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技)의 고유화(固有化)에 대해서

오쿠무라 시게노부(奥村繁信) 7단(기고 당시)

단, 급의 심사를 받은 사람은 누구나 다 같이 경험하는 일이겠지만 “자유기”는, 기껏해야 1분만으로도 기술의 종류가 한정되고 단조로워진다. 그보다 길어지면 같은 기술의 반복이 되기 마련이다. 생각만큼 다양한 기술이 펼처지지 않는다. 나중에 도장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기술의 이름을 들으면, 연습을 해 본 적이 있기에 생각은 많이 난다.머리로는 다양한 종류의 기술을 알고 있는 것이다. 다만 기술이 잠재의식으로 고유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순간에 반사적으로 나오지 않는 것이다. 심사원이 빨리 ‘그만’,’끝’이라고 하는 것을,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것 같다. 이는 기술이 제대로 몸에 익어있지 않은 증거이기도 하다.

“기술을 고유화(固有化)하는 것.” 즉 어떻게 해서 잠재의식 속에 기술을 집어넣고, 숙달되게 하는 것이 연습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이 된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모든 의식적인 것은, 가짜일 뿐 진짜가 아니다. 무의식적인 것이야말로 진짜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합기도 수행에도 이 말은 적용된다. 현대인은, 모든 것을 머리로 베우도록 어렸을 때부터 교육받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몸으로 익히는 것이 진짜임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나는 초심자부터 합기도의 기술해설서를 추천해 달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에 대해 나는 첫 1년은, 어찌됬든간에 지도자가 보여주는 기술을 완벽하게 따라하는 것에 전념하고,  “기술서” 는 읽지 않는 편이 좋다고 말씀 드린다. 이런 말씀을 드리면, 의아한 표정을 짓는 분들이 많다. ‘책’을 읽지 않으면 왠지 불안해지는 것 같다. 어느 정도 기술이 완성되고나서 체계적으로 기술을 정리하거나, 후배를 지도하는 입장에 서게 되었을 때 비로소 책의 가치가 나오는 것이다. 초심자가 처음부터 책을 읽고 머리로 기술을 익히려고 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 있어서)해로운 면이 더 많을 것으로 여겨진다.

수영에 관한 기술서를 열심히 읽는다 한들, 바로 헤엄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전거 타는 법도, 어릴 적 여러 번 넘어지면서 중심을 잡는 법을 터득할 수 있는 것이지, 물리학의 중심이동을 열심히 연구한다고 해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다양한 종류의 기술이나 기예는 역시 (1) 스스로 체험하고, (2) 단련하고 몸으로 익히며, (3) 그것을 몸으로 펼쳐나가는, 세 과정을 밟는 것이 원칙이라고 여겨진다. 초심자는, 결코 기술의 갯수를 추구하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차분하고 착실하게, 지금 하고 있는 기술을 올바른 폼으로,  확실하게 반복하면서 연습하기를 바란다. 고유화(固有化)하는데 있어서는, 이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옛날에 나도, 옆사람이 새로운 기술을 연습하고 있으면, 그 옆사람이 하고 있는 기술에 정신이 팔려, 지금 하고 있는 기술이 뭔가 재미없다고 느끼게 되어, 정신이 집중되지 않은 상태로 연습을 엉터리로 한 경험이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아무리 기술을 많이 외워도, 결국 아무것도 먹히지 않게 된다. 제대로 된 기술을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역시 좌기 1교부터, 다시 한 번 확실하게 점검하지 않으면 안된다. 본심으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되기까지는 입문한 뒤로 2, 3년은 걸렸다.

기본기의 반복훈련은 다들 “머리”로는 알고 있기에, 연습 시간에 이를 지도하면, 어느 정도 오래 된 사람들 안에서는 ‘또 하는 거야?’ 라는 시시한 표정을 짓게 된다. 도장을 다닌지 오래된 사람들도 기술의 고유화(固有化)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일반적으로 기술의 습득에 있어, 의식적인 것에서 무의식적인 것으로 이행되는 고유화(固有化)의 과정을 현대의 심리학에서는, “동작의 숙련에 수반하는 의지의 퇴화현상”으로 취급하고 있다. 즉 하나의 기술을 습득하는데 있어서, 동작을 계속 반복하면, 그 동작은 점차 완성된다. 그리고 이 동작을 습관적으로 하게 되면, 소위 말하는 ‘의식적인 동작을 반복함에 따라, 동작이 반사적으로 되는’ 단계에 이른다.

동작이 반사적으로 되는 단계에 이르러서는 “운동 표상(Motion Imagery)”의 관념은, 그것이 최초의 의식면에 나타나면, 움직임은 저절로 정해진 목적을 이루기 위해 실행된다. (이 때의 움직임 하나하나에는 의식하는 바가 없다.) 그리하여 동작이 최종의 목적을 이루게 되면, 반드시 어떠한 형태로든 피드백이 온다. 즉, 숙련의 결과 비록 의식적인 동작이, 거의 반사적인 동작이 된 후에도, 동작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중에는, 그 한동작 한동작이 마지막에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의 표상”에 끌어당겨지고 있는 듯한 관념을, 나타내는 것이다.

(표상 : 감각적으로 외적 대상을 의식상에 나타내는 심상)

‘목적의 표상’은 표상으로서 의식에 반영하는 동안에는 정적인 존재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실을 통해, 동작의 각 단계를 통제하고 조정하고 있는 점을 보면, 동적인 성질도 가지고 있다.이 ‘목적의 표상’이 동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의지 동작에서 비롯된 모든 습관적 동작’의 본질이다.

위과 같이 현대 심리학에서는 기술의 고유화(固有化)의 과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다만 심리학의 이론적 설명을 들을 필요도 없이 연습에 있어서,  “기술의 고유화”를 완성하기 위해서 초심자도 유단자도, 끊임없이 반복하고, 기술의 묘미를 맛보면서 연습에 힘써줬으면 한다.

다음으로 “기”의 문제에 대해 조금 언급해보겠다. 합기도에 정진하는 사람은 누구나 기술이 완성되면 자연스럽게 “기”라고 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기”라는 것은 과연 있는가/없는가… 있다면 형이상(形而上)적인가, 아니면 형이하(形而下)적인가… 형이하적이면 물리적 법칙을 가지는 것인가… 과연 실험을 통해 검증할 수 있는가… 등등 여러 가지 의문점이 생기게 된다.

서양 철학의 서적이나 체육학의 “책”을 아무리 읽어봐도 “기”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안보인다. 동양에서는 옛날부터 “기”에 대한 연구 이 매우 번성하다. 창시자는 ‘기육(気育)’, ‘지육(智育)’, ‘덕육(德育)’, ‘체육(体育)’ 등 네 가지 항목을 내걸면서 인간 형성 방법을 설명하고, 이상적인 인간상으로서 이 네 가지 덕목을 완성하는 것을 원하시는 것 같다.

기육(気育)에 대해서

‘기육(気育)’이라는 용어는 미국의 영향을 받고 있는 현재()의 우리 나라의 교육계에서는, 아직 통하지 않는 말이다. 합기도를 연습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어떻게 하면 “천지의 기”와 자신이 일체가 되고, 고유화(固有化)된 기술을 펼칠 수 있게 되는 것이, 수행에 있어서의 최대의 목표가 된다.

‘기육(気育)’을 소홀히 여기는 현대는 세상을 뒤엎을 정도의 기개를 가진 인재는 별로 없다. 그리고 기품, 기절, 기개 있는 인물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보인다. 서구를 모방했던 메이지 시대로 부터 100년이 지났다.이제부터는 스스로의 주체성을 확립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역사적 전환기에 지금, 서 있는 것을 통감한다.

나는 (태평양)전쟁 전 학창시절에 ‘국가론’이란 강의 때 사쿠타 쇼이치(作田荘一) 선생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던 것을 지금도 기억한다.

“스스로 가지고 있는 보물을 내팽개치고 남의 진기한 것을 빼았는 것과 같은 식의 학문 행태는 결코 진정한 학문의 진보가 될 수 없다. 예를 들면, 도덕 국가의 전통을 가진 우리나라에 있어서, 국가란 토지, 인민 및 주권으로 이루어진 특수사회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글은 1968년 12월10 세계본부에서 발행하는 합기도신문 101호에 실린 내용임

오쿠무라 시게노부(奥村繁信) : 1922년생. 홋카이도 출신. 태평양 전쟁 전, 만주 건국대학에서 도미키 켄지(富木謙治)사범의 아래에서 합기도를 시작함. 만주 건국 대학교 재학 중에 징집되어 전쟁을 경험함. 종전 후, 시베리아에서 포로 생활을 겪은 후에 귀국. 귀국 후에는 세무에 관련된 분야에서 재직, 세무대학 교관을 맡으면서 합기도 수행을 지속함. 만주 건국 대학 경제학부 졸업. 세리사. 전(前)일본합기도연맹 이사장. 합기도 9단. 2007년 8월 12일 영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