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기도는 시합을 하지 않는다.

2019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에서 연무를 보여주고 있는 출전선수

합기도(合氣道, Aikido)는 시합을 하지 않는다. 창시 초기부터 평화의 무술을 지향한 개조(開祖) 우에시바 모리헤이 대선생의 뜻을 여전히 받들고 있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일본에 진주한 연합군은 모든 무술 수련을 금지하였다. 이후 제재가 풀리면서 스포츠로 빠르게 자리잡은 유도처럼 시합이 활성화된 종목이 관심을 끌었다. 패전 후 경제재건과 맞물려 경쟁 위주의 스포츠의 틀에 잘 맞춘 유도는 결국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는 쾌거를 거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곧 전근대적 유산인 무도가 근대를 넘어 현대화가 된 긍정적으로 평가 받는 부분이기도 하다.

초기 합기도 지도자들 중에서도 시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종종 있었다. 경쟁 시스템 도입을 통해 관중 동원과 현대 스포츠의 한 형태로 미래 올림픽 종목까지 내다봐야 한다는 주장이 그런 것이었다.
일부 그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우에시바 대선생은 분명한 길을 제시했다. 그것은 무도 본연의 아이덴티티를 지키는 한편, 전근대성을 벗어나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세계 평화와 개인의 수행을 아우를수 있는 방편으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것이고, 온전히 후대에 전할 수 있어야 하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대선생의 철학은 세계적인 무술의 한 축으로 자리잡는 과정에서 다른 무도와의 차별성을 갖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시합에서 선수간에 발생하는 크고 작은 부상은 피할 수 없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한편 시합을 위주로 하는 경기단체에서 선수에게 다음 단서 조항에 계약서 형식으로 사전 동의를 요구하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시합중 사망하거나 상해를 당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즉, 시합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서 주최 측의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말은 시합중 사고는 전적으로 선수 본인의 잘못이 된다.
경기를 위주로 하는 단체들이 선수들의 안전을 생각하는 최소한의 준비도 없이 시합을 하는 것은, 단체의 수입이나 실적 쌓기로 관중 동원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경쟁적인 시합에서 선수간에 발생하는 크고 작은 부상은 반드시 따라오는 일인데, 그런 부담을 모두 선수에게 떠안기는 것을 스승일 수도 선배일 수도 있는 사람들이 자행하고 있다. 이는 무도 정신이나 스포츠 정신으로 얼버무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범죄행위다.

현대 사회에서 무도든 스포츠든 모두 타인에 대한 배려에서 출발한다. 합기도란 이름으로 최소한의 상식을 무시하고 영리나 실적 추구에 급급한 비열한 행동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