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무도는 이런 것이다.

DSC07171 (1)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이 지나면 즐거움만 남는다. -윤대현-

 

 

하코네(箱根町)에서 열리는 여름 캠프에 참가했을 때의 일이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으로 젖어버리는 8월초에 하계 휴가를 겸하여 열리는 캠프였다. 한 세션은 내가 가르치기로 되어 있었다. 함께 훈련하는 분들의 나이가 쉰에서 칠순은 되어 보였다. 중학교 체육관을 대관해서 열리는 행사였는데 들어가는 입구부터 달궈진 열기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움직일 때마다 땀이 비오듯 떨어지며 매트를 적시고 있었다. 나와 함께 파트너가 된 분은 70 정도되어 보이는 노인이시다. 교대로 입신던지기를 했다. 내가 기술을 받는 차례가 되어 매트에 떨어졌을 때 노인의 얼굴이 더위로 벌겋게 달아 올랐고, 땀으로 범벅이 된 입가에서 거품이 길게 늘어진 것을 보았다. 더위 때문에 땀인지 침인지 구분을 못하고 있었다.

 

군대에서 화생방 훈련을 받을 때 가스실에 들어갔다가 문밖으로 뛰어나오는 동료들의 얼굴에 눈믈 콧물이 입가에 거품이 되어 거의 배꼽까지 길게 늘어진 것을 보았는데 하코네에서 그 장면을 다시 보았다. 노인의 눈동자는 이미 촛점이 없다. 마치 무엇에 홀린듯 아니 힘든 것을 초월한듯 그저 움직이는대로 따라가고 있다. 바닥에 있는 내 얼굴로 빗물처럼 낙하하는 땀과 함께 그 거품이 휘날리며 떨어지려고 한다.

 

거품의 ‘위험’을 감지한 나는 고개를 돌리며 재빨리 일어났다. 훈련이 끝나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던 순간을 바깥 바람을 맞으면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바람만으로도 행복을 느꼈다. 잠시 쉬고나서 체육관으로 들어가자 모두 물걸레 청소를 끝내고 수박을 나누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었다. “아, 실수했다!”는 생각과 함께 부끄러움에 몸둘바를 몰랐다.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강하게 만든 것일까? 나이 60도 안된 사람이 힘든 것을 참지 못하고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몸과 마음이 단련된 사람은 정승과 같은 기품과 함께 경륜에서 우러나는 진중(鎭重)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기술은 섬세하고 마음은 평온해야 한다. 매 순간 평온한 마음을 잃어버리면 몸은 긴장되고 기술은 더욱 거칠어 진다.

 

우리가 하고 있는 아이키도 기술은 평온한 마음으로 호흡을 고르며 무게 중심이 곧 신체의 중심이 되어야 하며, 긴장을 불러오는 일체의 의도를 버리면서 몸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의 자연에 맡기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기술을 걸려는 마음이 힘을 쓰며 완력을 가져오고 긴장을 불러온다. 보통의 사람들은 그런 것이 일상사처럼 당연해 보인다.

 

“아이키도는 인생이고 삶이다.”

 

현대인들은 여러 이유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에서 벗아날 틈이 없다. 잠시나마 그러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격투기 체육관을 찾는 이들이 있다. 샌드백을 치고 상대를 가상의 적으로 만들어 공격적인 기술을 펼치곤 한다. 사실 그런 공격행위 자체가 현실적으로 자신의 부족함을 겉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무서워서…” “힘들어서…”, “나이가 많아서…”, “힘이 없어서…”, “더워서…”, “추워서…” 등등 구실을 찾는다. 그것은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말로 실제는 “나로 인해 좀 불편하더라도 당신이 참아라!”라는 것과 같다. 종교인이 돈을 밝히는 것도 믿음이 부족한 것을 나타내는 것과 같다. 무도에서는 경로(敬老)라는 말이 없다.

 

하코네에서 70대 노인과 훈련을 했을 때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고통과 괴로움으로 밖으로 뛰쳐 나간 것처럼, 자신의 허약함이 심신(心身)을 강하게 단련하지 못한 부족을 나타낸 것이다.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똑같은 고통이 느껴졌을만 했는데도 얼굴 표정은 변함이 없고 눈동자도 흔들림 없이 그저 평온함을 유지하려는 노력만 보이는 것.

 

더위로 입에서 게거품처럼 침을 흘리면서도 마치 그것을 즐기듯 자신의 한계를 초월한다. 무도는 그런 것이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성품은 더 온화해지고 기술은 더욱 깊어지는 것은 힘들고, 어렵고, 순간적인 위험에 대해서 마치 날아오는 야구 공을 때리고, 잡아내는 것처럼 즐기는 것이다.

 

무도는 그렇게 몸과 마음을 강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기에 나이가 많아도 몸이 움직이는 한, 끝없는 정신력을 펼쳐야 한다. 그렇게 훈련한 세월만큼 기술은 끝없이 깊어진다. 뛰어난 무도가는 정신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완벽함을 추구하고 부족함을 드러내지 않는다. 삶이 힘들다고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은 삶이 고통 속에 있기 때문이다.  

 

아이키도는 상대를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호흡을 조절하고,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만들고, 부족을 드러내는 일체의 욕심과 의도를 버리고, 심신을 있는 그대로의 자연에 맡기는 것이어야 한다. 힘들고, 어렵고, 고통스러운 것은 무도인들이 평소 즐기는 오락일 뿐이다. 훈련을 통해 마음은 평상심을 유지하고 기술은 더욱 완벽해 진다.

보통의 일반 사람들은 무도는 젊었을 때나 하는 것, 나이 먹으면 할 수 없는 것, 먹고 살기도 힘든데 힘든 것을 왜 해…그들은 거품을 물고 훈련하는 노인을 보면 미쳤다고 할 것이다. 그들 말처럼 무도는 단(段)이 높아지고 세월이 갈 수록 더욱 미친 모습을 보인다. 기술은 완벽하고 부족함이 없다. 마음은 더 여유롭고 참을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