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합기도 단체의 무리수 – 『삼일신고』는 그런 게 아니란 말입니다! (6)

– 합기(合氣)의 원리를 『삼일신고』에서 찾으려는

사이비 합기도 단체의 시도는 왜 잘못된 것인가 –

 

 

■ 안타까운 현실, 그리고 결심

 

타인의 잘못을 들춰내는 것은 참 불편하고 어려운 일이다.

당사자의 감정을 다치게 하며, 심한 경우는 그로부터 원한을 사기도 한다. 또 남의 잘못을 들추던 쪽도 언제든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은 평소에 말과 행동을 신중히 해야 한다.

 

그래서 사이비 합기도 단체가 저지른 잘못을 어디까지 파헤쳐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어차피 수십 년째 잘못된 정보를 진실인 양 신앙하고 있으며, 신앙은 시비(是非)를 따진다고 해서 포기할 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모른 척 하고 지나갈까’하는 생각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가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의 한도 내에서는 끝장을 보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있었다.

 

‘네이버 지식iN’에서 ‘통성, 지명, 보정’과 ‘기화, 지명, 합혜’를 검색어로 넣어 검색한 화면이다.

 

안타까운 현실(통성 지명 보정)

< 통성, 지명, 보정 검색 결과>

안타까운 현실(기화 지명 합혜)

< 기화, 지명, 합혜 검색 결과 >

 

마치 한 사람이 쓴 것처럼 똑같거나 비슷한 내용이 수없이 이어진다. 조금만 조사해 보면 자기가 올리는 정보에 심각한 오류가 있는 것을 금방 알 텐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요즘 쓰는 말로 ‘영혼 없는 Ctrl+C(복사), Ctrl+V(붙여넣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었다.

 

나는 이런 행태가 선조들이 물려준 훌륭한 정신 유산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에게 사이비 합기도 단체가 『삼일신고』를 가지고 장난을 쳐 왔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하게 알려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긴 것은 그 때문이다. 사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장난이 들어올 틈이 사라진다.

 

 

 

■ 『삼일신고』에서 합기(合氣)의 원리를 찾으려는 시도, 번지를 잘못 찾다

 

이전 글에서 사이비 합기도 단체는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고 했다. 이제 제대로 된 번지를 찾아주겠다. 사이비 합기도 단체는 더 이상 사람들을 속이지 말기 바란다.

 

『삼일신고』에는 <통성(通性),지명(知命),보정(保情)>이나 <기화(氣化), 지명(知命), 합혜(合慧)>라는 구절이 나오지 않는다. 이것은 대종교 경전 중에서 『회삼경』에 나오는 말이다.

 

게다가 사이비 합기도 단체는 『회삼경』에 나오는 기화(氣和)의 화를 化로 잘못 옮겨 썼다. 사이비 합기도계 사람들은 누군가 처음에 기화(氣化)라고 틀리게 썼던 것도 모른 채 수십 년째 사용해 왔을 것이다.

  •  기화(氣化) : [명사] <물리> 액체가 기체로 변함. 또는 그런 현상(네이버 국어사전)

 

회삼경 - 통성지명보정, 원방각

< 『회삼경』 제2장 中 – 통성, 지명, 보정 >

 

회삼경 - 합혜

< 『회삼경』 제9장 中 – 기화, 지명, 합혜 >

 

<통성(通性),지명(知命),보정(保情)>과 <기화(氣和), 지명(知命), 합혜(合慧)>는 다음 편에서 언급하겠다.

 

② <지감(止感), 조식(調息), 금촉(禁觸)>은 『삼일신고』와 대종교 경전에 공통으로 나온다.

그런데, 대한합기도협회가 합기법을 창작하면서 “삼법인 지감(止感), 조식(調息), 금촉(禁觸)을 회통하여 힘, 지혜, 덕을 얻고자 하는 정신적인 수련”이라고 한 것은 대종교 경전 중 『삼법회통(三法會通)』에서 가져온 것이다.

 

‘삼법’과 ‘회통’은 다른 선도 수행 단체에서도 쓰는 용어이기 때문에 굳이 시비를 걸고 싶지는 않다. 문제는 지감, 조식, 금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의 순서가 틀렸다는 데 있다. 다음 편에서 함께 다루겠다.

  •  필자(정성진) 주 :『삼법회통(三法會通)』은 대종교 3대 교주 윤세복(尹世復)이 대종교의 수행방법에 관하여 쓴 책이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지은이는 ‘『삼일신고』의 진리훈(眞理訓)에 나오는 지감(止感)·조식(調息)·금촉(禁觸)의 이치를 바탕으로, 30여 년에 걸친 수행 체험에 의해 1943년 만주의 옥중에서 (삼법회통을) 기초(起草)하였고 1952년에 탈고하였다’고 한다.

 

③ 사이비 합기도계의 원로 지한재 씨가 “삼일신고에 보면 단군께서 고시를 시켜 농사를 짓게 했는데, 높은 데는 기장을 심고, 낮은 데는 찰벼를 심게 했습니다.”라고 했던 말은 대종교 경전 중 『신사기(神事記)』에 나오는 것이다.

  •  『신사기』 : 대종교 경전 중 하나로, 내용은 하느님이 세상를 만든 일(造化), 인간을 가르친 일(敎化), 나라를 세우고 다스린 일(治化)을 담고 있다. 대종교의 초대 교주 홍암 나철이 어떤 노인으로부터 『삼일신고』와 함께 전수받았다고 전해진다(클릭). 참고로, 『신사기』의 ‘신’자도 원래는 ‘귀신 神’이 아니라 ‘하느님 신’이다.

 

『신사기』는 제1장 조화기(造化紀), 제2장 교화기(敎化紀), 제3장 치화기(治化紀)로 구성돼 있고, 제2장 교화기에도 『삼일신고』가 들어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단군께서 고시를 시켜 농사를 짓게 한 것은 제3장 치화기에 나오는 내용이다.

 

신사기 - 고시

< 『신사기』 제3장 中 >

 

이 대목은 조선의 왕 단군께서 신하들에게 나라의 중요한 일을 맡기는 장면으로, 그 중에 고시라는 신하가 농경을 맡았다. 『삼일신고』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또한 지한재 씨가 『삼일신고』에 나와 있다고 했던 ‘체술로서 태기’라던가 ‘백제의 삼랑도’를 유추할 수 있는 문구는 『삼일신고』는 물론이고 다른 대종교 경전 안에서도 찾지 못했다.

  •  필자(정성진) 주 :  이것은 지한재 씨가 지어내거나 대종교 경전 말고 다른 곳에서 가져온 말인지, 아니면 대종교 경전 안에 들어가 있는데 내가 발견 못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이 부분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는 분이 있다면 내용을 확인한 뒤 나의 견해를 얼마든지 바꿀 용의가 있다.

『삼일신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뒤돌려차기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특별히 논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이제 그만 정리하자.

 

사이비 합기도 단체와 원로가 『삼일신고』에 들어 있다고 했던 사이비 합기도 수련의 이념과 합기의 원리는 거의 대부분 『삼일신고』 본문이 아니라 『삼일신고』를 기초 삼아 대종교에서 쓴 제2, 제3의 다른 경전에 나오는 것들이다.

 

『회삼경』, 『삼법회통』은 『삼일신고』의 진리훈을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 쓴 것이고, 『신사기』에는 『삼일신고』가 포함돼 있지만, 『회삼경』, 『삼법회통』, 『신사기』 그 자체가 『삼일신고』는 아니다. 『삼일신고』 아닌 것을 『삼일신고』라고 했으니 번지수를 잘못 짚은 데다, 그나마 제대로 베끼지도 못해 틀린 글자(기화氣化)를 계속 사용해 왔다.

 

사이비 합기도 단체가 이제부터라도 “아이쿠, 합기(合氣)의 원리가 들어 있는 것이 『삼일신고』가 아니었군요.”라면서 경전의 이름을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포장이 잘못된 이유는 경전의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로 껍데기만 가져다 썼기 때문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