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합기도 단체의 무리수 – 『삼일신고』는 그런 게 아니란 말입니다! (1)

– 합기(合氣)의 원리를 『삼일신고』에서 찾으려는

사이비 합기도 단체의 시도는 왜 잘못된 것인가 –

 

■ 관심의 시작

 

나는 1998년 국립경찰대학에서 진짜 합기도(Aikido)를 처음 알게 되었다. 당시 경찰대학에는 Aikido동아리가 막 생겨나 활동을 시작한 참이었고, 現대한합기도회 윤대현 회장이 동아리를 지도해 주셨다.

 

경찰대학생들은 필수 교과 과정으로 ‘태권도, 사이비 합기도(Hapkido), 유도, 검도’ 중에 하나를 선택해 수련해서 단(段)을 따야 졸업할 수 있는데, 나는 사이비 합기도부에서 활동했다. 거의 모든 일반인이 그렇듯 나도 그 때는 Aikido가 진짜 합기도이고, 한국에 널리 알려진 Hapkido는 사이비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지금처럼 인터넷에서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시절도 아니어서 더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1999년 학교 축제 기간에 있었던 Aikido 동아리의 연무를 보고 대번에 진실을 알게 되었다.

‘아! 이게 진짜였어!!! 지금까지 내가 속았구나…..’

 

비록 그 때 바로 진짜 합기도 수련을 시작하지는 않았으나 대학을 졸업한 뒤로도 ‘하나의 이름 밑에 어떻게 다른 두 개의 무도가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의식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합기도의 정체성 논란이 어떤 식으로 정리되고 있는지 궁금해질 때마다 관련 소식을 찾아보곤 했다.

 

그러다가 개인적으로 여건이 충족돼 합기도(Aikido) 수련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던 2015년 가을 어느 날, 나는 인터넷에서 깜짝 놀랄만한 글을 읽게 됐다. 합기도 무명(武名) 논란에 대해 사이비 합기도인이 ‘합기도 역사적 정립의 올바른 방향 제시(3)‘라는 제목으로 2015. 7. 30 <<한국무예신문>>에 기고한 것이었다. 같은 사람이 2016. 4. 1 비슷한 내용을 <<한국무예신문>>에 한 번 더 올리는데 그 제목은 ‘합기도 수련의 이념과 원리의 올바른 정립(1)’이다. 다음은 2016. 4. 1 기고문의 일부분.

 

“대한합기도협회는 삼일신고 진리훈에서 기술하고 있는 인격완성의 세 가지 참된 요소를 인용하여 합기도 수련이념을 인간의 본질인 마음(心)을 통해 덕을 갖추려는 통성(通性), 인간의 본존인 기(氣)의 올바른 활용을 통해 지혜를 갖추는 지명(知命), 그리고 인간의 본태인 육체의 균형과 조화를 통한 보정(保精)을 구현함으로써 힘과 지혜, 그리고 덕을 완성하는 데 두고 있다.

 

또한 합기도 수련의 원리를 합기법과 합기술로 나누어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규명하고 있다.

 

  • 합기법 : 삼법인 지감(止感), 조식(調息), 금촉(禁觸)을 회통하여 힘, 지혜, 덕을 얻고자 하는 정신적인 수련

  • 합기술 : (생략)”

 

 

나는 마침 2007년부터 우리 민족 고유의 심신 수행법인 <선도(仙道)>를 현대화한 단학(丹學) 수련을 하고 있었던 데다, 『삼일신고』가 선도(仙道) 단체에서 수행의 기본으로 삼는 경전 중 하나이기 때문에 『삼일신고』의 내용을 안다. 게다가 과거에 경찰대학에서 4년간 (대한합기도협회 회원이 되어) 사이비 합기도를 수련한 경력도 있다. 그런데 기억을 돌이키면 내가 경험한 사이비 합기도의 그 어떤 술기와 동작과 수련법도 『삼일신고』와 연관 지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삼일신고』를 알기 때문에 단언할 수 있다. 국내 사이비 합기도 단체가 자신들이 하는 수련의 이념과 원리를 『삼일신고』에서 찾는 것은 아주 잘못된 시도라고.

 

어차피 사이비 합기도 단체의 지도자들은 어떤 근거를 보여주더라도 ‘合氣道는 한국 고유의 무술’이라던가, ‘合氣道라는 같은 한자를 쓰지만 발음이 다르기 때문에 Hapkido는 한국 무도, Aikido는 일본 무도’라는 생각을 쉽게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1) 진짜 합기도(Aikido) 수련생, 2) 지도자들을 통해 잘못된 정보를 보고 들어서 사이비 합기도(Hapkido)를 진짜 합기도인 것으로 알고 있는 Hapkido 수련생, 3) 건전한 상식을 가진 일반인들에게는 정확한 사실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앞으로 이어질 몇 편의 글을 통해 국내 사이비 합기도 단체가 해왔던 “합기도는 한국의 전통무예”라는 주장이 왜 잘못되었는가를 『삼일신고』 부분에 한정해 설명해 볼까 한다.

 

 

■ 사이비 합기도 단체, 잘못된 정보를 받아물다

 

나는 글을 쓰기 전에 사이비 합기도 단체가 수련 이념과 원리의 근거로 『삼일신고』를 거론한 것이 언제부터 시작됐고, 또 어떤 모습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사이비 합기도를 다룬 책에서 발췌했다.

 

“합기(合氣)라는 용어는 다른 무술종목보다 매우 최근에 일반인에게 알려졌다. 반대로 말하면 가장 현대화된 무도용어라고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합기도교본과 지도자들에 의하면 『삼일신고(三一神故)』의 진리훈편(眞理訓篇)의 기화(氣化), 지명(知命-기의 힘을 모으는 수련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자각), 합혜(合慧-지명을 통해 지혜의 깨달음을 얻음)라는 구절에서 합기의 시원을 찾고 있다.

한편 사상적 근본이념도 역시 삼일신고의 진리훈편에 있는 통성(通性), 지명(知命), 보정(保精)을 끌어다 해석하고 있으며, 수련방법은 원(圓)∙방(方)∙각(角)을 중심으로 성립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화(和)∙원(圓)∙류(流)를 합기도의 3대원리로 들고 있다(대한합기도협회 교본, 1987). 이러한 경향은 학문의 체계화를 이루고 있다는 학술논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 정용우 저, <<합기도와 호신술>>, 대경북스, 2011. p.16.

 

 

또 다른 사이비 합기도 교재에서 발췌한 것.

 

“더 나아가 합기도는 우리 겨레의 최고(最高)의 경전(經典)인 삼일신고 진리훈편의 기화(氣化), 지명(知命), 합혜(合慧)라는 구절(句節)에서 그 기원(起源)을 찾아볼 수 있는 바로 우리의 전통무예(傳統武藝)이며…”

  • 염장호 저, <<세계합기도 무술교재>>, 크라운출판사, 2011. p.20.

 

 

여기서 모두 소개할 수는 없지만, 국회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대형서점에서 사이비 합기도 교재를 확인해 보니 대부분 “합기도(Hapkido)는 한국의 전통 무예이며, 합기(合氣)의 기원을 우리 민족 고유의 경전 『삼일신고』에서 찾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앞으로 차차 밝히겠지만 국내 사이비 합기도와 『삼일신고』의 조합은 너무나 엉뚱하다. 그런데 하나같이 『삼일신고』를 합기의 기원으로 찾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대답은 어느 사이비 합기도 단체 간부의 말을 빌어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비문非文이 많지만 뜻을 이해하는 데에는 큰 지장이 없다).

 

“다음으로 심각한 국내합기도의 오류를 지적하면 ‘천기(天氣)와 지기(地氣), 그리고 인기(人氣)를 제하단전에 집중시켜 심신일여(心身一如)를 추구하는 것이 바로 합기도다’라고 빠짐없이 인용되고 있다. 이러한 한국합기도의 사적 연구방법은 국내에 재유입 된 정통과 전통합기도의 역사와 시원을 탐구하려는 무리한 시도이다. 즉 이 시도는 실증주의적 역사해석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해석이다.

 

이와 같은 해석으로 말미암아 국내에서 전통무예를 표방하고 있는 무예단체는 그 정체성을 학문적으로 검증이 되지 않은 문헌의 해석으로 전통이란 용어를 남발하고 있다. 그 중 합기도 계열의 신생무도단체가 가장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러한 선행연구자들의 용어의 인용은 거의 대부분이 1960년대에 간행된 합기도교본의 서문을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내 생각도 그렇다. 국내에서 사이비 합기도가 시작된 초기에 누군가 나름의 수련 체계를 세우려는 목적으로 『삼일신고』를 끌어다 썼고, 후배들이 정확한 사실 확인이나 경전에 대한 이해 없이 무비판적으로 수용 및 재인용하면서 지금 상황에 이른 것으로 본다.

 

그렇다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사람이 누구일까.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계속)

 

삼일신고

 

* 사진 설명 : 경북 안동 출신 독립운동가 권오설(權五卨, 1897~1930) 선생의 유품 『삼일신고』

* 사진 출처 : 경상북도독립운동 기념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