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해볼 만 한 가치가 있는 운동. 나는 합기도를 합니다. -승단심사 후기-

2011년에 합기도(Aikido)를 시작했으니 햇수로 9년째다.

무언가를 이렇게 진득하게 해봤던 적이 있었던가 곰곰이 생각해본다.

인라인 스케이트, 스노우보드, 헬스, 등산 등

한 때의 즐거움이나 체중관리를 목적으로 해왔던 운동들은 나를 그리 길게 붙잡아두지 못했다. 오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쉬이 목적 달성이 되다보니 몸이 힘들면 쉬고, 약속이 생기면 쉬고, 회사가 바쁘면 쉬고

우선순위가 그리 높지 않았던 탓이다.

 

합기도를 만나고 나서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배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잠을 자듯

퇴근을 하면 도장에 간다.

 

지인과의 약속은 주말에 잡고,

회사 업무는 되도록 수련시간과 겹치지 않게 조정하여 처리한다.

몸이 힘들어 오늘은 쉴까 하다가도

막상 도복을 갈아입고 매트 위에 서면 없던 기운도 생긴다.

 

배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잠을 자듯

운동이 고파 도장에 간다.

 

이렇게 9년이 지나고 이제 합기도는 자연스러운 나의 일상이 되었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배워도 배워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합기도는 평생 연구할 것이 있습니다.”

윤대현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평생 해 볼만 한 가치가 있는 운동.

나는 합기도를 하고 있다.

 

지난주 윤대현 선생님으로부터 3단을 허락받았다.

2016년 2단을 허락받을 때에는 기쁨의 웃음이 멈추질 않았는데,

3단 심사를 보고 난 후에는 ‘드디어 끝났다’는 후련함과 함께 아쉬움 또한 크게 남았다.

 

나게의 실력은 우케의 실력에 의해 더 돋보이기도 한다. 때문에 심사에서는 선배가 우케가 되어주거나 뛰어난 우케미를 갖춘 도우가 기술을 받아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심사는 나의 실력을 증명하는 자리이기에 이번 심사에서도 우케와의 충분한 연습을 통해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도장 내에 심사자가 많다보니 쉬이 우케를 정하지 못한 채 같이 심사를 준비한 다희와 번갈아가며 기술 연습을 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심사 우케의 경우 심사기술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하기에) 합을 맞춰보지 않은 우케하고의 심사가 가장 큰 부담이었다.

심사를 일주일 남겨놓고서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아직 초심자이지만 기술의 강도만 잘 조절한다면 무난히 3단 기술을 받아낼 수 있을 만한 후배들에게 우케를 부탁을 했다. 시험기간 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어 서너 번 정도 합을 맞춰볼 기회가 있었다.

큰 무리 없이 심사는 마쳤지만 조금 더 일찍 우케를 정하고 충분한 연습을 거쳤다면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평일에는 1시간 남짓, 토·일요일에는 3시간 이상씩을 할애하며 다희와 서로 기술을 주고받기를 두 달.

하루는 “어? 언니. 이번에 입신던지기잖아요?”

3단 기술은 대부분 자유기로 따로 기술이 정해져 있지 않다.

심사 때 긴장을 하다보면 평소 하지 않던 실수도 하게 마련이라, 그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기술을 펼칠 수 있도록 심사기술 하나 당 6~7개의 자유기를 정해 놓고 반복 연습을 하였는데, 연습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상대의 기술까지 외워버렸던 것이다. 그렇게 한바탕 크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번 심사를 준비하면서는 연습 방법을 조금 바꿔보았다.

(이전까지는 심사를 준비할 때 기술별 포인트를 메모하고, 틈날 때마다 읽으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곤 했다.)

 

지도원 아니 아니, 그 기술은 이렇게 하는 거야.”

? 제가 그렇게 안 해요? 저는 어떻게 하는데요?”

 

수련시간 때면 가끔 벌어지는 상황이다.

내가 어떻게 하는 지를 보여주는 지도원의 모습에 웃음이 터지곤 하는데, 내가 정말 그렇게 터무니없게 하는 건가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올해 초 월드컴뱃게임즈 한국대표 선발전을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연습 영상을 찍어보았다.

우케를 고려하지 않는 조급한 움직임, 흔들거리는 양팔, 미흡한 잔심표현, 구부정한 자세 등 직접 보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큰 충격에 그때부터 계속해서 영상을 찍고 비교하며 자세를 교정하고, 기술 표현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 영상과 마지막 영상을 비교해봤을 때 ‘장족의 발전’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그러한 성과가 있었다.

이번 심사를 준비하면서도 수많은 연습 영상이 만들어졌고, 이렇게 또 한 번 나를 업그레이드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렇게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준비를 하였는데, 정작 심사에서는 준비한 것의 반도 보이지 못한 것 같아 이 또한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이번 심사에서 우리 도장에서는 총 5명이 승단을 허락받았다.

 

초단 2명. 평균 수련일수 600일.

3단 3명. 평균 수련일수 1,400일.

 

일반적으로 일주일에 3일 수련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한 달에 12일, 1년이면 144일 수련을 한다.

승단을 위해서 초단의 경우 4년 이상, 3단의 경우 10년 정도의 수련이 필요했다.

문영찬 제주지부장과 승단 5인방

쉽지 않은 이 과정을 잘 버티고 좋은 결과를 얻은 5명의 승단자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

“정말 고생 많았어요~!! 축하드려요~”

 

* 승단을 허락해주신 윤대현 선생님. 열심히 키워주신 문영찬 지부장님. 감사드립니다.

* 딱딱한 바닥에서 온 힘을 다해 기술을 받아 준 현창헌, 서지구, 현다인 도우님. 고맙습니다.

처음 하카마를 입는 후배를 챙기는 선배의 모습을 보고 한 회원이 남긴 소감 “아이키도는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