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한 합기도(Aikido) 수련의 변화

유현상 안양도장장

지금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예년과는 다른 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전 같으면 연초라고 많은 사람이 자신만의 목적을 가지고 도장에 입회하러 찾아오는 기간입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 감염이 우려되어 신규회원의 입회 문의는 찾아볼 수 없고, 기존 회원들도 도장에서 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대한합기도회의 도장 대부분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합기도(Aikido) 보급과 수련을 목적으로 도장을 운영하다 보니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 도장을 휴관하게 되면, 휴관으로 인해 기존 회원이 이탈하거나 신규회원이 줄어 도장의 재정 상황이 힘들어지고 최악의 경우 도장을 폐업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염려가 합기도를 지도하는 일선 지도자들에게 심리적 압박으로 다가옵니다. 합기도를 이제 조금씩 이해하고 느끼고 즐기던 기존 회원들은 지금 당장은 감염 예방 차원에서 도장에 나가지 못하지만, 앞서 말한 최악의 경우 도장이 문을 닫아 수련 공간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우리의 걱정은 이렇습니다.

<도장장의 걱정>

도장 휴관 시

  1. 경제적으로 어려워진다.
  2. 휴관이 길어지면 기존 회원의 탈퇴로 이어질 수 있다.

휴관 없이 수련을 계속할 경우

  1. 코로나19 감염으로 지역사회의 민폐가 될 수 있다.
  2. 수련자 중 기저 질환자의 감염이 걱정된다.<수련생의 걱정>

도장 휴관 시

  1. 단기 휴관은 괜찮지만, 장기 휴관 시 올해 목표(승급, 승단)를 달성하기 어렵다.
  2. 집에만 있으면 운동량 부족으로 체중조절이 힘들다.

 

휴관 없이 수련을 계속할 경우

  1. 수련 중 감염이 걱정된다.
  2. 코로나 때문에 수련을 쉬고 싶지만 선생님(도장장)께 눈치가 보여 도장에 나간다.

 

지금 우리나라는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회사라면 재택근무를 하고 각종 모임과 회식을 자제하며, 학교는 4월까지 휴교를 결정했고 교회들은 온라인으로 예배를 합니다. 간혹 이를 지키지 않아 소규모 감염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 대한합기도회의 도장에서는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도장을 계속 휴관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임을, 도장장의 한 사람으로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상황을 대처해야 할까요.

 

저희 안양오승도장을 예로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저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습니다. 단, 도장은 예외로 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제가 도장장이기도 하고 수련을 희망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련에 참여하는 분이나 그렇지 못한 분을 다른 눈으로 보지 않습니다. 이것은 각자가 판단할 일이고, 그 판단대로 실천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코로나가 가장 심각할 때 휴관을 했고, 지금은 도장 문을 열고 수련을 재개했습니다. 감염을 걱정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도장 소독과 손 씻기를 강조하고, 도장에서는 물 마실 때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합기도 지도는 기본기와 무기술 위주로 진행하고, 앞으로는 라텍스 장갑을 사용할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원래 합기도 수련은 땀이 많이 나지만 요즘은 가능하면 땀이 나지 않는 선에서 수련을 합니다. 수련 인원은 평상시보다 1/3에서 절반 정도라서 도장을 넓게 사용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일까요. 그러나 회비가 이렇게 들어온다면 심각한 문제입니다.

 

수련비 문제에서 도장장과 회원분들의 생각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도장장은 수련할 수 있도록 도장 문을 열었고 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수련을 쉬는 회원 입장에서는 수련을 하고 싶어도 감염 및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도장에 가기 힘듭니다. 이런 경우 쉬는 회원이 원하면 차액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어떨까요.

일본의 한 도장에서 올린 글입니다.

“수련을 쉬더라도 회비를 납부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회비는 우리가 수련하는 도장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합니다.”

도장에 내는 회비를 손해라고 생각하지 말고,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나서도 수련을 하기 위한 ‘기회비용’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그리고 집에서 쉬는 분들에게는 ‘미토리 수련’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눈으로 보며 생각하고 배우는 수련으로, 보통 부상이 있어 수련에 참여하기 어려운 분들이 도장에 나와 도복을 입고 앉아서 많이 하는 수련법입니다.

집에서는 유튜브나 SNS의 동영상을 통해 미토리 수련을 할 수 있습니다. 단, 보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여러분이 도장에서 수련했던 그 느낌을 떠올려보며 수련하기를 권합니다. 가끔은 이렇게 쉬는 것도 좋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도장에 나와 수련하는 분들은 함께 수련하는 도우들을 위해 개인위생에 철저히 신경 쓰시길 부탁드립니다. 감기 증상이 있거나 확진자와 접촉한 경우 자가격리를 원칙으로 합니다.

힘든 시기이지만 코로나19로 수련에 참석하지 못하는 분들도, 도장에서 수련하는 분들도 모두 힘내시길 바랍니다.

[글: 대한합기도회 유현상 안양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