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평화주의와 합리적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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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지부 회원들


유도, 검도, 태권도는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합기도는 아직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호신술이 더해진 태권도 정도로 잘못 알고 있는 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모든 무술들은 각각의 기술적 특성과 이론이 있어서 태권도하면 빠른 발차기와 찌르기, 유도는 메치기, 검도는 힘찬 기합과 함께 휘두르는 죽도 경기를 떠올립니다.

 

보통의 근대화를 거친 무술들은 매우 공격적이고 힘도 있어야 하며 경기를 합니다. 서구에서 유래한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특징과 흡사한 점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합기도는 그러한 무술의 특징과는 정반대로 이루어진 것이 많습니다. 공격적인 기술이 없고, 힘을 위주로 하지 않으며, 경기를 하지 않습니다.

 

또한 아주 쉬워보이는 기술같지만, 배워가는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합기도는 쉬운 기본기로부터 시작해서 점차 복잡해지고 어려워지는 과정을 거치면서 한층 더 진보하게끔 만들어져 있습니다. 오랜 세월 진보된 기술의 내용과 양은 실로 엄청납니다.

 

따라서 몇 년씩 합기도를 배웠다고 해도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은 물밖에 드러난 빙산의 일각입니다. 그것을 깨달을 때가 되면 겸손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나는 그동안 여러 운동을 해 봤지만 합기도만큼 겸손해지는 무술을 보지 못했습니다. 배울수록 더욱 겸손해 지는 것이 합기도입니다.

 

사람은 사회를 이루고 살아갑니다. 대체로 취미나 운동은 비슷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은 각자의 성격이 어떻든 상관없이 공동의 취미를 나눈다는 하나의 목적이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됩니다. 그런 활동을 통해서 우리는 서로 알거나 알아야할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지역 수련장에서 수련할 때는 가르치는 지도자의 인성이나 성향에 따라 편안하고 좋은 가르침을 얻을 수도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전국 규모의 행사에 참가했을 때는 취미나 그 운동이 가지고 있는 특징과 성향에 의해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입니다. 

 

모임의 성격이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부딪힘은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가급적이면 자신이 원하는 비슷한 취미의 사람들이 가입되어 있는 모임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초원의 여유로움이 없는 삭막한 건물들 사이에서 각박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인간 관계가 필요합니다. 같은 취미와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형제애를 나눌 수 있는 풍성한 인간 관계는 우리의 삶을 더욱 가치있고 행복하게 만듭니다.

 

뇌종양으로 요양원에서 어제 운명을 달리한 안영준 회원은 도장에서 함께 수련한 도우(道友)들의 도움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외롭지 않았습니다. 도장에서 만난 도우들로 맺어진 형제애도 부모형제 가족보다 못하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준 좋은 사례라 생각됩니다.

 

합기도하는 사람들은 평화를 사랑하는 몽상가로 사색하는 정신을 지닌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최소한 자신들의 운동에서 파이터나 격투기라는 단어를 선택하지 않습니다. 비록 그들이 실전적인 무술을 수련하고 있더라도 그들 스스로는 평화주의자로 여깁니다. 그들 마음속에는 폭력이 없습니다.

 

합기도의 이상은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폭력을 막는데 있습니다. 폭력 그 자체를 없애는 것입니다. 합기도는 분명 스포츠 그 이상이며 전쟁보다 평화를 더 중시하는 무도입니다. 오랫동안 수련하고도 완벽하게 잘하지 못한다 해도 합기도 수련자들은 이것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호전적인 무술에 두려움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얼마든지 안전하게 합기도를 배울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해외에서도 합기도는 타 무도에 비해 신비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게 사실이지만 상대 힘과 자기 힘을 합기도만큼 합리적으로 이용하는 무도는 없습니다.

 

합기도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평화주의자이며 기술은 매우 합리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