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실전에 대한 시각차이(무예 18반)

실전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적어본다.

K-1 이나 UFC 같은 경기를 보고 실전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까지 입식 타격에서는 무에타이, 그레플링에서는 주짓수라는 공식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옛날 칼싸움 하던 시절에는 실전의 개념이 전혀 다른 양상을 띤다. 실제 실력자라고 하는 옛 무사들의 모습은 경기장에 올라오는 강인한 격투기 선수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옛 무사들은 『무예 18반』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왔는데 ‘무예 18반’에 통달했다고 말하는 것은 18가지 병장기를 다루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무예에 통달했거나 뛰어난 사람을 말한다. 지금에 와서 MMA (Mixed Martial Arts)라고 하는 종합격투기를 상상해 볼 수 있지만 UFC 처럼 정해진 룰과 경기장 안에서 보여지는 종류의 격투기는 아니다.

올림픽이 출현하면서 인류는 정해진 룰 안에서 경쟁적인 시합을 펼쳐왔다. 그것은 체력과 강인한 정신을 함양하는데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지만 무예에 대한 시각을 시합이라는 틀 안에 가두어 버렸다. 주먹을 전문으로 하는 복싱과 발을 위주로 하는 태권도, 잡는 것이 특징인 유도와 주짓수, 엉켜서 몸싸음을 위주로 하는 레스링를 상상해 보면 알 수 있다. 옛날 무사들은 유리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는 반면 현대인들은 무엇이 쎄다, 어떤 것이 강하다! 라고 한다.

미국에서 무한경쟁을 하는 UFC 시합이 인기가 올라가면서 시합에 유리한 무술들을 모아서 MMA가 나오고 그런 것이 실전무술로 일반인들에게 각인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무한경쟁이라는 것은 링에서 펼쳐지는 시합이 아니다. 옛 무사들이 펼쳤던 ‘무예 18반’을 생각해 보면 진정한 실전을 이해하게 된다.

일본에서 교학체계를 갖춘 최초의 무예가 『가토리신토류,香取神道流』이다. 가토리신토류를 ‘총합무술’이라고 하는데 지금의 ‘종합무술(MMA)’과 같은 뜻이다. 옛날 전투에서는 현대에 와서 유행하는 복싱이나 유도, 태권도 혹은 검도처럼 단순하게 세분화된 형태의 무술을 가지고는 다양한 형태의 위험에 대해서 완전하게 생명을 지키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했다.

옛 무사들은 검술을 기본으로 빠르게 펼쳐지는 발도술(拔刀術), 앉어 있을때 싸우는 거합술(居合術), 장도(長刀)라고 하는 나기나타(薙刀), 창(槍), 양도(兩刀), 소태도(小太刀), 유술(柔術), 수리검(手裏劍), 인술(忍術)을 비롯해서 전술 전략(戰略)도 익혀야 했고 안전한 성을 만드는 축성법, 기타 수영과 말타기 등 ‘무예 18반’에 통달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었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 ‘무예 18반’에 통달해야 했던 옛무사들의 실전무예가 지금은 세분화 되고 전문화되어 안전한 스포츠 방식으로 정착 되었다. 그렇게 세상이 안전해 지기는 했지만 세분화된 기술이 경기장이 아닌 실제 우리 삶 속에서 위법한 자들의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것이 얼만큼 가능할까? 의문을 가져본다.

실제로 브라질 UFC 선수가 동네 건달이 휘두른 각목에 뇌사 상태가 된 것은 뉴스로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단순하게 세분화 시키는 것이 배우는 입장에서 좋은 점도 있지만 다양하게 펼쳐지는 상황에서 안전을 담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좀 더 전체적인 시각에서 상황을 이끌어가는 무예는 없을까?

아이키도(合氣道, Aikido – 유사 합기도와 구분하기 위해 아이키도로 표시하고 있다)가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옛 검술(劍術)과 유술(柔術)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이키도’이다. 또 창과 나기나타 그리고 봉술을 현대적으로 함축시켜 놓은 장술(杖術)도 배울 수 있고 상대를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 안전하게 싸움을 진정 시킬 수 있는 고류무술의 현대적 표현을 하고 있다.

실제 싸움은 심리적인 반응을 알아내는 것도 필요하고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전략이 있어야 하며 상대가 전혀 예측 할 수 없는 기습도 중요하다. 하지만 단순하게 펼쳐지는 경기장의 시합에서는 체력과 스피드 싸움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본다면 아이키도는 분명 총합무술이라 할 수 있다.

가끔 동네 합기도장에서 유도나 주짓수 또는 무에타이(킥복싱)이나 해동검도를 함께 가르치는 곳이 있다. 만약 그런 것을 총합무술이 아니냐고 말 한다면 우리는 완벽한 실전을 위해 태권도를 비롯해서 검도, 유도 기타 등등 모든 무술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했다면 크게 오해한 것이다.

실제로 한가지 종목도 전문성을 갖추기 어려운 판에 여러가지 종목을 다양하게 섭렵한다는 것은 현대인들에게 시간적으로, 금전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좀 더 생각해서 유도와 검도를 함께 배운다고 생각해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종목이 겹치면서 전혀 다른 자세와 움직임으로 양쪽 모두 혼란만 가중 시킬 뿐이다.

세분화된 종목을 여러가지 배우는 것이 실전에 조금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잘못하면 전문성이 결여된 짬뽕이 될 수 있다. 아이키도가 훌륭한 것은 무술이면서도 정승과 같은 반듯함이 있고 완력을 쓰지 않는 부드러움과 검술을 펼치는 옛 무사들의 품위가 있다. 일관되게 유연한 움직임과 반듯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아이키도의 기술적 특징이다.

기술은 항상 상대의 사각으로 움직이며 기습과 같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펼쳐가며 상대와 힘싸움을 하지 않고 안전하게 상황을 마무리 할 수 있게 만든다. 움직임 하나 하나가 모두 검술의 몸놀림과 똑같다. 완력을 쓰지 않는 것은 검을 올리거나 내려벨 때 힘을 쓰지 않는 것과 일치된다.

장술을 펼칠 때에도 봉술과 나기나타, 창술의 움직임과 일치되고 좌기(坐技)를 펼칠때 반듯함은 거합술과 일치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무술을 세분화 시키는 것이 빠르게 배운다는 장점도 있겠지만 잘못 전체적인 시각을 놓치는 단순함에 빠질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위와 같은 개념에서 아이키도의 실전은 고전적이면서 매우 현실적이다. 물론 현대인들의 정신 수양에 더 없이 훌륭하다.

아이키도를 소개하고 있는 선전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