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합기도 생활체육지도자자격증의 가치

80년대 태권도 경기지도자 자격증에 이어 합기도에도 사회체육지도자 자격증을  발행하였다. 4단 이상이면 대한체육회에서 지정하는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이수하고  간단한 시험을 통과하면 취득할 수 있었다. 태권도는 국기원이 교육을 주관하여   전국적으로 통합된 시스템 아래서 움직이기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합기도는 단체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다수 단체의 동의를 얻지 못한 기관이 자격증 발행을 하도록 하였고, 거기서 배제된 단체들의 끊임없는 민원으로 합기도의 자격증 발급은 초기 몇회만 이루어지고 중단하고 말았다.

앞서 일어난 상황이 최근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이라는 이름만 바뀌어서 다시 재현되고 있다. 주관 단체로 선정된 곳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집합금지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자격증을 발급을 위해 200여 명이 모여 교육을 실시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 시험을 응시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동 협회의 “사범자격증”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마저 졸속 교육과 비용을 지불하면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19년 말, 「체육시설의 설치ㆍ이용에 관한 법률(약칭: 체육시설법)」 개정으로 합기도장이 체육도장업으로 포함되었다. 즉 합기도장 역시 「국민체육진흥법」 제11조에 따른 체육지도자를 배치해야 한다. 이는 합기도장이 사회체육시설로써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최소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준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이를 악용해서 졸속 자격증을 발행하는 요식행위의 도구로 삼으려하는 몰지각한 행동에 대해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사범(師範, shihan)”은 일본의 주류 무술에서 전문가나 상급 강사의 존칭으로 쓰이는 일본어에서 그 어원을 찾는다. 즉 우리나라처럼 사회에 발을 내디딘지 얼마 되지 않은 저임금 계약직 초급지도자를 가리키는 의미가 아니다. 한국 무술계에서 사범은 이른바 봉고차를 몰면서 유·초등학생의 등하교를 돕고 도장 안팎의 허드렛일을 하는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 생각으로 졸속의 사범교육과 의미없는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을 양산하는 것이다. 그렇게 받은 자격증에서 어떤 자부심을 찾고 회원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자격을 빌미로 무도인 스스로 지적재산과 노동에 대한 존중을 포기하는 행위는 나날이 발전해가는 이 사회에서 홀로 퇴보하는 행위다.

IOC 산하, 국제합기도연맹 한국대표인 대한합기도회는 ‘사범자격증’을 발행하지 않는다. 국제연맹 관례에 따라 오랜 시간 수련으로 단위가 오르고 실력이 인정되었을 때, 스승과 대선배의 추천에 의해 財) 合氣會(합기회, AIKIKAI)의 심의를 거쳐 진정 존경받는 사범의 반열에 오를 뿐이다.  

실력은 합기도 기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꾸준히 제자를 양성해온 성과, 스승과 선배에 대한 인간적인 관계, 합기회에서의 기여도 등 다각도로 평가한다. 졸속 교육과 돈으로만 얻을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일본과 해외를 오가며 수련을 오래한 분들을 많이 만나봤지만, 사범의 예우를 받는 분은 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현재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합기도 ‘생활체육지도자자격증’ 발급에 관한 일련의 과정들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여러모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스스로 그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들은 서슴없이 중단해야 한다. 교육과 자격검증 과정은 공신력있는 전문가의 참여와 투명한 행정으로 바로잡지 않으면 결국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것이다.
80년대의 전철을 밟지 않기위해 의식있는 지도자들이 함께 나서주기를 바란다. 업계에 발을 내디딘 지도자를 꿈꾸는 후배들 역시 스스로 양질의 교육을 요구해야 하고, 자신의 노동 인권이 침해당하지 않는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