을 피한다는 뜻을 가진 기술적 단어다. 무도武道에서 하나의 기술적 개념이 정신적으로도 나타나는 단어라고도 할 수 있다.

옛부터 무사武士는 약자를 보호한다라는 정신세계가 있었다. 따라서 무술을 익힌 무사라면 일반인을 건들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부딪침을 먼저 피한다는 뜻인 相氣의先은 무도인武道人의 처세술로도 중요하다. 현대는 물리적인 싸움보다는 언어로써 정신적인 피로감을 느끼게 하는 싸움이 다반사다.

만약 직장 상사가 당신에게 일을 하지 않는다고 나무란다면, 야근까지 해가며 열심히 일한 당신은 갑질을 하듯 야속하게 말하는 상사에게 한마디 던질 것이다. “지금은 쉬고 있거든요!!”

지혜가 있는 상사라면 사과를 하겠지만 보통의 일반인은 그가 옳은 얘기를 하고 있다고 해도 대꾸하는 직원의 태도에 기분이 나빠서 “그렇게 일 안한 사람이 누가 있나!” 며 공격의 고삐를 더욱 조이게 된다. 기술적인 단어로 표현하면 상기相氣라 할 수 있다.

센드백을 치며 스트레스를 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마음이 상기相氣되어 있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단련된 무사라면 상사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정리했을 것이다.

相氣의先은 완성된 무사의 첫번째 행동 윤리라고 할 수 있다.

명상을 하다가 가끔 정신이상을 일으키는 사람을 볼때가 있는데 상기된 정신이 집착을 보이면서 나타나는 스트레스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없애려다 더 큰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이다.

무술 수련과 마음 수련은 다른 것이라고 할 수 있으나 무인武人이 하는 명상과 일반인이 하는 명상은 차이가 있다. 보통의 사람들은 집착을 버리려다 더욱 집착하게 되는 예는 많다.

다시 무사의 정신세계로 들어가 보자. 무사가 싸우는 이유는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나를 지키려고 무술을 배운다고 하는 사람은 무도인이 아니다.

무도武道는 어떻게 살것인가?를 생각한다.

죽을지도 모르는 싸움에 나설 일반인은 없다. 훈련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살기 위해 숨거나 도망가려 할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죽음을 무릎쓰고 전장에 나서는 무사는 결코 자신의 안위 때문에 싸우는 것이 아니다. 강한 훈련을 하는 군인軍人의 삶이 바로 그런 것이다.

다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무사의 마음이어야 한다. 따라서 다툼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상적인 모습들은 무사의 세상이 아니다.

옛부터 무사는 백성을 지키는 것이었다. 만약 자신의 안위를 위해 다수 대중의 안위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면 그는 무사가 아니다. 그런자가 지도자가 되어 대중들 위에 군림하고 있게 된다면 위험 천만한 일이 될 것이다.

相氣의先은 부딪침을 피하는 것이지만 더 좋은 결과인 합기合氣를 이루기 위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상대의 실수나 약점을 지적하는 것은 결국 약점을 가진 상대에게 또다른 약점을 보인 것이다.
나쁜 사람에게 만약 “너는 나쁜 놈이다”고 하면 그 나쁜 사람에게 나는 나쁜 놈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나도 나쁜 놈이 되는 것이다.

상대의 약점을 공격해서 반대급부로 나의 이익을 취하는 것은 무도인의 윤리가 될 수 없다.

활인검活人劍이라는 말도 그렇고 부딪침을 피한다는 相氣의先에서 더 발전된 合氣가 나온 것은 무술의 도약이라고 할 만 하다.

合氣는 좋은 기운을 말한다. 相氣와 상반된다. 합기도合氣道는 기술적으로 정신적으로 일치되어 나타난 무도다.

합기는 기술을 펼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기분이 좋아진다. 그것은 나를 위한 기술이 아니라 상대를 위한 기술이기도 하다.

스승은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친구를 많이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가르치는 사람이다.

내 주변에 문제가 있다면 개국을 해서 선진국을 만든 사카모토 료마처럼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
미야모도 무사시보다 사카모토 료마가 더 훌륭한 것도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바로 대중을 위하는 그의 정신에 있다.

무도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것이다. 일반 사람들은 신앙에서 이타적 사랑를 찾지만 무사는 무도를 통해서 배운다.

여기 아이키도合氣道가 있다.
마음이 어두우면無明 변하지 않는 지혜가 없고不動智 마음이 강팍하고 고집이 쎄면 번뇌煩惱가 일어난다.
기술적으로 번뇌는 相氣로 힘을 빼지 못하는 경직됨을 가르킨다.

무도武道는 어떻게 살것인가를 고민하고 합기도合氣道는 어떻게 힘을 뺄 것인가를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