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검도와 아이키도 이야기

 

인천에서 세계검도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검도는 일본내에서만 회원이 천만명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수련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어린이들이 한번쯤 태권도를 해봤을 정도로 일본에서는 검도가 그런 위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성인을 위한 도장을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과 달리 일본은 성인들이 더 많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검도 역시 예(禮)를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무도입니다. 빠른 발의 움직임과 예리한 눈, 우렁찬 기합은 검도의 매력입니다. 실제 검도를 잘 모르는 일반인이 검도경기를 보면 패배한 선수와 승리한 선수의 반응이 다르지 않아 누가 이겼는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시합에서 항상 지는 사람도 승단을 합니다. 지엽적인 승부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지고 이기는 것을 초월해서 자신을 개선할 수 있는 수행의 방편으로, 예를 우선하는 인간으로서의 성장이야말로 검도수련이 갖춰야 하는 덕목이라는데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검도  시합에서 이겼다고 해서 좋고, 졌다고해서 일희일비하는 것은 진정한 검도인의 모습이 아닌 것입니다. 검도시합은 한 순간에 승패가 결정나므로 심판의 판정이 정확치 않으면 시비논란이 따르게 됩니다.

따라서 실제 검도수련보다 더 혹독하다고 하는 것이 심판교육입니다. 조그만 검도대회는 일반 사범들이 심판을 볼 수 있지만 실제 세계대회나 전일본선수권대회 같은 큰 대회는 심판이 최고수라 할 수 있는 8단으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검도는 엄격한 교육을 통해 예민한 눈을 가질 수 있는 심판을 만드는 것으로도 정평이나 있습니다.

실제 시합 장면을 보면 주심과 2명의 부심이 삼각구조로 서서 그 구조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나의 심판이 움직이면 두명의 심판이 똑같이 움직이며 삼각구조를 유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모습은 양 선수가 동시에 순간적으로 펼쳐지는 공격에 대해서 심판이 볼 수 없는 사각을 최대한 없게하려는 노력입니다.

“내가 보는 것을 왜 당신은 볼 수 없는가?”라는 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수련경력과 실제 실력을 갖춘 8단이 엄격한 교육을 통해 예민한 눈으로 판정에 실수가 없도록 하게끔 하는 것입니다. 선수보다 높은 단을 가진 지도자가 심판을 보고 심판의 움직임 또한 흔들리지 않아 마치 심판도 선수와 함께 수련을 하듯 반듯함을 보입니다.

다시 얘기하지만 검도시합은 이기고 지는 것이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경쟁이 다반사가 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승패에 대한 목마름은 예의 바른 검도인을 일반 격투기시합 선수와 별반 다르지 않게 비교해 버리곤 합니다. 펜싱 경기에서 승자가 마스크를 벗고 껑충 껑충 뛰며 두손을 들고 환호성을 지르는 모습이 검도 고단자들은 받아들이기 힘든 모습이고,

검도(Kendo)가 올림픽 종목이 되려고 애쓰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유도가 올림픽에 들어가서 승패에만 매몰되어 룰이 바뀌는 것을 보면서,  검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예(禮)와 전통이 사라지지 않을까 경계하는 고단자들이 많습니다. 승패에 연연하는 사람들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전쟁이 없는 세계평화에 대한 추구와 인간과 인간 또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꿈꾸며 만유애호의 도(道)로서 시합이 없는 아이키도(合氣道)가 우에시바 모리헤이라는 위대한 무도가에 의해 탄생하였습니다. 고류 검술을 기반으로 하였기 때문에 현대검도와 유사점이 많으며 현대무도에서 사라져 가는 부분을 현대인에게 맞게 발전시켜 탄생된 것이 아이키도라는 무도입니다.

“아이키(合氣)는 자기를 극복하고 상대의 적의를 없애는, 적 자체가 없도록 하는 절대적인 자기완성으로 향하는 길이다” – 아이키도 창시자 우에시바 모리헤이

이기고 지는 것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반무도와 다르며 아이키도를 이해하는 한국인이 아직까지는 극소수여서 앞으로도 많은 홍보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오늘 내가 검도에 관련한 소회를 나열한 것은 인천에서 검도세계대회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한국에서 그동안 劍道(검도)를 영문으로 ‘KUMDO’라고 표시를 해왔는데 세계인이 주목하는 대회에서 KUMDO라고 쓸지 KENDO라고 쓸지 개인적으로 궁금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역시 ‘KENDO’라고 쓴 것을 확인했습니다. 집행부의 고뇌가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