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법, 한국전통무예 종목지정과 우려

「전통무예진흥법(이하 무진법)」 시행 10년(2009년 3월)이 지났지만,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없어 사문화될 것 같았던 「무진법」이 지난 5월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따라서 전통무예 종목선정 및 육성 지원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또한 전통무예진흥 업무와 그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와 관계기관이나 단체에 위탁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특히 충청북도와 충청남도 아산시, 부산광역시가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전통무예의 계승, 보급, 발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예인들에게는 적극 반길만한 내용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지난 통합체육회 종목 지정에서 국제스포츠계에 대표 교섭권도 없는 합기도 단체가 정회원 종목으로 선정된 것을 보면 이번 전통무예 선정에 대해서도 우려를 할 수 밖에 없다.

최근 전통무예진흥위원회 자문명단을 보면 공성배(용인대학교 교수), 공시영(국술원 학술위원장), 곽낙현(한국학중앙연구원 전임연구원), 김시현(국제무예센터 사무총장), 김의환(용인대학교 명예교수), 성문정(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연구원), 심승구(한국체육대학교 교수ㆍ역사학), 정문자(태권도진흥재단 교육부장), 조성균(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ㆍ스포츠문화인류학), 최종균(선문대학교 교수), 허인욱(한남대학교 교수ㆍ사학), 허일웅(명지대학교 명예교수), 권도연(문화체육관광부 과장ㆍ간사) 등이다.

위 명단 속에는 현재 합기도 종주국에 대한 왜곡된 주장을 하고 있는 단체에서 임원으로 임명되어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국수주의나 정치적인 판단에 의해 일본에서 시작된 합기도를 한국전통무예로 탈바꿈 시킬 수 있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런 우려는 5년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인 유기홍 의원이 『무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합기술의 시조가 신라 삼랑 원의광이다. 사무라이는 삼랑의 일본식 발음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일본의 사무라이, 야쿠자의 원류가 한국의 화랑도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신라를 중심으로 삼국통일이 진행될 당시, 합기술이 일본으로 전해진 것이라고 보여진다.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전래된 합기술이 일본에서 합기도로 계승, 발전돼 한국으로 역수출됐다. 이로 인해 합기도가 일본무예라고 보는 견해도 있지만, 원류를 따져보면 합기도는 한반도에서 시작된 우리 전통무예로 보아야한다.”■

진정한 한국의 전통무예라면 발전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위와 같이 역사를 왜곡해 가면서까지 합기도를 한국전통무술로 만드려는 움직임은 이미 GAISF와 AIMS, IWGA와 같은 국제스포츠 기구에서 정식 종목으로 활동하며 세계화되어 있는 기존의 합기도를 부정하고 훼손해 버리는 우를 저지르는 거와 같다.

앞으로 한국전통무예 종목이 지정되고 나면 각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며 학술세미나와 시ㆍ도 체육회 사업비로 후원을 받는 대회와 무예경기장과 전시관 시설 건립 등으로 적지 않은 정부예산이 들어갈 전망이다. 정부의 예산 지원이  전통무예를 체계적으로 보존 발전시키고 나아가 국민의 건강증진에 기여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적극 권장할 만 하다.  

우려되는 것은 일본에서 시작된 합기도가 이미 현대스포츠로 전세계에 알려진 상황에서 똑같은 명칭을 사용하면서 전혀 다른 형태를 하고 있는 합기도가 한국에서 전통무술로 지정되면 국제적인 망신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정치인과 몇몇 양심적이지 못한 학자들에 의해서 꾸며진다면 앞으로 펼쳐질 전통무예 보급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박근혜 정부 때 국민생활체육회와 대한체육회가 통합되면서 합기도가 국제스포츠 조직에서 인정도 하지 않는 국내 합기도 단체들이 완전히 통합도 못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합기도가 정회원 종목으로 지정이 되었다. 그 결과 통합체육회에 가맹되지 못한 기존에 합기도 단체들이 이번 「무진법」에 의한 전통무예 종목 지정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무진법」에 의한 정부의 지원으로 우리 전통무예가 세계인들로부터 사랑 받을 수 있도록 무예 당사자들이 적극 노력 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바램이다. 그것이 코로나 정국과 같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무예 발전을 도모하며 도산 위기에 놓인 수련장을 살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예 단체장들이 직접 전수하며 매일 같이 수련하고 있는 일본의 무예도장과 다르게 정치인이 단체장이 되어 있거나 또 최고 지도자라 할 수 있는 고단자들이 매일 도복을 입고 수련하는 곳을 찾기가 어려운 국내 환경에서 이번 전통무예를 위한 정부지원이 소수의 단체장에게 특권만 주는 혜택으로 끝날까 우려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