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미쳐보고 싶지 않는가?

合氣道 道主 植芝盛平

 

몇년 전 모 합기도단체 회장의 따님 결혼식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때 합기도 관장들이 많이 모여 있었는데 나를 잘 알고 있던 관장이 차 한잔 하자며 자리에 앉는 나에게 “어떻게 그렇게까지 미칠 수 있습니까?” 라고 질문했다. 그는 내가 오랫동안 격투기 특히 무에타이를 최초로 정식 도입하고 많은 행사를 치룬 경력을 잘 알고 있었기에 합기도(Aikido)로의 전환이 충격적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주변에서 그러한 얘기들을 많이 들었다. 그러나 실제로 아이키도를 배워본 사람들은 그 이유를 쉽게 찾아내곤 한다. 아이키도가 가장 많이 잘 알려지고 전세계에서 회원 숫자가 제일 많은 곳이 프랑스다. 아이키도가 프랑스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는 이유는 그들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프랑스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톨레랑스(프랑스어: Tolérance)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듯 하다.

합기도 창시자인 우에시바 모리헤이 선생이 2차 대전중에 보인 행동들은 전쟁이 한창인 일본에서 매우 이례적이었다. 모두 군국주의 망령에 매몰되어 있을 때에 전쟁을 반대하고, 무사도가 일본의 침략전쟁을 합리화하는 방편의 하나로 이용되는 것을 철저히 거부하였다. 오직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시골로 들어가 무농일치(武農一致)의 삶을 살면서 깨달음을 추구해 갔다.

자신의 무도를 합기도(Aikido)라 하고 만유애호의 도(道)라고 명명했다. 모든 만물을 보호해야 하는 길을 제시한 것이다. 시골로 낙향한 창시자는 그곳에서 살고 있던 영친왕을 만나게 된다. 영친왕의 건강을 담당하고 있는 니시 선생의 추천으로 우에시바는 영친왕에게 평화의 무술로서 합기도를 소개하게되고 우에시바 선생에게 감동한 영친왕은 적지 않은 하사금으로 창시자를 도왔다.

나는 무술에 대단한 의미부여를 하며 성장하지 않았다. 그저 태권도장을 운영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운동을 하게 됐고 극진공수도와 무에타이 같은 강한 무술을 찾아서 해외까지 다니게 되었다. 그러한 나에게 우에시바 선생이 만든 합기도는 나의 삶에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오직 강함으로 승리만을 추구하던 나에게 합기도는 무도의 의미를 처음으로 제대로 생각하게 하였고, 늘 공격성향의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 주었다.

결혼식장에서 만난 관장이 무술은 강한 것이 좋다는 사람들의 인식에 파고들기 쉬운 타격기에서, 한없이 약해 보이는 그리고 무도를 바라보는 순수함이 부족한 우리나라 환경에서 일본무도라고 하는 아이키도로의 전향은 자칫 ‘미친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자아내기에 부족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폭력적인 운동을 하던 내가 무술을 통해 평화를 추구한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그러한데, 오랜 기간 나를 지켜본 지인들에게는 더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아이키도를 통해서 나는 인생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고 60을 바라보는 나이에서도 20대 못지 않은 활동을 하고 있다. 나에게 질문한 그 관장에게 ‘미쳐보고 싶지 않는가?’하고 되물어 보고 싶다.

 

이하는 무도인이며 교육자, 체육행정가이신 김정행 선생(전 용인대 총장, 전 대한체육회장)의 저서를 인용하여  합기도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합기도와 아이키도 명칭

합기도는 일본의 고유 전통 무술인 다이토류(大東流) 유술(柔術)이 창시자 우에시바 모리헤이(植芝盛平:1883-1969)에 의해 1930년부터 재정립의 기초를 마련하면서 현대의 합기도로 발전 보급된 것이다. 아이키도우(あいきどう)는 한문 표기가 합기도인 것을 우리나라에 전파되면서 한자 표기의 합기도를 우리말로 표기함에 자연스럽게 ⌜합기도⌟라는 말을 쓰게된 것이다.

(김정행 공저, 『무도론』, 서울: 대한미디어, 1997, p.444)

합기도의 변형과 변질을 지양

한국 합기도의 40년사 안에서 역사의 왜곡과 합기도의 변형 변질을 지양하고, 1000여년에 가까운 전통의 일본 합기도 역사를 이해하고 배우며, 무도로서의 합기도 본질(essence)을 받아 들임으로써 반드시 현대 무도로 정립된 순수한 합기도의 원형 위에서 발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합기도에 내포된 이념과 사상(철학)의 토대 위에 이론과 실기가 일치되는 정신과 기술을 바르고 정확하게 지도 보급해야 한다.

(상게서 pp.448~449)

 

합기도의 기본 정신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절실한 생존경쟁 속에서 매일을 보내고 있다. 시합장에서도 그리고 직장에서도 ⌜남을 쓰러뜨리고 나만 살면 된다⌟는 정신이 팽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고 방식으로 우리는 과연 즐거운 인생을 보낼 수 있는 것인가? 남을 쓰러뜨리면 멀지 않아 자신도 쓰러지게 된다. 언제든지 이겨야 된다는 정신의 소유자는 언젠가는 망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같은 전투의식을 가지고 있는 결과로써 문명이 어느정도 진보된 것임에도 우리는 모두가 차차 불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하루속히 몸에 익혀야 되는 정신은 무엇인가 그것은 ⌜남을 살리고 나도 산다⌟는 정신이다.

이것이 합기도의 기본정신이기 때문에 사랑의 무도, 인화의 무술이라고 불리고 있다.

(상게서 p.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