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기도의 올바른 이해

1980년대 출판된 합기도교본

합기도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왜곡으로 얼룩진 과거사를 불가피하게 끄집어낼 수 밖에 없다. 그동안 합기도 명칭에 대한 혼란이 있었던 것은 있는 그대로 무도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반일감정과 국수주의를 교묘하게 악용하는 사람들 때문이라 생각한다. 합리적인 역사의식의 결여는 결국 후배들에게는 멍에가 되어버렸다. 또 한국인은 한국무술을 배워야 한다는 국수주의적인 시각은 전통무술의 탈을 쓴 근본없는 사이비를 복제하고 재생산하기에 이르렀다.

합기도 명칭 사용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애매한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굳이 ‘한국형’을 끌어붙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답답할 것이다. 아울러 일본에서 브라질, 그리고 세계적으로 보급된 주짓수의 인기는 ‘한국사람 한국무술’이라는 말도 안되는 주장에 찬물을 끼얹었고, 배타성은 결국 고립을 자초하고 말았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전에는 덴노 중심의 중앙집권국가를 이루어 본 적이 없다. 거의 천 년을  지속된 왕정으로 지속한 고려와 조선과는 환경이 전혀 다르다. 늘 지방의 다이묘와 다이묘 간, 혹은 중앙 바쿠후와 다이묘간의 끊임없는 전쟁을 반복해온 봉건국가였다. 운동경기에 비유하자면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엄청난 전적이 있고 노하우가 쌓여있는 그런 집단이다. 2차 대전 이후 그러한 노하우들은 결국 유도와 검도처럼 대중 스포츠에 더 비중을 두면서 자리잡은 경우와 컬트(cult)로 명맥을 유지하는 고류(古流)가 있다. 유도나 검도가 대중속으로 파고들고, 글로벌화되어 가고 있다고 해서 결코 경시하지 않는다. 서구를 비롯 세계 각지에서 발전해 나가는 것을 끊임없이 주목해야 한다. 

올림픽에서 참가한 우리 선수가 유럽 무술 레슬링, 일본 무술 유도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순간에 환호와 찬사를 보내면서, 우리 무술을 하지 않는다고 비하하는 사람은 없다. 이런 선상에서 합기도 역시 일본의 무술이지만 제대로 받아들이고 우리가 더 잘하면 된다. 아울러 우리 전통무술에 대해서도 도울 일이 있으면 돕고, 관심을 가지면 되는 것이다. KBS의 『씨름의 희열』은 우리 전통무술이 대중속으로 파고들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이라 생각한다. 외국에서 손님이 오면 꼭 모시고 가는 인사동의 “택견 배틀” 역시 늘 칭찬을 아끼지 않는 행사다. 여력이 되면 황학정 등의 명소에서 활쏘기도 체험하게 하고 싶다.

합기도는 1970년대 이전부터 보급되었다

합기도(合氣道, Aikido, 이하 합기도)가 국내에 보급된 시기를 ‘대한합기도회’가 설립되고 활동을 시작한 때라고 주장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공식적으로 소개된 것은 1970년이다. 국제연맹합기도를 설립한 故 명재남 국사는 1970년 무렵, 합기도세계본부 합기회(財. 合氣會 aikikai.or.jp, 이하 합기회)로부터 국내에서 합기도 지도자로서 활동하는 것을 인허 받았으며, 1974년에는 국내 유일의 합기도 지부 인정을 받았고, 1976년 국제합기도연맹(aikido-international.org, 이하 IAF)이 결성되면서 IAF의 정회원 단체가 되었다. (* 국제합기도연맹과 국제연맹합기도는 별개의 단체다)

1964년  일본과 무술교류
1969년  ‘한국합기술회’ 창설 (문교부 등록 32호)
1970년  합기도세계본부로부터 한국 내 “합기도(合氣道)” 지도 사범 인허
1972년  ‘한국합기회’로 단체 명칭 변경
1974년  ‘대한민국합기회’로 단체 명칭 변경 (문교부 등록 51호)
             합기회로부터 “합기도(合氣道)” 한국 지부 승인
1976년  국제합기도연맹이 결성되면서 정회원 단체가 됨
1981년  現 ‘국제연맹합기도’ 단체 설립

이후, 2003년에 합기회의 한국지부가 ‘대한합기도회(aikido.co.kr)’로 변경되었고, 2008년에는 ‘대한합기도회’가 IAF의 정회원으로 새롭게 등록되었다. 즉, ‘대한합기도회’의 설립과 활동만을 한정하여 IAF의 합기도, 다시 말해 ‘아이키도’가 국내에 소개되고 보급된 시기가 오래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모두 틀린 것이다.

합기도 명칭의 사용에 대해서

IAF의 합기도가 국내에 소개된 시기가 오래되지 않았으니, 국내에서는 일본어 발음인 ‘아이키도’로 사용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1970년대 이전부터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했고, 1975년 출판된 명재남 씨의 저서에서도 ‘아이키도’가 아닌 ‘합기도’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다.

또한, 국내에서 1983년에 출판된 『현대 합기도』, 1986년 출판된 『현대 합기도 교본』, 1992년 출판된 『합기도』 등, IAF의 합기도를 소개한 해외 도서들도 ‘아이키도’가 아닌 ‘합기도’라는 명칭을 사용하여 출판되었다. 이밖에 IAF 합기도를 주제로 하거나 소재로 삼은 해외 도서나 해외 영화들도 국내에서 ‘아이키도’가 아닌 ‘합기도’로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다. 즉, IAF 합기도를 국내에서는 ‘아이키도’로 사용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은 시기적 근거는 물론 사회적 통념에 근거할 때 도 타당하지 않다.

“合氣道”는 국내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합기도”라는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위에 글에서 설명한 자료들 외에도 합기도를 주제로 하거나 소재로 삼은 해외 도서나 영화들도 국내에서 이미 ‘아이키도’가 아닌 ‘합기도’로 번역되어 소개되고 있다. 이미 학자들과 실무 연구자들에 의해서 위시한 이른바 한국형 합기도 단체들이 사용하고 있는 ‘합기도’라는 무예 명칭이, 1940년대에 일본에서 발현된 “合氣道”에서 그 명칭을 도용 또는 차용한 것이라 분명히 밝히고 있다.

또한 이러한 문제와 관련하여 국내 무도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논란과 함께 명칭을 바꾸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다음과 같이 이어져 왔다.

“우리가 지금 한국에서 알고 있는 합기도(合氣道)는, 상당히 여러 종류의 기예가, 토착화되는 과정에서, 짬뽕된 족보없는 것이 되고 말았지만, 그 원형은 물론 일본의 아이키도오(合氣道)다.” (김용옥, 『태권도 철학의 구성원리』, 1990)

“합기도는 일본의 고유 전통 무술인 다이토류(大東流) 유술(柔術)이 창시자 우에시바 모리헤이(植芝盛平:1883-1969)에 의해 1930년부터 재정립의 기초를 마 련하면서 현대의 합기도(Aikido)로 발전 보급된 것이다. …… “아이키도우(あいきどう)는 한문 표기가 합기도인 것을 우리나라에 전파되면서 한자 표기의 합기도를 우리말로 표기함에 자연스럽게 「합기도」라는 말을 쓰게 된 것이다. ……한국 합기도의 40年史 안에서 역사의 왜곡과 합기도의 변형 변질을 지양하고, 1000여년에 가까운 전통의 일본 합기도 역사를 이해하고 배우며, 무도로서의 합기도 본질(essence)을 받아들임으로써 반드시 현대 무도로 정립된 순수한 합기도의 원형 위에서 발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김정행, 『무도론』, 2002)

“혹자는 한자를 사용하지 않고, 영문 표기로만 한다면 일본의 아이키도와는 차별화 되므로 현재의 합기도로 하자는 의견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향후 일본과의 FTA 협정체결로 인해 유사명칭을 비롯한 역사적 맥락에서 합기도를 해석할 경우 그 대처방안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과연 합기도라는 명칭으로 세계화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진진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일본식 합기도를 고집해야 하는지 오히려 되묻고 싶다. 참으로 부끄러운 짓거리가 아닌가? 이러한 점에서 볼 때 국내 합기도의 명칭변경을 시급한 과제이다.” (최종균,「합기도 명칭 이대로 좋은가  3」웹진『무카스』 `10.10.25)

“이러한 문제가 터져나올 것이라는 것은 합기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예상된 사실이었다. …… 합기도는 체육회 가입만 아니었다면, 예전처럼 아는 사람만 아는 식으로 명칭 문제를 남겨둔 채 활동을 계속해왔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 체육회 가맹을 통해서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과연 합기도라는 무술의 역사와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박성진, 「합기도는 어느 나라 무술인가? 체육회 가맹 놓고 논란 확산」『태권도인사이드』`16.05.09)

“‘합기도’라는 명칭을 지한재씨가 처음 사용했다며 한국의 전통무예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없다. 일본은 1942년 ‘아이키도(合氣道)’를 전통무예로 법적 등록시키고 체계화했다. 합기도는 우리나라에 해방 이후 ‘대동류유술’이라는 이름으로 들어왔으며, 그 명칭이 사용된 시 점은 1961년도였다는게 대다수 합기도인의 견해다.

“지금도 합기도계는 혼란과 갈등을 겪고 있다. 합기도인들도 태권도의 성장사를 배워야 한다. 태권도인들이 ‘태권도’라는 명칭으로 새 역사를 세웠듯, 대한체육회 가맹에만 얽매이지 말고 하루 속히 통합하여 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합기도단체장들은 사심을 비우고 대의를 위해 통합해야 한다. 시대적 소명을 인 식하고 ‘합기도’란 명칭을 내려놓는 결단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최종표,「‘합기도(合氣道)’ 명칭 변경이 시급하다」『무예신문』 `17.08.16) 

‘合氣道’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의 문제

일본이 종주국인 종목으로 대표적인 柔道와 劍道의 일본어 발음과 영어 표기는 주도(Judo)와 겐도(Kendo)지만, 국내에서는 유도, 검도라는 명칭으로 공공기관 및 사회 저변에서 사용한다. 합기도 역시 그 선상에 있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후원한 국제대회인 2019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에서 공식 명칭으로 사용하였기에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다. 이미 IAF와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에서 결정된 사항이다. IOC와 그 산하 조직에서 결정된 사항이므로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은 필요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