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삼성당 방문기

2017년 3월 25일(토), 성주환 지도원(합기도 국제공인 4단, 이하 도장장님)이 운영하는 대한합기도회지부 인천 삼성당에 방문했다. 대한합기도회의 유명인물이자, 필자에게는 대학교 선배이기도 한 그가 도장을 열었다는 소식에 진작부터 가보고 싶었지만 실천까지 4개월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인천시청역에서 1분 거리>

주중에 수련을 하다가 생긴 전신 근육통을 이겨내며 평소 아침보다 일찍 일어났다. 숙소에서 삼성당까지 2시간은 족히 걸리는데, 아침 10시 수련 시간에 늦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했다.

 

도장장님이 운영하는 페이스북과 블로그에는 도장이 ‘인천시청역 1번 출구에서 1분 거리’에 있다고 나온다. 웬만한 사업장에서는 접근성이 좋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주요 역이나 버스정류장부터 사업장까지 걸리는 시간을 실제보다 짧게 홍보하는 경향이 있다. ‘OO에서 5분 거리’라고 하면 ‘차로 5분, 걸어서는 30분’인 경우가 많지 않은가. 그런데 삼성당은 정말로 ‘인천시청역 1번 출구에서 도보로 1분 거리’에 있었다. 가깝다. 만약 실제로 걸리는 시간이 ‘1분 30초’였다면 내가 아는-정확한 것을 좋아하는 도장장님은 진짜 ‘1분 30초’라고 홍보했을지도 모른다.

 

도장장님 자택 지하에 정성스럽게 꾸민 삼성당. 떨리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도장으로 가는 동안 필자가 페이스북에 ‘떨리는 마음 안고 인천 가는 길’이라고 썼더니 곧바로 도장장님이 ‘어흥’이라고 댓글을 다셨다. 지인들은 ‘살아서 돌아와요’라는 반응. 그래서 괜히 더 떨렸다. 기분 좋은 긴장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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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어서 와~ 삼성당은 처음이지?

 

 

<수련 일정 확인은 필수>

삼성당에 방문하려면 미리 수련 일정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도장장님이 직장에서 교대근무를 하면서 근무가 없는 날에 수련지도를 하기 때문이다. 삼성당 블로그에는 다음달 수련 일정이 공지돼 있으니 방문 날짜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정결한 인테리어>

인테리어의 대부분을 도장장님이 직접 했다고 들었다. 그래서일까. 전체적인 도장 분위기가 아늑하고 정결한 것은 물론이고 세세한 곳까지 정성스런 손길이 닿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도장장님은 도장을 준비할 때 많은 분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것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앞서 도장을 개설하고 운영하던 경영 선배들이 실질적인 조언을 해 주신 덕분에 도장 준비에 전념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한편 도장에 처음 들어섰을 때 도장에서는 경쾌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는데, 삼성당 회원들은 익숙한 듯 몸을 풀거나 준비수련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 상당히 낯선 모습이었다. 도장에서 듣는 재즈풍 음악…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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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실내 전경

(사진에 나오는 폼롤러와 짐볼의 용도는

우리가 아는 것과 다르다.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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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여자 탈의실 입구

(가림막에 장식된 그림. 도장장님이다. 우리나라 대표로 출전했던

2013 월드컴뱃게임즈 연무 사진을 따님이 그림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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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 남자 탈의실에 비치된 손 소독제. 역시 꼼꼼해!

(북진일도류 5대 종가 코니시 츄우지로 선생의 ‘교검지애’ 휘호가 더 신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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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5] 휘두르기용 목검과 봉

(딱 봐도 무거운데 도장장님은 이쑤시개처럼 한 손으로 휘적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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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6] 책장을 가득 채운 무도 관련 서적

(요즘 말로 ‘덕력 승천’. 분명히 댁에는 더 많이 있을 거야…)

 

 

<1부 정규수련>

이날 다른 도장에서는 모두 다섯 명(중앙도장3, 안산도장2)이 왔다. 도장장님은 진작부터 ‘도장 심사가 있을 것이며, 30분 정도 심사를 한 뒤에 본수련을 진행할 것’이라고 알려 주셨다. 외부 참석자들은 심사를 참관하고 본수련부터 삼성당 회원들과 함께 어울려 합을 나누었다. 그리고 정규수련 시간이 끝난 뒤에는 외부 참석자들만 남아서 따로 수련을 했다.

 

정규수련 시간. 수련을 시작하는 예를 올리고 준비운동부터 시작했다. 음… 준비운동부터 강렬했다. 준비운동을 하는 20분 동안 벌써 땀을 한 번 흘렸다. 살짝 놀랐던 것은 발바닥 두드리기(조타). 평소 전국 강습회나 중앙도장에서 발을 두드리던 소리가 ‘가볍게 탁탁’이었다면 삼성당에서는 ‘우다다다, 와다다다!!!’

속으로 ‘아… 오늘 잘 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회원들이 심사를 보는 동안 외부 참석자들은 도장 한켠에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아주 좋은 경험이었고 ‘아이쿠야~ 분발해야지’하고 크게 자극받는 계기가 되었다.

 

삼성당은 3개월 전에 개관했다. 이제 곧 만4개월이 되며, 회원들은 모두 삼성당에서 합기도를 처음 시작한 분들이다. 그러니까 수련경력이 길어도 3개월 남짓… 평소 주변에서 보던 3~4개월차 수련생이나, 비슷했던 시기의 내 모습과 비교할 때 삼성당 회원들은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수련에 임하는 진지한 자세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서툰 동작 속에서도 언뜻언뜻 드러나는 절도와 절제미라고 해야 하나. 그게 멋있었다.

 

정규수련은 시간이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즐거웠다. 심사에서 나타난 보완점, 외부 참석자들이 들고 온 질문을 가지고 수련이 진행됐는데 찌르기 손목뒤집기(여기에 연결해서 사방던지기까지), 찌르기 입신던지기를 정신없이 하다 보니 원래 예정된 수련시간을 훌쩍 넘기고 말았다.

 

도장장님이 운영하는 페이스북과 블로그의 게시물을 보면 도장장님은 ‘기술은 일정한 속도로 끝까지 할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수련생이 ‘성공 경험’을 쌓아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장장님의 지론이다. 실제로 도장장님은 수련 중에 웬만큼 큰 실수가 아니면 수련생의 동작을 끊지 않고, 모든 동작을 마친 뒤에 개선할 점을 짚어 주셨다. 게다가 수련생이 발전한 모습을 보이면 “그렇죠! 그렇죠~!”하면서 크게 칭찬했다. 발전이 너무 사소한 것이라 수련생은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도자가 옆에서 칭찬해 주면 수련생은 ‘응? 뭐가 달라졌지?’ 하면서 그 느낌을 찾기 위해 수련에 집중하는 법이다. 긍정 강화 훈련법. 앞으로 누구를 지도하거나 도장을 운영할 때 꼭 본받아야겠다.

 

 

<아테미(当て身) 주의보!>

정규수련에서 특별히 인상 깊었던 것을 따로 적어본다.

 

아테미(当て身, 당신기) : 일본 고무술 및 무도에서 급소를 ‘지르고, 치고, 차는’ 기술의 총칭

아이키도에서 아테미의 목적은 상대의 육체를 손상시키는 게 아니라, 상대의 움직임을 통제하거나 급소를 방어하려는 반응(눈이 찔리려 할 때 상반신을 뒤로 젖히는 등의 동작)을 유도하여 자세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이다.

* 출처 : 도장장님이 운영하는 블로그 ‘아이키도 삼성당’

 

도장장님은 우케(受け, 기술을 받는 사람)와 나게(投げ, 기술을 거는 사람) 사이에 오가는 일반적인 움직임을 먼저 보여준다. 수련생이 연습해야 할 기술은 이것이다. 그런데 연습에 들어가기 전에 “원래는 이런 것이죠.”라면서 다른 하나를 더 보여준다. 우케가 나게에게 공격 행동을 할 때 나오는 나게의 첫 반응(첫 아테미)에서 사실상 상황 끝. 이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도장장님의 기합 “싸닥!!!”

 

그러면 수련생들은 ‘아~ 전장(戰場)에서는 싸닥! 하고 한방에 끝내버렸을 텐데 지금은 모두가 즐길 수 있게 하려고 부드럽고 안전하게 표현하는구나.’하고 알아듣는다.

 

“알지만 하지 않는 것과 할 줄 몰라서 못하는 것은 다르다.”

 

도장장님은 그렇게 지도한다.

모두 조심하자. 삼성당 회원들 아테미 잘 넣는다. 그냥 불쑥불쑥 들어온다.

 

 

<2부 나머지 수련>

정규수련을 마친 뒤에는 도장에서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나머지 수련을 했다. 삼성당 회원은 모두 돌아갔고, 중앙도장과 안산도장 방문자들이 여기에 참석했다. 나머지 수련에서는 정규수련 때 삼성당 회원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미뤄두었던 질의응답과 실습이 이어졌다. 참고로, 필자를 제외한 다른 네 명은 유단자이거나 올해 승단심사를 앞두고 있었다. 참석자들은 좌기호흡법, 허리던지기를 비롯해 여러 가지를 질문했고, 도장장님은 차근차근 그리고 막힘없이 답하셨다. 실력만큼 질문이 나오고, 답변도 실력만큼 알아듣는 것이라 내 부족한 실력이 아쉽기만 했다. 나머지 수련 내용을 일일이 설명하지는 않겠다. 다만 나머지 수련을 통해서 앞으로 내가 어떻게 연습해야 할지 방향을 잡을 수 있었고, 당장 표현할 수 없는 기술은 길게 보면서 꾸준히 연습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질 수 있었다는 점을 꼭 말하고 싶다.

 

도장을 나온 시간이 오후 5시쯤. 아침 10시부터 꼬박 한나절을 삼성당에서 보낸 셈이다. 왕복 시간까지 포함해 하루를 투자해서 삼성당을 찾은 보람이 있었고, 또 긴 시간을 내 주신 도장장님에게 감사한 마음이 절로 들었다.

 

 

<오타쿠? 무도인!>

오타쿠. 도장장님의 대학 동기들이 도장장님을 친근하게 부르던 말이다. 사실 ‘오타쿠’라는 단어는 처음에 다소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어떤 분야에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사회성이나 사교성이 부족한 사람을 오타쿠라고 부른다. 이 단어를 우리나라 사람들이 ‘오덕’, ‘덕후’로 바꿔 말하기도 하며, 오타쿠 활동을 ‘덕질’이라고도 한다. 언어 순화를 강조하는 사람들은 ‘오타쿠’를 ‘매니아’나 ‘OO광’으로 대체하자고 하는데 나는 반대다. ‘오타쿠’에는 ‘오타쿠’만의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무도(武道)라는 남다른 관심사를 누구도 따라오기 힘들 정도로 깊게, 오래오래 파고드는 도장장님의 모습도 ‘무도 매니아’, ‘무도광’이라고 하자니 어딘가 흡족하지 않다. 나는 대학 동기 분들이 ‘너는 일찍 너의 길을 찾았구나’ 하는 부러운 마음을 담아 도장장님을 ‘오타쿠’로 불렀다고 믿는다. 나쁜 의미가 아니었다. 내가 목격한 바로는 그렇다. 게다가 지금은 오타쿠가 표준어는 아니어도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 정도까지 일반화되었다. 뉘앙스만 놓고 보면 분명히 ‘오타쿠’가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 같다. 그런데 ‘덕질의 완성은 직접 만드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직접 만들어서 즐길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기 때문에 ‘성공한 덕후’, 줄여서 ‘성덕’이라고 한다. 그런 면에서 도장장님은 분명히 ‘성덕’이다. 물론 도장을 개설한 것은 무도 수련의 끝이 아니라 그의 무도인생에서 새로운 시작일 테지만, 어쨌든 그는 20년 동안 열정을 가지고 합기도를 수련하며 실력을 키웠고 자기 이름으로 도장을 내지 않았는가. ‘오타쿠’가 영 마뜩찮다면 순수하게 ‘무도인’이라고 하자. 나는 도장장님이 바람직한 무도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모델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성인들의 놀이터 삼성당>

도장장님은 페이스북에서 ‘성인들의 놀이터 삼성당’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삼성당이 합기도를 매개로 누구나 즐겁게 땀 흘리는 놀이터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내가 경험한 삼성당은 딱 그러했다.

누구나 집중해서 열심히, 진지하게 수련하지만 분위기는 무겁지 않고,

기술은 호쾌하지만 결코 과격하거나 위험하지 않고,

수련생들이 하하호호 웃으면서 운동하는데 그 모습이 소란스럽거나 경박하지 않고…

이렇듯 ‘진지함’과 ‘즐거움’, 그리고 ‘엄격한 도풍’ 사이의 절묘한 균형을 느낄 수 있었던 삼성당.

 

도장장님은 “지금까지 살면서 세 번의 행운이 있었다. 첫째는 경찰대학에 합격한 것, 둘째는 내 아내를 만난 것, 셋째는 윤대현 선생님(現대한합기도회 회장)을 만난 것이다.”라고 했다. 이 세 가지 행운을 글로 옮기면 오히려 빛이 바랠 것 같다. 그래서 힌트 하나만 남긴다. 그를 아는 사람은 짐작하겠지만 세 번의 행운 모두 ‘합기도’로 연결된다. ‘합기도, 합기도 또 합기도…’ 아! 합기도 없이는 못 살 이 남자.

중요한 것은 그가 행운을 행운이라고 인식했고, 그 행운을 삼성당에서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럽다.

 

 

필력이 부족한 탓에 도장의 분위기, 수련하는 동안 느낀 점을 모두 옮기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그러니 궁금하면 언제든 삼성당에 방문하시라. 주위에 삼성당을 널리 소개하면 금상첨화. 놀이터니까 북적북적 사람이 많아야 좋지 않겠는가. 위치는 인천시청역 1번 출구 앞, 전화번호는 032-464-0830이다.

 

 

맞다. 도장장님이 꼭 남겨달라던 한 마디를 잊을 뻔 했다.

 

“여러분~~~ 저 누구 잡아먹지 않아요.”

(그러면서 왜 저한테는 ‘어흥’ 그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