合氣道 쟁점 묻고 답하기(10) – 完

* 2017년 5월 24일에 작성한 9편을 끝으로 연재를 중단한 채,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기존에 썼던 다른 글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먼저 이것을 바로잡기 위해 새로 자료를 조사하고 정리했는데, 이 작업이 당초 예상보다 한참 길어졌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본편의 후반부에서 다루고 있던 사안은 상황이 많이 진전되었거나, 이미 종결되었습니다. 아무래도 9편까지의 흐름을 유지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이에, 9편의 마지막에 언급했던 행정소송(B단체↔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결과와 함께 2019 충주 세계무예마스터십 행사와 관련한 합기도계의 현안을 간단히 정리하는 것으로 본편을 마치고자 합니다. 글의 완성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에 대해서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먼저, B단체와 문체부 사이에 진행되었던 행정소송 건입니다.

 

지난 번 글은 ‘문체부의 B단체 법인 설립허가 신청서 반려’에 대한 행정소송이 대전지방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점에서 끝났습니다.

 

소송은 계속 이어져 2018년 초에 종결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B단체의 명칭을 공개합니다. B단체는 現대한민국합기도총협회(이하 합기도총협회)이고, 소송이 진행되던 때의 명칭은 대한민국합기도중앙협회(이하 합기도중앙협회)였습니다.

 

2017.7.6. 1심(대전지방법원)과 2018.1.25. 2심(대전고등법원)에서 모두 합기도중앙협회가 승소했습니다. 즉, 법원은 ‘문체부가 합기도중앙협회의 법인 설립허가 신청서를 반려한 행위는 잘못되었다’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 결과 합기도중앙협회는 ‘문체부 소속 법인’이라는, 대한체육회의 정회원 요건을 되찾았습니다. 합기도중앙협회는 2018.3.18. 단체명을 합기도총협회로 바꾸어 창립총회를 열었고, 새 이름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편 대한체육회는 2018.4.12. 종목가입등급심의, 4.25. 이사회, 10.2. 임시총회를 거쳐서 합기도총협회의 대한체육회 정회원 가입을 최종 의결했습니다.

 

합기도총협회는 1심 결과가 나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법원에서도 대한민국이 합기도의 종주국임을 인정했다’며 크게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한체육회의 정회원이라는 제도상 지위와 상징성을 활용하여 Hapkido인들을 모으기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여기서 확실히 알아야 할 것은 ‘행정소송’의 성격입니다. 행정소송은 ‘공권력의 행사·불행사 및 행정기관의 위법한 처분 등으로 인한 국민의 권리 또는 이익의 침해를 구제하고 공법상의 권리관계 또는 법적용에 관한 다툼을 해결하는 소송절차’*를 말합니다. 합기도중앙협회(소송 당시 단체명)와 문체부 사이에 있었던 행정소송의 본질은 ‘합기도의 종주국이 어디인가’를 가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문체부가 합기도중앙협회의 법인 설립허가 신청서를 반려한 것에 문제가 있었는가 없었는가를 다투는 것이 소송의 본질이었습니다.

* 네이버 법률용어사전 인용

 

대전지방법원과 대전고등법원에서는 문체부의 ‘법인 설립허가 신청서 반려’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했을 뿐입니다. 물론, 이때에 재판부가 ‘표면상 Aikido와 Hapkido는 다르기 때문에, 다른 단체들이 합기도중앙협회의 정통성이나 대표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는 이유만으로 대한체육회 가입 자격이 없다고 평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견해를 가진 것은 못내 아쉽습니다. 특히나 재판부에서 정통 合氣道를 지도해 온 대한합기도회를 여타 유사합기도 단체처럼 ‘합기도중앙협회의 정통성과 대표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여러 단체 중 하나’ 정도로만 보았다는 인상이 짙습니다. 이것은 재판관들이 정통 合氣道(Aikido)의 역사, 유사합기도의 문제점에 대해 깊이 이해하지 못해서 나온 결과일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재판부가 행정소송의 목적과 한계를 충실하게 지키면서 사안을 검토해 판결을 내렸을 것이라고 이해하고, 앞으로도 정통 合氣道(Aikido)가 국내에 정착·확산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좋겠습니다. 나아가 확정판결이 나온 이상, 재판부가 당시 합기도중앙협회의 ‘Hapkido 종목 대표성’, ‘전국을 통할하는 권위와 지도력’을 긍정적으로 판단한 것은 존중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이 행정소송 결과를 활용해서 ‘합기도의 종주국은 대한민국’이라고 홍보하는 것은 사실을 과장 또는 왜곡하는 일이라고 평가합니다.

 

 

다음은 2019 충주 세계무예마스터십 행사에 얽힌 현안입니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Aikido가 정통 합기도이며 우리나라에 퍼져 있던 Hapkido는 유사합기도’라는 인식이 자리 잡히는 것에, 권위 있는 국제스포츠기구가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국제스포츠기구가 주최하거나 관여하는 행사가 국내에서 열리고, 여기에 合氣道 대회가 포함된다면 다음과 같은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① 국제스포츠기구가, 대한민국에는 한자 문화권 국가라는 특성에 기인하여 合氣道라는 이름으로 Aikido와 Hapkido라는 무도단체가 병존하고, Hapkido 단체가 대한체육회에 정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는 문제점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② 국내에 Aikido가 정통 合氣道라는 인식이 확산된다.

③ Hapkido 관계자들이 ‘Hapikdo라는 이름을 고수해서는 권위 있는 국제스포츠기구가 개최하는 행사에 제대로 참여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직시한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완전하지는 않아도 매우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올해 8월 30일부터 9월 6일까지 제2회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이하 세계무예마스터십) 행사가 열립니다. 2016년에 제1회 행사가 열렸는데, 충주시에서는 충주를 세계 무예의 허브(HUB) 도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제2회 행사를 기획하였습니다.

 

세계무예마스터십 집행부는 행사를 명실상부한 국제 대회로 격상시키기 위해 GAISF(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와 MOU를 체결하였고, GAISF는 이번 행사를 후원합니다. IAF(국제합기도연맹)가 GAISF의 회원 단체이며, 대한합기도회(KAF)는 IAF가 인정한 대한민국 유일의 合氣道 단체라는 것은 앞의 글에서 설명했습니다. GAISF가 세계무예마스터십을 후원한다는 사실은 이 행사의 위상이 높아지는 일인 동시에, 참가 종목에 대해 GAISF가 관리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세계무예마스터십에는 여러 종류의 무도 단체가 참가해서 종목별로 대회나 행사를 진행합니다. 이번 세계무예마스터십 종목에 合氣道가 포함되었고, 대한합기도회가 合氣道 종목의 대표 단체로 행사에 참가하기로 했습니다. 주최측에서는 각 종목의 한글 명칭과 영문 명칭을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合氣道의 경우 한글로는 한국어 한자 발음 그대로 ‘합기도’로 표기하고, 영문으로는 Aikido라고 표기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당연하고 상식적인 일입니다.

 

주목할 만한 일은 세계무예마스터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내에 合氣道(Aikido, Hapkido) 명칭 때문에 존재했던 혼란을 한번은 크게 정리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되었다는 것입니다. GAISF에서는 이번 행사를 통해 유사합기도의 존재와 그로 인해 발생했던 혼란에 대해 이전보다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유사합기도 단체가 자체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GAISF도 제지할 수 없지만, GAISF가 관여하는 행사에 유사종목으로 참가하려 한다면 문제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번 세계무예마스터십에 유사합기도가 ‘한국형 합기도’라는 별도의 종목으로 참여합니다. 매우 변칙적인 대회 운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세계무예마스터십 측에서는 처음에 제2회 대회를 기획할 때 GAISF의 후원을 받는 상태에서 유사합기도를 대회 종목으로 삼을 경우 어떤 파장이 일어날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한국의 실정을 감안하여 이번 세계무예마스터십까지는 유사합기도도 ‘합기도’라는 이름을 사용하지만, 앞으로 국내에서 열리는 GAISF 주관 국제 대회에서 유사합기도는 IAF(국제합기도연맹)의 승인 없이 명칭을 ‘합기도’로 표기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대한합기도회 집행부가 합기도를 바르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GAISF와 IAF(국제합기도연맹)에서도 합리적이고 단호한 결정을 내려서 만든, 의미 있는 변화이자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GAISF가 계속 세계무예마스터십을 후원한다는 것을 전제로, 제3회 대회와 그 이후를 더 기대합니다. 아직은 유사합기도인들 사이에 제2회 세계무예마스터십에서 合氣道 종목에 Aikido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불만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세계무예마스터십 행사가 거듭되면서 ‘合氣道=합기도=Aikido’라는 사실이 국내에 계속 알려진다면, 우리나라가 한자 문화권 국가라는 특성 때문에 合氣道라는 명칭을 두고 생겨났던 왜곡된 정보가 순리를 따라 자연스럽게 정화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이러한 변화를 수긍하기 어려운 유사합기도 단체는 국제적으로 合氣道 명칭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 자격과 정당성에 관하여 해당 사안의 당사자로서, 정통 合氣道를 지향하는 대한합기도회 또는 국제스포츠기구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안에서는 도저히 풀리지 않던 복잡한 일이 밖에서 해결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에는 냉철한 심판관들이 객관적인 시각에서 사안을 낱낱이 분석해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유사합기도를 수련하거나 지도하는 분들에게는 부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이번 세계무예마스터십을 바라봐 주실 것을 당부합니다.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 유사합기도가 처한 현실이 어떠한지, 그리고 정통 合氣道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강조합니다. 合氣道(Aikido)는 일본의 검술과 유술을 기반으로 우에시바 모리헤이(植芝盛平, 1883~1969)가 창시한 현대 무도입니다. 유사합기도인 중에는 정통 合氣道(Aikido)로 전향하고 싶으나 새로운 기술 체계와 수련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에 두려움 또는 부담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내려놓아야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습니다. 대한합기도회를 통해 정통 合氣道를 배우고 지도할 수 있는 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이것으로 길었던 글을 마무리합니다.(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