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승부에 대한 관점이 다른 무술 아이키도!

UFC와 같은 경기가 인기를 끌면서 종합격투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전엔 나도 MBC문화체육관에서 격투기 흥행을 일으켜보려 많은 노력을 해봤기 때문에 격투기는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한국에서 극진공수, 무에타이, 주짓수(BJJ) 그리고 아이키도는 잠원동에 있었던 삼산체육관에서 그 시작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격투기로서 극진공수와 무에타이 그리고 주짓수가 커다란 이슈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나는 극진공수도 전일본선수권과 아시아선수권 시합을 나갔고 최영의 총재를 강남에 있는 호텔 연회장에 모셔 환영회를 열기도 했다. 태국에서 무에타이를 도입하고 한국을 무에타이 가맹국으로 가맹시키기도 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처음으로 외국인 유학생에게 주짓수를 가르칠 수 있도록 삼산체육관을 빌려주면서 사범들에게 기술을 연구하게 했다. 삼산체육관에서 시작된 주짓수가 이제는 전국으로 퍼지면서 큰 조직으로 발전한 모습을 보았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내가 직접 실천하고 경험했던 격투기 세계였다.

 

옛부터 강함에 대한 동경심과 영웅담은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런 현상은 시공을 초월해 늘 존재하였다. 오래전 TV에서 합기도 사범들이 극진공수 선수를 상대로 대련을 펼치는 것을 보았는데 실소를 금할 수가 없었다. 합기도를 극진공수와 대련을 붙이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나도 한때 극진공수도 선수였기에 저런 대결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보지 않아도 안다. 나는 격투기 출신으로서 싸우지 않는다는 합기도에 대한 관점을 나름 잘 파악하고 있다. 가끔 유튜브에서 일본과 중국의 합기(合気)나 권법(태극권 관련)이 격투기 선수와 대결하다 얻어 터지는 장면을 보곤 한다. 나는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꼴값’이라는 단어가 생각나곤 한다. 

 

내가 격투기를 접은 이유는 이전에도 말했지만 극진공수나 무에타이 그리고 주짓수보다 더 강한 것을 찾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격투기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현실적인 해답을 찾았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진짜 합기도를 만나서 새로운 세상의 눈이 떠진 것이다.

 

내가 만난 아이키도는 격투기와 전혀 다른 세상이다. 아이키도를 만나면서 풍년을 맞은 농부의 마음을 느꼈다. 격투기에서 느낄 수 없는 행복과 평화 그리고 안전하고 합리적이면서 장기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기술의 방법을 찾았다.

 

다양하고 복잡한 기술체계 속에서 단순하고 명료한 대응전략를 갖게 되었다. 또한 노선생들이 전해주는 삶의 철학과 여유로운 인간관계도 삶을 풍요롭게 한다. 더이상 무엇을 바랄까?       

 

인간은 가만 놔두면 몸도 마음도 망가진다. 단단한 철도 녹이 쓸면 못쓰듯 고행하지 않는 인간은 녹슨 철과 같다. 사람은 열정을 잃고 수행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모든 무도가 강해지기 위해 단련을 하듯 아이키도도 단련을 한다. 그러나 일상의 삶에 매진해야 하는 일반인들이 전문적인 파이터가 되기는 어렵다. 더욱이 어설프게 배워서 파이터를 상대하는 것도 위험하다.  

 

전문 싸움꾼도 아니면서 프로를 흉내내는 사람들을 보면 그 가벼움에 실소가 터진다. 취미로 운동하다 실력이 꽤 있었는지 사범이 되어 격투기 시합장에 나온 선수가 있었다. 그 당시 매일 하루종일 훈련만 했던 나를 링에서 만난 그 선수는 결국 심각한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갔다.     

 

위험을 무릅쓰고 싸워야 하는 스트레스를 일반인이 오랫동안 극복하기도 어렵지만 이기기 위해 내 몸을 던지는 유형의 격투기에서 나만은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어리숙함에 웃음이 나온다. 스스로 위험한 환경을 만들지 않는 아이키도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무술을 바라본다.  

 

일반인이 봤을때 신기하기도 하고 쇼 같기도 한 아이키도가 무술인 것은 격투기와 전혀 다른 관점 즉 고류검술을 기반으로 하는 옛무사들의 승부를 적용하고 있어서이다. (살생을 하지 않는)활인검을 펼친다는 전략도 모른체 일반 스포츠나 격투기로 생각하고 접근 했다가 크게 다치는 사람을 보면 안타까움을 넘어 불쌍하다는 생각을 한다. 

 

또 보기도 민망한 그런 영상을 흥미거리로 이용해서 아이키도 전체를 폄하시키는 것을 보면 모욕감마져 들곤 한다.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는 모든 것은 발전과 성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되지도 않는 자가 격투기를 한답시고 깐족거리듯 하는 것을 보면 그 가벼움에 꼴깝 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얼굴 값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 ‘꼴값’이라고 하는데 상스러운 표현이지만 가끔 세상을 가볍게 바라보는 나도 꼴값을 떨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곤 가을바람에 가발이 벗겨진듯 화들짝 놀라곤 한다. 

 

1
격투기 참피온전에서 우승한 필자(85년 장충체육관)
2
극진공수도 최영의 총재와 필자(강남 에메랄드 호텔)

 

5
필자의 도장인 잠원동 삼산체육관에서는 유단자가 되기 위해서는 야구 배트를 격파해야 했다. (사진은 3단 심사장면)

 

 

 

 

 

 

 

 

 

 

 

 

7
필자가 열었던 격투기 대회에서 흥행을 위해 등장한 라운드 걸
8
격투기 신인왕전에서 우승한 선수의 팔을 들고있는 필자
9
94년을 전후해서 가장 많은 대회를 개최했다.

 

 

 

 

 

 

 

 

 

 

 

11
한국을 무에타이 회원국으로 만들었다. (태국 팔레스 호텔 기자회견장에서 필자, 기자가 거의 70명 이상이 왔다.)
10
제자들이 무에타이 미트차기를 시범보였다.
12
94년이후 고바야시 선생에게 아이키도를 배우는 필자

 

 

 

 

 

 

 

 

 

 

 

13
이가라시 선생에게 검술을 배우고
14
검술을 가르치다
15
군마현에서 열린 세계대회에서 시범을 보이고

 

 

 

 

 

 

 

 

 

 

16
아이키도를 통해 겸손을 배웠으며
17
아들과 연습을 하고
18
부인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19
불곰이 탈바꿈하는 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