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흐트러 지지 않는 마음(不動心)

흐트러 지지 않는 자세, 부동의 마음

 

흐트러 지지 않는 마음(不動心)

검술에서 강조되는 것 중에 하나가 ‘부동심’이다. 위급한 상황에서도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검술을 훈련하다 보면 기세우위를 선점한 상대가 빠른 검으로 위협적인 공격을 할 때가 있다. 이때 똑같이 빠른 스피드로 상대하다 보면 위협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패색이 짙어지거나 지치게 된다.

이때 부동심이 필요하다. 어떤 공격이 들어와도 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말한다. 전투를 해야하는 군인의 자세로서 강조되는 내용이기도 하다. 물론 실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부동심도 가능하다. 아이키도 수련이 추구하는 마음과 자세이다. 

전투에서 상대의 위세에 눌려 싸워보지도 못하고 도망만 치다가 스스로 죽음에 이른 역사적인 사건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한국 역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기록으로 남긴 6,25 전쟁 당시 현리전투, 임진왜란의 칠천량 해전, 병자호란의 쌍령전투가 그 예다.

현리전투에서는 사단장들을 비롯한 모든 지휘관들이 지휘를 포기하고 계급장을 제거한 후 살기위해 무질서하게 도피함으로 해서 참패한 사건으로 이 전투로 인해 한국군의 작전 지휘권이 미군에게로 넘어가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임진왜란의 칠천량 해전 때는 조총 한 발에 많은 조선 수군이 싸워보지도 않고 놀라 도망치다가 스스로 무너져 버렸다는 기록이 있다.

병자호란의 쌍령전투는 남한산성에 피신해서 버티던 인조가 청나라에 굴욕적인 항복을 하게 되는 사건으로 300명의 청나라 기병대가 돌진하여 닥치는대로 공격하자 순식간에 수천명이나 되는 조선군의 대오가 무너지면서 대부분의 병사들이 전의를 잃고 도주하다가 밟혀죽거나 포로가 된 사건이다.

부동의 마음을 상실한 지휘관의 과오가 다수의 소중한 생명을 잃게하고 치욕적인 패전의 역사로 남긴 사건들이다. 현대에 와서 무도를 수련해야 하는 이유는 한 가정의 가장이 되기위해 혹은 조직의 지휘관이 되기 위해, 종교 지도자가 되고 사회의 조화로운 일원이 되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일체시키는데 무도만큼 뛰어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자기보다 나은 상대를 용납하지 못하는 오랑우탄의 저급한 싸움이 아닌 어떤 상황에서도 부동의 자세를 잃지 않는 것을 배워야 한다.


“무술은 단순히 무술을 위한 무술이 아니라 자신이 믿고 있는 신념에 대해 굽히지 않고 봉사할 수 있는 부동의 마음을 확고히 하기 위한 것이다.”  -아이키도 윤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