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명칭 개정이 왜 필요한가?

2019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 합기도 종목 대회장에 켜진 ‘합기도’ 전광판


합기도는 GAISF(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 1967년 결성)에 정회원 종목으로 국제합기도연맹(IAF)이 유일한 단체이다. 국제합기도연맹은 1976년에 설립되어 1984년에 GAISF 정회원이 되었다. 합기도는 140개국에서 수련하고 있는 세계인의 운동이다.

지난 『2019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은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후원하고 GAISF가 공식 승인한 국제 무예 경기대회이다. 이 대회에 GAISF 정회원인 IAF는 종목 명칭의 한국어 표기를 한자음 그대로 ‘합기도’를 사용하여 참가했다. 즉 합기도는 GAISF 정식종목으로 참가하였고, ‘용무도’와 ‘한국합기도’ 등은 비GAISF종목이지만 개최국에 대한 배려로 사료된다. 

행사 당시 명칭 표기에 관련하여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지만, 일단은 상식적인 이야기만 다시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일본이 그 종주국인 유도, 검도, 공수도는 국제 무대에서 柔道(Judo), 剣道(Kendo), 空手道(Karatedo)로 표기하고 읽는다. 다만 한자문화권인 한국이나 중화권에서는 자국의 발음을 반영하여 읽는다. 즉 한국에서 유도, 검도, 공수도로 읽고 쓰는데 대해서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같은 논리로 ‘合気道(Aikido)’ 역시 한국에서는 ‘합기도’가 맞다.

‘합기도’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그 조직 체계를 확고히 하여 활동하고 있는 반면, 한국형 합기도는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무예체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유래, 조직, 복장, 기술체계 등으로 구별할 수 있는 별도의 무예체계라고 주장하는 ‘한국합기도’지만, 분명히 다른 무술인만큼 구별되어야 하나 오히려 ‘아이키도(合気道)’ 명칭을 사용함으로서 혼동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 GAISF와 명칭사용 문제에 대한 세계무예마스터십 행사를 준비하는 위원회 측의 주장이다.

태권도 역시 비슷한 과거가 있다. 국내 처음 들어올 때는 공수도였다. 여러 도장 출신들이 들어와서 각 유파의 전통을 유지하면서 발전해 왔지만, 최홍희 장군에 의해서 태권도(跆拳道)로 명칭을 바꾸고 교학, 경기, 승단, 군경 및 학교 보급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을 통하여 국기(國技)로 자리를 잡았다. 거기서 나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만큼 그 위상이 공수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한국합기도’ 역시 기술 및 여타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며 제대로 나가기 위해서는 명칭 개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인터넷의 발달로 왠만한 정보가 다 공개되어 있는 마당에 역사 왜곡은 이제 통하지 않고, 몰지각한 소수의 적폐가 붙들고 있던 이른바 ‘단증장사’도 힘들어진 세상이 되었다. 한국 합기도가 더욱 발전하기를 바란다.

­♦아래 문서는 국제합기도연맹(IAF)에서 세계무예마스터십 위원회에 보낸 문서로 합기도 명칭 사용에 대한 내용 일부이다.

[원문]

[번역]
2019년 2월, 행사 준비를 위한 주최 측과의 회의에서, 본 연맹은 조직위 측에 合氣道를 영어로 ‘Aikido’, 한글로 ‘합기도’로 표기하도록 공식 요청하였으며, 조직위는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한자로 쓰되 자국어로 발음하는 동아시아 문화권의 특성에 따른 당연한 결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