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평생운동으로서 부족하지 않다.

스물다섯부터 시작해서 마흔 중반까지 20년 동안 아이키도를 수련하고 있는 개신교인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광신도처럼 아이키도에 빠졌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교회 집사에게 무엇에 빠졌다는 농담은 경우에 따라 불편할 수도 있지만, 상황을 이해하면 재미있는 일입니다. 사실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종교나 운동은 가지 않아도 또 하지 않아도 되는 별것 아닌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종교인이 되어야 이타적 사랑을 실천하는 것도 아니며 도장에 안가면 운동할 게 없는 것도 아닙니다. 종교와 운동은 가벼이 생각해도 되는 것 같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종교는 영적인 삶을 말하고 아이키도는 현재의 삶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상반된 것 같지만 같은 것이며 행복한 삶을 위해 실천을 추구한다 점에서 가벼이 여길 수 없는 것입니다.

광신도 같다는 얘기는 종교인에게는 나쁜 의미를 갖고 있는 단어입니다. 하지만 운동에 빠져서 산다는 말은 나쁜 것이 아니기에 아이키도 광신도 같다는 말은 듣기가 나쁘진 않습니다. 그만큼 아이키도라는 운동이 평생운동으로서 부족하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아이키도가 무엇이 어떻게 좋은지 설명을 해 드리겠습니다.

아이키도 기술은 검술과 유술라는 두 개의 축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합기』라는 단어는 기술적 표현에서 나타나는 신비한 에너지를 말합니다. 도장에서 검으로 상대훈련을 하다보면 두 가지 특별한 효과가 나타나는데 하나는 공수(攻守)를 펼치는 거리에 대한 감각입니다. 그것을 간합(間合)이라고 하는데 위험을 감지하는 정확한 간격을 조절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두번째는 아와세(合わせ)라고 하는 타이밍이 좋아집니다. 타이밍은 모든 무술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이지만 특히 검술에서 타이밍은 생사(生死)를 가르는 것이므로 더욱 중요합니다. 간합과 아와세는 검술훈련에서 얻는 효과의 핵심입니다. 가장 무서운 싸움은 칼싸움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검술을 훈련하다 보면 담력이 강해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순간적으로 다가오는 피할 수 없는 죽음을 경험하듯 느끼는 것입니다. “이렇게 죽는 것이구나!” 라는 것을 경험해 본 사람은 죽음 앞에서도 평상심을 유지하는 초인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게 됩니다. 검술을 유술로 표현하는 것이 아이키도입니다. 하지만 아이키도를 그저 평범한 운동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은 기술 하나 하나가 인생의 지침이 될만한 교육적 가르침을 수반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키도 훈련 그 자체가 인성교육이 됩니다. 한 가지 기술을 연습하면서 삶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인간관계의 제반 실수를 바로 잡는 효과가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고 얻는 지식보다 훈련으로 얻는 지식이 더 강력하게 기억되기 때문에 자신을 개선시키고 더 좋게 변화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점이 강한 것만을 추구하는 타무술과 구별된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상대의 공격을 막어서지 않고 검을 흘려 보내듯 유술을 펼칠 때도 상대의 힘과 부딪침 없이 흘려 보내면서 유도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면서 힘을 쓰지 않고도 자연스럽고 안전하게 상대의 공격을 중화시키거나 무력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간합에서 공격을 기다리지 않고 상대의 움직임을 적극 이끌어 냄으로서 상대의 행동을 안전하게 유도한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정통한 모든 무도는 훈련의 성과로서 특징있는 몸이 만들어지면서 형성되는 정신적 성향이 나타납니다. 태권도는 가벼운 중심과 빠른 발놀림이 있다면 유도는 안정된 무거운 중심과 밀고 당기는 강한 힘이 있습니다. 검도는 반듯한 허리와 잔심(残心) 그리고 기검체(気剣体)를 일치시키는 빠른 보법이 있습니다. 스포츠로 발전한 태권도, 유도, 검도는 경쟁적인 시합을 통해서 지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해집니다.

아이키도는 유도의 무거운 중심과 검도의 반듯한 허리를 가졌으며 잔심을 표현합니다. 또한 완력이 아닌 탈력(脫力)을 이용하며 합기라는 독특한 형태의 에너지를 발전 시킨다는 점에서 타무술과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훈련에서는 몸은 정승과 같이 반듯하게 하고 발은 실무자 같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손은 깃털처럼 가볍게 함으로서 완력을 사용치 않고도 상대를 무력하게 만듭니다.

평상심을 유지하며, 경쟁을 하지 않고도 자존감을 극대화 시킬 수 있고 상대와 부딪침을 피할 수 있게 만들므로서 타인과의 관계를 나쁘게 발전시키지 않습니다. 또한 평화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갖게 됨으로써 잘못 만들어진 거칠고 강한 인상을 부드럽게 해 줍니다. 무술이 과격하고 폭력적이며 한번 붙어 보자는 식으로 호전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부작용과 같은 것입니다.

서로 부딪치거나 말 몇마디로 알게 되는 것도 있지만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불쾌감을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인상이 어디서부터 무엇 때문에 만들어지고 형성됐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대체로 거친 운동은 강한 인상이 만들어 집니다. 날카로운 눈도 마찬가지고 호전적인 행동과 말투도 그렇습니다. 싸움을 생각하면 상대를 압도하는 눈빛과 거친 말투와 행동을 하게 됩니다.

아이키도는 강한 힘으로 상대를 압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싸움이 벌어졌다고 해도 가능한 싸우지 않고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기술적으로 요구합니다. 힘이 부딪치지 않고, 안전하게 해결하는 것을 연습하며 훈련합니다. 도구를 들고 싸우는 것이 더 무섭지만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잘 알기 때문에 좀 더 평화적인 방법을 선택합니다.

아이키도가 정말 어려운 것은 일상의 삶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폭력이나 실수에 대해서 어떤 선택과 방법이 자신을 안전하게 하며 삶을 평화롭게 하는지 지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하는쪽 즉 공격자(우케)의 입장이라고 해도 결코 모멸감을 주거나 비참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긴장을 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서로가 함께 승리하는 것으로 상생(相生)하는 것입니다.

무술에서 싸우지 않는 가르침을 주는 운동은 아이키도가 유일합니다. 단순 무식하게 싸워서 어떻게든 이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 훨씬 어렵지만 더 좋은 방법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키도를 어떤이는 종교같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아이키도는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는 종교인들이 좋아하는 운동이기도 합니다.

30년 가까이 수련하고 거의 20년 이상 아이키도를 소개하고 있지만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이를 느끼고 있습니다. 사업가에게는 기존의 틀을 깨는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정치인에게는 비폭력 무저항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알게 해주는 운동, 인성교육을 위해서라도 자식에게도 꼭 가르쳐 주고 싶은 운동이 아이키도 입니다.

윤대현
국제합기도연맹(IAF) 한국대표 아시아합기도연맹 한국대표 (사)대한합기도회 회장 국제합기도연맹 공인 6단 신촌 본부도장 도장장 국제합기도연맹(IAF) 공인사범 도장연락처: 02-3275-0727 E-mail:aikidokore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