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도제방식으로 전해지는 합기도

<사진> 전세계 합기도(合氣道) 지도자는 창시자(開祖)로 부터 시작된 아래 계보와 연결되어 있다. 

한때 가장 오래된 국내 합기도 단체 수장이 태권도장을 운영하면서 합기도 협회를 운영하는 일이 있었다. 지금도 합기도를 수련하지 않는 사람이 협회장인 곳도 있고 기술의 본(本)을 보여주는 본부도장도 없이 사무실만 가지고 합기도 조직을 운영하는 곳도 적지 않다.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 보고자 한다.

합기도는 도제(徒弟)의 전통이 여러 분야에서 남아있는 무도(武道)다. 본부도장과 지부도장은 스승과 제자의 인간관계는 건조한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도제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아울러 지부도장 사이는 경쟁과 함께 끌어주고 밀어주는 도반(道伴)의 관계다.

태권도 관장이 합기도 협회장이 되는 것은 협회를 하나의 사업으로 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합기도 관장들에게 어느 선생에게 배웠는지 물어보면 선생이 아닌 협회이름을 대는 사람들이 많다. 협회를 그 저 대리점 본사 정도로 알고 있기 때문에 태권도 관장이나, 사업가가 합기도 수장이 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것이다.

도제방식으로 이어지는 합기도는 제자의 발전에 따라 단위(段位)를 판단하고 결정한다. 그것이 선생과 제자, 본부와 지부의 관계다. 협회는 행사를 열고 증(證) 발행만 할뿐이다. 합기도는,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관계가 중요하다. 그래서 본부와 지부가 서로 협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처음 단순했던 사형사제 관계가 오랜세월이 지나면서 다수로 발전하고 그로인해 연합체가 구성된다. 처음 시작은 하나의 도장에서 시작하지만 그 제자들이 독립하고 구성원인 도장이 많아지면서 하나의 조직으로 협회가 만들어지는 것이 정상이다. 도장도 없이 처음 부터 협회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만약 스승으로부터 시작된 제자의 관계가 아닌 비슷한 부류들이 이합집산해서 협회를 만들게 되면 협회는 사업장이 될뿐이다. 그런 곳에서는 능력이 뛰어난 또다른 자가 더 큰 또다른 조직을 만들수 있기 때문에 분열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테크닉으로만 바라보고 오는 사람은 원하는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가르치는 선생이 필요치 않게 된다. 스승을 내치는 자는 결국 그 자신도 무시 당하는 것이지만 당장의 이익 때문에 나중은 생각치 않는다. 승단(昇段)을 허가할때 금전적 수익으로만 생각하게 되면 사제지간의 관계는 없게 된다.

오랜시간을 두고 사제지간으로 형성된 중앙조직과 지부조직은 작은 조직이라고 해도 선후배에 대한 서로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있어 매우 단단하다. 사제지간이 아닌 이합집산으로 형성된 조직은 이익에 따라 모이거나 흩어진다. 사제지간은 서로의 잔을 채워주는 관계라 할 수 있다. 한때가 아닌 평생 해야 할 무도라면 위와 같은 기본적인 신뢰관계를 무시해선 안된다.

승단은 제자의 자질을 판단해서 스승이 허가하는 것이다. 오랜 세월을 선생과 함께 하지 못하는 사람은 협회에서 간단한 절차에 의해 주는 단증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모범적인 수련 형태를 보여주는 스승과 그 선생이 가르치는 도장이 없어도 된다. 그러한 곳에서는 각자도생하듯 지도자가 제멋대로 타무술을 섞어 가르치게 되고 선후배로 이어지는 통일된 정신과 기술체계는 없어진다.

정작 누가 적통의 계보를 이어가는지 알 수 없게 되고 오랜세월을 함께하고도 형제애(兄弟愛)와 같은 우정은 나누기 어렵다. 자격있는 선생의 추천이 없으면 협회는 절대 승단시키지 못한다. 일정 시간만 지나면 승단을 시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협회는 본부와 지부, 스승과 제자 관계를 철저히 기록하는 역할만 해야 한다.

선생에 따라 지도능력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더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면 더 나은 선생을 소개하고 추천할 수 있어야 한다. 노력하는 제자는 스승을 능가할 수 있다. 그러나 스승도 변함없이 노력 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제자는 세상을 떠날때까지 노력하는 그런 스승을 추앙하는 것이다. 선생에게 배울것이 없다면 더 이상 승단도 요구하지 않아야 한다.

4단이 가르친 제자는 5단이 될 수 없다. 6단에게 배우면 6단까지 알게 된다. 스승은 제자의 그런 자질을 확인하고 승단을 허가하는 것이다. 결코 협회가 승단을 주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도 안된다. 젊은 시절 한때 했던 운동만으로 8단과 같은 고단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도복을 입고 선생 앞에 서지 않는 사람이 승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승단(昇段)이 가능하고 돈만 내면 단증(段證)을 살 수 있는 그릇된 생각이 당연시되고 그것이 마치 한국적인 것이 되어 버린다면 지금까지 사이비 단체에서 보았듯이 더이상 미래를 바라볼 수 없게 된다. 그것은 지도자의 실책이고 회원 모두에게 실망만 일으키게 된다.

합기도는 철저히 도제 방식으로 전달되는 운동이다.

윤대현
국제합기도연맹(IAF) 한국대표 아시아합기도연맹 한국대표 (사)대한합기도회 회장 국제합기도연맹 공인 6단 신촌 본부도장 도장장 국제합기도연맹(IAF) 공인사범 도장연락처: 02-3275-0727 E-mail:aikidokore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