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과의 싸움

                                  <2011 첫 국제강습회 참가 당시 윤대현 선생님과 >

 

위 사진은 아이키도를 시작한 첫 해,

서울에서 열리는 첫 국제강습회에 참가하여 윤대현 선생님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벌써 6년 전의 일이다.

최근에 나를 알게 된 몇 몇은 사진 속의 날 ‘수줍음이 많다’라고 표현을 했고,

소심함과 어색함으로 위축되어 있는 내 모습에 나 역시도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내가 저랬던 적이 있던가’

사진 속 나의 모습이 나조차 낯설다니…

 

어릴 적부터 나는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아이였다.

딱히 뭐가 되고 싶다는 꿈도 없었다.

그저 게임이 좋아서 게임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을 택했고, 밤낮 없는 개발자 생활에 지쳐 아무것도 하지 않고 3년을 놀아보기도 했다.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다시 일을 시작했고, 직장에서 문영찬 지부장을 알게 되고, 그러다가 만난 것이 아이키도이다.

위의 사진은 내가 한창 방황하던 그 무렵에 찍은 사진이다.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사진 한 장.

 

아이키도를 하면서 힘든 것 중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단연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말하고 싶다.

타인과의 경쟁이 아닌 자신과의 경쟁에서 이기라 한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어제보다 조금 더 발전한 내 모습을 위해 노력하라고 한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러기 위해서 수많은 자기반성과 자기극복의 노력을 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절실히 깨닫게 된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10월 스가와라 선생의 강습회가 있기 며칠 전의 일이다.

강습회 날짜가 다가오면서 이상하게 검도 무겁고 몸도 무겁고.. 무기술 연습이 예전처럼 뜻대로 되지 않아 신경이 한껏 날카로워 있던 터였다.

그날은 나와 문영찬 지부장만 연습에 참가하게 되어 일대일로 검술 수련을 하는데 “너 그러다가 내 검에 한 대 맞겠다..?!” 라는 지부장의 한마디에 결국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열심히 했는데 대체 왜 안 되는 거지? 억울했다.

그렇게 난 무너졌고 남은 수련 시간동안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곤 깨달았다.

가토리 목록을 실력으로 받았다고 증명하고 싶은 마음, 나를 인정하여 주신 선생을 실망시키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 내 검을 무겁게 했고, 내 몸을 무겁게 했고,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는 걸…

결국 난 나와의 싸움에서 진 것이다.

타인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지에 초점을 두고 누군가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수련을 하니 몸과 마음이 열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날 이후 난 가토리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오모테노타치부터 한 동작 한 동작 다시 연습하기 시작했다.

 

6년간 아이키도를 하면서 이처럼 수많은 좌절과 반성의 시간들이 나에게 있었다.

그런 자기극복의 시간이 쌓이면서 움츠려들었던 내 어깨가 점점 펴지고 자세가 반듯해지고 나의 정신 또한 그만큼 성장했으리라 믿는다.

 

기술적인 성장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인 성장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과연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할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나의 노력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이다.

 

<2016 이가라시 선생 캠프에서 한국팀 단체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