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려 하지 않는 마음

다른 사람이 추겨세워 주는 자신이 아닌 

                                            자기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자기 자신

 

우리는 흔히, 절대적인 천지(天地)의 원리를 바로 보고 따르는 데 몰두하기보다, 상대적인 세계에서만 이기려고 하고 있다.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다투며, 승리하기 위해 몰두한다. 이기려는 마음에 몰두함으로써, 대자연의 마음과 멀리 떨어지게 되어 스스로 자신을 몰락시키는 원인을 만드는 것이다. 누구든 평화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보다 우위에 있어야만 평화를 느끼기 때문에 항상 마음속에는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가득 차 있다.

진실로 평화를 원하는 사람은 먼저 자기 자신부터 대자연의 만유애호(萬有愛護)의 정신을 깨달아, 이기려 하지 않는 마음을 스스로 길러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세상을 경쟁, 승부, 약육강식으로만 여겨 항상 이기려는 마음을 품고 있으며, 스포츠 같은 취미에 있어서도 다른 사람을 이기려는 마음을 기르고 있다. 남을 이기려는 마음을 기르고 있으면서, “남을 이기려 하지 마라라고 말하고 있다. 남을 이김으로써 자신이 높아졌다고 여기는 마음은 언젠가는 금이 가게 된다. 겉으로는 이기려 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이기려는 마음을 품고 있다.

 

항상 이기려 하지 않는 마음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것에서, 처음으로 진정으로이기려 하지 않게 된다. 남을 이기는 것에 마음이 집중된 사람은 절대적인 천지의 원리를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현실의 세계에서 이기려 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 세상은 경쟁의 세계이다. 남에게 양보했다가는 다른 사람의 뒤로 쳐지게 되며, 이기지 않으면 인생의 패배자가 되고 만다. 이기고자 하는 노력에서 진보와 발전이 있는 것이며, 만약 모든 사람이 이기려 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은 진보와 발전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멸망하게 된다. 다른 사람을 이겨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성공한 사람이며, 모두가 성공하려고 노력하는 것에서 세상이 발전하는 것이다.”

 

이러한 말도 일리가 있지만, 이것만이 전부는 아님을 알아야만 한다. 예를 들어, 스포츠에 대하여 설명해보자. 스포츠는 시합을 통하여 보급되며 또, 시합에서 이기기 위해 전력을 다하여 단련함으로써 발전하는 것이 사실이다. 정말로 승부의 세계라 부를 만하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 되는 것은 승부가 최종적 목적인가’, 아니면 승부를 하나의 수단으로 하여 신체를 단련하고 인격을 향상시키는 것이 주목적인가하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라면 항상 방심하지 않고 충분히 단련하여, 시합에 임하여서는 자신의 모든 능력을 발휘하면 그것으로 좋은 것이다. 딱히 상대방을 이기려 하거나 쓰러뜨리려 하지 않고, 다투려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며 자신을 완성시키는 것에 전력을 집중하여, 혹시 지더라도 자신의 미숙함을 깨닫게 해주는 것에 감사하며 자신을 완성시키기 위해 더욱 노력하면 그것으로 좋은 것이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자신이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가 져야만 하는 것이다. 상대가 실수를 하면 그만큼 자신이 유리해지는 것이다. 잘못하면 다른 사람의 불행을 이용하여 나만 이기면 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부정이 개입된 시합을 보거나, 스포츠의 응원에서 상대의 실책에 환성을 보내거나 야유를 퍼붓는 것을 볼 때면 이러한 생각이 지나치다고는 할 수 없다.

 

승부의 세계에서도 다투려는 마음을 갖지 않고 상대방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이기려 하는 마음을 길러야 한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스포츠정신이다.

 

합기도에 있어서는 이것이 더욱 철저하다. 절대적인 천지의 원리를 정면으로 맞서 대하지 않고, 눈을 돌려 도대체 무엇을 이기려 하고 무엇을 고심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 한사람과 한사람의 승부는 전() 우주적 시선에서 보았을 때 티끌만큼의 가치도 없는 것이다.

지금 이겼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질지도 모르는 것이다. 마치 달팽이의 더듬이가 어느 쪽이 더 긴가?’ 하는 논의와 다를 바가 없다. , 다른 사람에게 이겼다고 하여 자신의 마음과 몸이 자유롭게 되는 것인가? 자기 자신에 있어, 끝없이 다른 사람에게 이기고 치켜세워져서 도대체 무엇이 되려고 하는가?

다른 사람이 추켜세워 주는 자신이 아닌, 자기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자기 자신을 만들어 나아가는 바로 그곳에서 사람들이 따르는 것이다. ‘바른 승리, ‘자신에 있어서의 승리가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천지의 원리를 깨닫고 천지의 법칙을 실행해야 한다. 천지의 원리에 거스르는 사람은 번영할 수 없다. 천지의 원리에 거스르는 사람은 스스로 패하는 것임을 진정으로 깨닫는 날까지 자기 자신을 단련해야만 한다. 이것이 합기도 수련의 주안점이다.

 

따라서 합기도의 기술에 있어서는 손동작 하나 발동작 하나 반드시 천지의 법칙에 따라야 한다. , 무리(無理)가 있어서는 안 된다. 무리(無理)라는 것은 한자의 뜻 그대로 이치()에 하나 되지 않는 것을 뜻한다. , 합기도에서는 강한가, 강하지 않은가가 문제가 아니라 바른가, 바르지 않은가가 문제이며, 바른 것이 강한 것이다. 바른 사람이 손해를 보고 정직한 사람이 바보로 여겨지는 것은 이치()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이며, 이치()가 존재하는 세계에서는 바른 사람이 강하며 정직한 사람이 발전해야만 한다.

 

합기도 기술을 수련할 때, 남을 이기려는 마음으로 수련하는 사람은, 승부욕 없이 수련하는 사람의 실력을 따라갈 수 없으며 오히려 실력 차이가 점점 커지게 된다. 이기려는 마음은 언제나 불안한 마음을 유발한다. 자신과 비슷한 실력을 가진 사람이 옆에 오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정이 깨지게 되는 것이다.

 

합기도 수련에서 이기려 하지 않는 마음을 체득하고 연습한다면, 항상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으며, 또 실제 기술에 있어서도 스스로도 깜짝 놀랄 만한 힘을 자기 안에서 발견할 수 있게 된다.

 

-著:도헤이 고이치 선생 -‘기에 하나되는 도’ 옮김-

tohei-ueshiba

 

<합기도신문 제4호(2010년 5월31일자 발행)에 실린 내용을 정종혁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