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아테미(当身)

오전 수련중에 ‘히트’와 ‘페인트불로우’를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는 ‘아테미(当身)’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자 수련이 끝나고 입문한지 얼마되지 않은 초심자가 질문을 하였다.

“실전에서는 쳐야 합니까? 치지 말아야 합니까?”

질문이 좀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실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 생각이 들어 설명을 해주었다.  

“실전은 내가 무엇을 지킬 것인가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네”

보통은 길거리나 경기장에서 경쟁하며 싸우는 것을 실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그것은 그냥 다툼이고 경기일 뿐이다. 합기도(Aikido)에서는 검(劍)을 다루는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실전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 밖에 없다. 그것은 이기느냐 지느냐가 아닌 ‘죽느냐 사는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내가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주변에 더 강한 도구를 사용해서라도 쳐야 하지만 지킬 것이 없다면 공격해서는 안되는 것이네”

“그러면 뭐하러 수련을 하며 호신술을 배웁니까?” 실제 질문하지는 않았지만 눈빛에서 그런 의문을 읽을 수 있었다. 

합기도를 수련하는 이유는 집중력과 함께 항상 깨어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속어로 ‘고문관’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유난히 상황파악이 느린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머리로 하는 것이 있고 몸으로 하는 것이 있다. 현명한 판단과 함께 용기있는 실천력은 몸과 마음이 일치되어 있지 않으면 머리따로 몸따로 움직이는 거와 같다.

가르쳐줘도 못하는 것이 그런 것이다. 합기도는 몸과 마음의 상태를 통일시키며 상상 이상으로 좋은 효과를 가져온다. 또한 오랜 세월 스승으로부터 이어지는 도제 방식을 고수하고, 현재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어서 앞선 선생의 수련 노하우가 기술의 깊이로 전해지고 있는 매우 인격적이며 폭력성을 자제하는 뛰어난 운동으로 나는 물론 상대의 발전까지 도와주는 운동이다.

아테미는 잠자고 있는 상대의 감각을 깨워주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합기도에서 상대를 공격하는 행위인 ‘아테미’는 상대의 빈틈을 공격하는 행위가 아니라 상대의 반응을 이끌어내고 다음 동작을 준비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합기도는 상대를 공격해서 파괴시킨다거나 수비불능 상태를 만들어 더이상 싸울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합기도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 사람들은 단방에 쓰러뜨리는 공격 행위를 하지 않는 합기도에 대해서 약하다거나 시시하다고 말하곤 한다.

아테미

죽느냐, 사느냐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합기도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내가 살고자 한다면 강자가 아닌 약자의 입장에서 상대를 바라 보아야 한다. 나보다 강한 상대를 어떻게 해야 제압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다.

일차원적인 생각을 가진 자라면 완력을 키우고 센드백을 치면서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힐수 있는 파워를 기른다. 그렇게 노력해서 상대보다 강해졌다면 더이상 약자의 입장에서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다. 얼마나 심플한가! 격투기 시합에 열광하는 것은 강해야만 이긴다는 단순한 논리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는 아무리 노력해도 강해질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 격투기를 시작해 보았으나 몇 개월도 버티지 못하고 포기해 버리고 만다. 그들은 격투기 시합장에서 선수로 즉 대결의 주체가 아닌 관중의 입장에서 대리만족 하듯이 열광하는 자신을 보곤한다. 또는 열등의식으로 자학을 하며 거칠게 행동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나는 격투기 링에 올라갔을때  다가오는 상대가 가볍게 보이지 않았다. 두려움마저 들었다. 강한 펀치를 날렸고 상대는 다운되었다. 결국 강한 펀치는 두려움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았고 격투기 챔피언이 되고 나서도 그런 두려움은 없어지지 않았다. 사실 그런 두려움이 더 강한 것에 매달리게 했다.

합기도는 실전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

수련은 상대를 쓰러뜨려야 할 적으로 보지 않는다. 서로 존중하며 파트너로서 서로의 성장을 도와주는 것이다. 합기도에서 아테미 기술이 바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만약 목숨이 위태로운 실제 상황이라면 성룡처럼 두주먹을 불끈쥐고 자세를 낮추며 다가오는 적을 향해 발길질을 준비하기 보다는 주변에 이용가능한 효과적인 도구가 없는지를 먼저 살필 것이다.

합기도 수련은 그것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신체조작의 즐거움과 함께 건강함을 추구하는 것이다. 만약 무술 수련이 상대를 향한 적대감을 심어주고 한방에 물리쳐야 할 적으로 여기게 만든다면 나도 모르게 습성이 되어 사회생활 전반에 공격적인 성향을 띄게 될지도 모른다.

히로아키 선생이 지난주에 와서 25년전 처음 격투기하는 나를 봤을때 싸우려고 하는 사람인줄 알았다고 하며 지금은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항상 싸움을 준비하고 있는 파이터 모습이었던 옛날을 회상하며 “아이키도 오카게 사마데” 라고 말하며 웃었다.

“목숨을 걸만큼 중요한 것이라면…”라는 말을 수련중에 자주 하곤 한다. 정말 중요한 것이라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무엇이 중요한지를 잘 모르고 있다가 시간이 지난 후에야 지난 세월을 후회 하곤 한다. 그때 누군가 도움이 있었다면 더 나아질 수도 있었을 텐데…

합기도 수련은 인격적이어야 하며 서로의 성장과 발전을 도와주는 운동이다. ‘아테미’기술도 다르지 않다.

 

 

*아이키도 오카게 사마데→합기도 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