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도장에는 좋은 친구들이 많다.

파트너는 안전한가?
파트너는 안전한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매년 수 많은 범죄 사건이 일어나고 있지만 뉴스에 나오는 사건들을 제외하면 해결도 되지 못한 수많은 사건들이 묻혀지고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다.
범죄는 여러 유형으로 나타난다. 만약 깡패가 깡패처럼 하고 있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폭력에 휘말릴 이유는 없다. 사기꾼이 사기꾼처럼 하고 있다면 그런 사람에게 사기를 당할 일은 없다.

눈만 보아도 그가 성범죄자인 것을 알 수 있다면 성범죄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다.

위험한 자들이 위험한 표시를 내고 있다면 반대로 안전해 지는 것이다. 그러나 천사의 모습을 가장한 사탄처럼 대다수 범죄자들은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일부 몰지각한 성직자들에 의해서 행해지는 성폭력은 더 더욱 예측하기도 어렵다.

표리가 다른 이중적 인격 소유자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그 상처가 유달리 커서 다시 정상적인 삶을 찾는 데까지 소요되는 부담이 너무 크거나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위험은 요란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놀라우리만치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우리는 잠재적 가해자를 미리 발견하고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까?
그것은 위험을 분별해서 경계하고 피하는 동물의 예리함처럼 문제를 감지하는 본능과 관찰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무엇을 주의 깊게 보아야 할지 잘 모른다.
범죄를 다루는 형사들은 사람의 표정과 행동만 보고도 그가 용의자인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그런 것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알았다고 해도 그냥 지나치기 일 쑤다.

조심하는 그런 행동들이 오히려 속좁고, 예의없이 보이고, 괜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까 걱정을 한다.
우리는 뉴스를 통해 듣는 범죄에 대해서 나와 상관없는 일로 생각하고 무감각하게 바라본다. 그런 위험이 나에게도 나타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종종 TV 화면을 통해서 피해자들이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 날지 상상도 못했다!”는 말을 듣곤 한다.

나만은 예외라고 생각하다가는 뉴스에 등장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전문가를 찾아가서 물어볼 수도 없다.

나의 안전은 다른 누군가가 지켜주는 것이 아니다.
경찰에 의지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신이 나타나서 기적적으로 나를 지켜주지 않는 한 안전은 우리들 각자의 몫이다. 그래서 경계를 늦추면 안된다.
옛 무사들은 잠자리에 들어서도 경계를 하였다고 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안전에 대해 자신이 주도적으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도장(道場)의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다.

도장은 관찰하는 능력과 함께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는 곳이다. 사람은 경험을 통해서 배운다.
도장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모이고 다양한 성격이 부딪히는 곳이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사람도 있을 수 있고, 타인은 배려하지 않고 자기 주장만 앞세우는 사람도 있다.
도장 역시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다 보니 좋은 사람만큼, 상대하기 불편한 사람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그것은 지도자라 해도 마찬가지다.
자격 미달의 성직자가 있듯이, 지도자도 인격과 성격, 도덕과 윤리에 따라 위험한 인물이 나타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위험을 감지하고 분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도장은 무엇을 믿고 의지하는 곳이 아니다.
행동으로 가르치고 행동으로 배우는 곳이다.
파트너의 눈을 보는 것은 마음을 꿰뚫어 보고 다음 어떤 행동이 나올 것인지 의도를 파악하는 혜안을 키우는 과정이다.

상대의 완력이나 호전적인 행동에 대해서 자신을 좀 더 안전하게 지키는 방법을 익힌다.
상대의 성정(性情)을 관찰함으로써 그것을 대비하게 만든다.
의도는 행동에서 나타난다. 그것을 미리 감지하고 경계하며 대처한다.

도장은 가르치는 자나 배우는 자 모두 겸손해 질 수 있게 만드는 곳이다.
도장은 숨어 있는 모든 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곳이다.
그래서 도장은 매우 순수할 수 밖에 없다.

상대가 어떤 사람이고 무슨 행동을 할 건지 미리 알 수 있다면 절대 위험하지 않다.

경험을 통해서 얻은 하나의 깨달음이 있다면 그것은 오래된 친구가 가장 좋은 친구라는 사실이다.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직업의 귀천이나 배움의 차이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성격이나 취향이 자신과 맞는지 안 맞는지를 따지는 것은 스스로를 작게 만든다. 오히려 전혀 다른 특징이나 차이를 가지고 있는 친구가 많은 것은 자신을 크게 만들고 삶을 풍요롭게 한다.

도장은 단순히 운동만 하는 곳이 아니다.
사람은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그 믿음이란 그가 어떤 행동을 할지 파악이 가능할 때 신뢰하게 된다. 그래서 도장에는 좋은 친구들이 많다.

 

[윤대현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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