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민 박사의 아이키도 승단소감

이동민 박사의 승단증 수여식

내가 아이키도 수련을 지속할 수 있었던, 그리고 계속해 가야만 하는 이유

2018년도 몇 달 남지 않았습니다. 2018년 한 해는 제게 여러 성취와 발전이 있었던 해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아이키도 승단은 특히 많은 의미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아이키도 수련은 단순한 운동이나 신체 단련의 수준을 넘어 제 삶의 일대 전환점이었습니다.

아이키도 수련을 통해서 수십년간 제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으면서 제 삶을 좋지 않은 방향으로 몰고가던, ‘내성적이어서 나약한 남자’라는 왜곡된 자아를 ‘내성적이어서 괜찮은 사람’이라는 올바른 자아로 바꿀 수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리고 아이키도 승단을 통해서, 이러한 삶의 전환점을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평가해 봅니다. 2018년이 다 가기 전에, 이에 대한 소감을 한번 글로 남겨 볼까 합니다.

돌이켜 보면 아이키도 수련을 지속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이키도를 시작한 해는 아직 학위과정 중이어서, 그나마 수련에 집중하기에 힘들지 않은 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학위를 받고 나니, 수련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들이 계속해서 일어났습니다. 무엇보다도 학자로서 제 입지를 다지고 위치를 정해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하면서, 2년 가까운 시간동안은 1주일에 도장에 한 번 나오기도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사실 학자가 학계에서 제대로 인정받으려면, 자기만의 연구분야를 확실히 세워야 합니다. 이런 식의 ‘자기브랜드’는 보통 학위논문을 바탕으로 세워갑니다만, 저는 이런저런 이유로 학위를 받은 뒤에 ‘새로 판을 짜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야 했습니다. 당연히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뒤따랐습니다.

국제저명학술지에 투고한 논문들이 연달아 고배를 마시는 어려움을 겪으면서, 심지어는 제가 학자의 길을 선택한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이었나 하는 회의감에 젖기도 할 정도였습니다. 이러다 보니, 학위를 받고 나서 약 2-3년 정도는 승단은커녕 아이키도 수련을 간신히 이어가는 형편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여러 지역에 소재한 대학들에 출강하면서 수련할 시간 자체를 내기가 힘들었던 현실은 덤이었구요. 하지만 그런 어려움에 몇 년간 직면한 상태에서도 아이키도 수련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었던 까닭은, 바로 아이키도만이 가진 매력과 장점 덕택이었습니다. 즉, 아이키도가 단순한 운동이나 신체 단련과는 다른 차원의 의미를 전해 주었기 때문이었지요.

경쟁에 앞서 타인에 대한 배려를 강조하는 ‘만유애호’의 정신, 누군가를 이기고 꺾는 경쟁이 아닌 자기자신의 차원높은 성장과 ‘吾勝’의 경험은 사실 아이키도 수련이 아니고서는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저는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아이키도 수련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극기’, ‘배려’ 등의 용어 자체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얼마든지 들을 수 있지만, 그저 말로만 듣는 극기와 배려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경험을 통해서 ‘만유애호’와 ‘오승’을 체감할 수 있는 기회는 바로 아이키도 수련 뿐이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저는 아이키도 수련을 삶의 일부로 여기고 지속해 올 수 있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작년 무렵부터 고민하던 문제들이 서서히 해결되고, 시행착오 끝에 연구한 내용들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서 아이키도 수련에 또다시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랬기에 조금 늦게, 5년만에 초단을 허락받을 수 있었습니다. 박사학위 취득에 4년이 걸렸으니, 박사학위 취득보다 아이키도 초단 승단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린 셈입니다. 그러면서 저는 ‘상황이 여유로워져서’ 아이키도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아이키도 수련을 지속했기에 초학자로서 겪었던 어려움을 그래도 잘 대처해갈 수 있었다고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윤대현 선생님께서는 흔히 저를 일컬어 ‘학자의 몸’을 가졌다고, 그러다 보니 아이키도 수련을 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고 이야기하곤 하십니다. 하지만 아이키도를 수련하면서 저는 저의 ‘학자의 몸’, 즉 신체적으로 빠르고 유연하지 못한 몸을 ‘남자답지 못한’ 저의 단점과 열등감이 아닌, 저 자신의 몸으로 새롭게 바라보고 그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랬기에 저는 지리교육학 연구를 제 본업이자 평생의 과업으로 여기는 한편으로, 아이키도를 저 자신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든 소중한 경험, 삶의 일부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학자로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학문에 천착하고 학자로서 훌륭한 업적을 남기는 것이 제가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학자로서 자신있게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아이키도 수련입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아이키도 수련에 정진함으로써, 아이키도의 만유애호 정신을 학업을 통해서, 그리고 생활을 통해서 실천해 가고 싶습니다.

이동민(본부도장)

Dong-min Lee, Ph.D.
Assistant Professor, Department of Geography Education
Catholic Kwandong University, Gangneung City, South Korea
대구교육대학교 졸업(2003)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지리교육과(교육학박사, 2014) 전) 대구교육대학교 박사후연구원 현) 가톨릭관동대학교 지리교육과 초빙교수 한국교원대, 서울교대, 서울대, 공주대, 전남대 등 출강 한국문인협회 정회원 한국번역가협회 정회원 주요 저역서: 『세계화와 로컬리티의 경제와 사회』 (역서, 2013, 논형) 『사카모토 료마와 메이지 유신』 (공역, 2014, 푸른길) 『지리의 모든 것』 (역서, 2015, 푸른길) 주요 연구업적: How to design and present texts to cultivate balanced regional images in geography (Journal of Geography, 2013) Mindful learning in geography: Cultivating balanced attitudes toward regions (Journal of Geography, 2015) E-mai: dr.dongmin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