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더욱 성장하는 한 해를 맞이하기 바라며

(사진출처:네이버)

일본어에 ‘후시메(節目)’라는 말이 있습니다. 대나무의 마디라는 의미가 있고, 사물의 구분이 되는 곳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도장에서는 일정 시간의 단위나 계획의 시종에 맞춰 그 전환점이 될 때를 가리켜 ‘후시메(이하 절목)’라고들 합니다. 우리 대한합기도회에도 중요한 절목이 있습니다. 그중 몇가지 기억을 떠올려 봅니다.

합기도 불모지 대한민국에 첫삽을 뜬 이래, 벌써 전국연무대회를 25회나 개최하였습니다. 20주년 때는 스승 고바야시 야스오(8단, 고바야시 도장 총사범) 선생님과 세계본부 도장장인 우에시바 미쓰테루 선생께서 지도를 위해 내한하셨습니다. 25주년에는 현 고바야시 도장장이신 고바야시 히로아키(7단) 선생께서 풍부한 경험을 전해주고 가셨습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강산이 두번 반이나 바뀌는 동안 한국에서의 합기도를 국제적인 수준으로 올려놓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습니다. 지난해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 합기도 종목에 대표로 참가하여, 한국의 합기도 현황을 생생하게 국제무대에 알리는 성과도 있었습니다. 

대나무의 마디처럼 새로운 시작과 아름다운 마무리가 절목입니다. 아울러 사람과의 관계는 ‘세쓰도(節度, 이하 절도)’가 중요합니다. 특히 합기도인은 합기라는 단어의 기술적 의미가 화합이나 조화를 말하고 있는 것이므로, 행여 분란이나 불화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 늘 스스로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처음과 달리 끝이 좋지 않은 사람은 진정한 합기도인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오랫동안 도장에 나오던 회원이 소식을 끊는 것을 보기도 합니다. 조용히 말없이 떠나는 것도 아쉬운 일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이라고 정도를 넘어서는 행동을 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는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행여 지향점이 다를 수는 있더라도 ‘절도’는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나무의 가치가 절목이 있어 빛나듯, 사람은 절도가 있어야 오래 벗으로 삼을 만 합니다.

민간외교로써 해외 각국의 합기도 회원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최근 나빠지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에서 합기도가 민간 외교의 가교가 되어 한일간 친선을 도모할 수 있는 합기도인의 역량이 기대됩니다. 열 명의 친구보다 한 명의 적을 만들지 않는다는 합기도 정신을 고려해 본다면 일본은 우리의 적이 아닌 가장 가까운 이웃이며 우방입니다.

단절은 곧 후퇴입니다. 정치는 정치로 해결해야 하며 문화교류가 단절되어서는 안됩니다. 합기도를 통해서 서로간의 만남이 이어져야 하고 그런 만남을 통해서 서로의 발전을 기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합기도가 우리들의 만남은 물론 세계인과의 만남을 기념할 수 있는 좋은 인연이 되는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였으면 합니다.

2020년 새해에도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