合氣道 쟁점 묻고 답하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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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1942년 황무회가 무덕회 통제에 들어갈 때 합기도부(合氣道部)라는 이름을 제안한 사람은 무덕회의 이사 히사토미 타츠오(久富達夫, 강도관<유도> 출신, 히사토미)였습니다.

 

히사토미는 ‘무덕회에 유술을 기반으로 하며 검(劍)과 장(杖)을 함께 다루는 종합무도부(総合武術部門)를 새로 만들고자 하는데, 여기에 우에시바가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이에 우에시바는 도장 총무였던 내제자(內弟子) 히라이 미노루(平井稔)를 대표대리(代表代理) 격으로 무덕회에 보냈고, 히라이 미노루는 무덕회 간사가 되어 무도부 이름을 정하는 과정에 참여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우에시바는 정부가 자신의 무도를 통제하려는 것에 반발하는 뜻으로 은거에 들어갔습니다.

 

히라이 미노루의 인터뷰 기록에 따르면, 무도부 이름을 정하기 위한 회의가 여러 차례 열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히사토미가 ‘合氣道’를 강력히 주장해 관철했구요. 히사토미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종합무도부의 이름은 (다른 유파와 갈등을 일으키지 않도록) 특정 유파가 연상되지 않아야 한다. 여러 다른 유술을 포괄할 수 있는 이름이어야 한다. 용맹스러움을 내세우는 것보다는 부드러운 인상을 주는 이름이어야 한다. 그러니 合氣武道라고 하지 말고 道를 명확히 해서 合氣道라고 하자.”

히라이 미노루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이에 찬성했고, 그렇게 무덕회에 合氣道部가 창설되었습니다. 공식 무명 合氣道가 등장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잠깐 시선을 황무관과 황무회로 돌려보겠습니다.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황무관은 운영이 아주 어려웠고, 황무회도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전후(戰後) 혼란기에는 사람들의 생활이 각박한데다 GHQ의 일본 비군사화 방침에 따른 무도 금지 정책까지 겹쳐서 일본 무도계가 전반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에 황무관과 황무회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던 우에시바 기쇼마루가 황무회를 합기회로 개명하며 조직을 정비·확장해 나가고, ‘合氣道는 우에시바 모리헤이가 창시한 무도’를 주창하며 대중화를 위해 노력합니다.

 

한편, 무덕회에 있던 히라이 미노루는 전쟁이 끝나고 1945년에 ‘무덕회의 合氣道’를 계승한다는 명목으로 고린도 아이키도(光輪洞 合氣道)를 조직합니다.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고린도(光輪洞) 계열 合氣道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는 “光輪洞 合氣道는 무덕회의 合氣道를 계승하며, 다른 여러 유파의 유술, 검술, 창술을 수련한* 히라이 미노루가 창시했다.”. “종전 후에 ‘무덕회 合氣道’ 외의 유파에서도 合氣道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곳이 많아졌다.”, “合氣道는 일본의 옛 유술의 다른 이름(별명)이다. 일본에서 合氣道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은 1942년부터이다. 무덕회가 합기도부를 새로 만들면서 당시 무덕회에 있던 히라이 미노루가 무덕회 합기도부를 지도하던 때부터 合氣道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라고 말합니다.**

* 히라이 미노루는 1939년 우에시바를 만나 황무관에 들어가기 전부터 여러 유파의 무도를 수련했고, 1938년에는 이미 자기 도장을 가지고 있었음

** 열거한 문장들은 원문을 일부 재구성한 것임

고린도(光輪洞) 계열 合氣道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는 히라이 미노루가 무슨 연유로 무덕회에 가 있던 것인지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누군가 언뜻 이것만 보고 만다면 무덕회 合氣道가 合氣道의 원형이고, 合氣道가 생긴 데에는 히라이 미노루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인상을 받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히라이 미노루는 생전 인터뷰에서 合氣道 명칭에 얽힌 더 복잡한 사정이 있지만 말을 아끼겠다고 했습니다. 무슨 사정을 말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일본에서 合氣道 명칭을 처음 사용한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선뜻 답하기 어렵다”고 했던 것은 이런 입장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조직이든 자기중심의 시각에서 역사를 기술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것은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정리하고 싶습니다.

지금 세계에 널리 알려진 合氣道는 우에시바가 직접 수련했던 여러 종류의 무도와 본인의 종교 철학을 융합해서 만든 현대 무도이다. 合氣道 공식 명칭은 1942년에 행정상 목적에 의해 제정되었다. 명칭을 제안한 것은 대일본무덕회 이사 히사토미 타츠오였고, 우에시바를 대신해 내제자 히라이 미노루(황무회 대표대리)가 명칭 제정에 참여했다. 그리고 종전(終戰) 후 황무회에서 개명한 합기회가 중심이 되어 合氣道라는 이름으로 우에시바의 무도를 대중화하고 세계화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고린도 아이키도(光輪洞 合氣道)처럼, 다른 견해를 가진 조직도 있다.

*  일본어판 위키피디아 ‘合氣道’ 검색 기록을 인용하자면 세계에서 合氣道를 수련하는 약 160만명 중 80%가 합기회 계열

 

자, 일반적으로 合氣道는 우에시바의 무도로 알려졌습니다. 우에시바와 그의 후손, 제자들이 그렇게 만들고 지켜온 덕입니다. 그래서 다른 누구도 아닌 ‘우에시바’의 약력을 통해서 合氣道의 연혁을 살폈던 것입니다. ‘合氣道가 우에시바의 무도라고 하던데, 우에시바는 어떻게 살았지? 아~ 이렇게 살면서,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누구로부터 그리고 무엇 무엇으로부터 이러한 영향을 받으면서 자기만의 철학이 담긴 무도를 만들었구나…’, ‘이름을 合氣道라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음~ 合氣道라고 부르는 데에는 이런 사연이 있었구나…’, ‘우에시바 무도의 도통(道統)은 어떻게 계승되었지? 그의 아들(2代)에서 손자(3代)로 이어지고 있군…’하면서 묻고 답하는 과정을 거쳐야 덜 중요한 문제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행정적인 면만 똑 떼어내 合氣道 명칭을 무덕회 사람 히사토미가 제안했다고 해서 우리가 ‘히사토미의 合氣道’라고 하지는 않잖습니까. 무덕회에서 여러 유술을 새로운 이름의 부 밑에 두려고 할 때 중심으로 삼았던 것은 우에시바의 合氣武道였으니까요. 나아가 우에시바의 생애 전체를 놓고 접근하면 아들 우에시바 기쇼마루가 전후(戰後)에 조직을 재건하면서 ‘合氣道’라는 이름으로 우에시바의 무도를 계승, 발전시킨 것도 자연스러운 행보였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돌아보면 명분이 있었던 데다, 명분을 뒷받침할 기획력, 행정력, 홍보력, 실천력까지 있었던 것이죠.

 

정작 심각한 문제는 국내 Hapkido계가 合氣道 명칭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몇 가지 단편적인 일만 가지고 자신들이 合氣道(Hapkido) 명칭을 사용하는 것에 하등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악용한다는 점입니다. 결국 이 말을 하고 싶어서 合氣道 명칭 제정에 얽힌 이야기(특히 合氣道의 여러 분파 중에서도 굳이 고린도 아이키도를 집어서)를 구구절절 풀어야만 했습니다.

 

Hapkido계의 이런 태도가 잘 드러난 자료로 어느 논문의 일부분을 인용해 볼까 합니다. 이 논문은 Hapkido계의 입장에서 Hapkido史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로 최용술과 대동류합기유술의 연관성, 최용술의 무도가 지금까지 이어진 과정, 그 과정 속에서 일어났던 Hapkido 단체의 설립과 분열상을 다루면서 말미에 合氣道 명칭 문제를 잠시 언급합니다. 논문 작성자의 입장은 ‘Hapkido 명칭에 문제없다’입니다. 여기서 오해를 피하기 위해 몇 가지 말씀드립니다. 인용할 내용이 단지 이 논문에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논문 작성자와 같은 의견을 피력하는 Hapkido 칼럼이나 자료가 이전에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이 논문이 Hapkido계의 최근 연구 경향을 제일 잘 반영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인용하는 것입니다. 또한 Hapkido 명칭을 대하는 인식에서 저와 논문 작성자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만 그렇다고 논문의 나머지 내용까지 몽땅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점을 확실히 해 두고 싶습니다. 이제부터는 논문 내용입니다.

 

“우에시바 모리헤이가 창안한 것으로 알려진 아이키도(合氣道)의 무명(武名)은 우에시바 모리헤이가 먼저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아이키도의 명칭은 1942년 당시 대일본무덕회(大日本武德會) 이사인 히사토미 타츠오(久富達夫)가 주장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대일본무덕회에 가입하기 이전까지 우에시바 모리헤이의 무도 명칭은 합기무술, 우에시바합기무도, 황무합기, 황무회 등으로 사용되었다.

현재의 무명인 아이키도(合氣道)186)는 대일본무덕회 가입 이후 지어진 이름이다. 일본의 패전 뒤에 이루어진 대일본무덕회의 해산 후, 1948년부터 우에시바 모리헤이의 무도 명칭으로 아이키도가 사용되었다. 현재, 무덕회의 아이키도를 계승하는 코린도아이키도(光輪洞合氣道)187)와 세이신카이아이키도(成新會合氣道)188)등 우에시바 모리헤이의 아이키도와는 기술체계 및 단체를 공유하지 않는 단체 또한 일본 내에서 활동 중이다.

아이키도(合氣道)가 고유명사로 사용되려면 우에시바 모리헤이의 개인적 창작물로서 일본 내에서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조차 아이키도의 명칭은 혼합되어 사용되는 등 고유명사로 취급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한국 합기도에만 고유명사로서의 모습을 주장하는 것은 옳지 못한 모습이다.

합기도(HAPKIDO)는 한국 무도로 국내 및 세계에 전파되었다. 온전한 무도의 형태를 이루는 기간 동안 합기도 사범들의 노력을 통해 이루어진 무도로써 보급과정에 있어서도 아이키도의 명성과 지원을 통해 발전된 무도라고 볼 수 없다. 합기도의 무명을 쉽게 포기하고 유사 단체를 생성하려는 모습보다 합기도의 무명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 주 186) : 財団法人 合気会는 1948년 2월 9일 일본 문부성의 인가를 받았다.

* 주187)과 188)에는 논문 작성자가 光輪洞 계열 合氣道 인터넷 홈페이지의 소개 글을 번역하고, 홈페이지 주소를 표기했습니다. 여기서는 생략합니다.

 

<자료 출처 : 김정환, 「대동류 유술의 한국 유입에 관한 합기도사적 고찰」,

용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4, pp.71~72.>

 

 

논문 행간에는 작성자의 몇 가지 의도가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제 나름대로 번역해 보겠습니다.

 

“合氣道(Aikido) 단체와 수련생 여러분! 우에시바 모리헤이가 合氣道(Aikido)를 창시했다고 홍보하던데 이름은 우에시바 모리헤이가 지은 게 아니더군요. 그 이름, 지금 合氣道 쪽과는 아무 연관 없는 무덕회 사람이 제안했잖아요.”, 하나.

“그리고 무덕회가 없어지면서 고린도(光輪洞) 계열 合氣道가 먼저 생겼네요. 합기회에서 合氣道라는 이름을 사용한 것은 그 다음 일이구요.”, 둘.

“지금이야 (합기회 중심으로)우에시바의 合氣道가 가장 널리 알려져서 마치 合氣道를 우에시바 혼자만의 것인 양 말하지만, 고린도(光輪洞)처럼 우에시바의 合氣道와 기술이 다르고 (합기회 쪽과 교류 없이)독자적으로 활동하는 合氣道 단체가 있지 않습니까.” 셋.

“合氣道라는 이름, 어차피 우에시바의 전유물이 아닌 바에, 우에시바의 合氣道와 기술 체계가 다르고, 우에시바의 合氣道에 아무런 빚 없이 국내외에 뿌리내린 우리 단체(Hapkido)도 사용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넷.

 

글쎄요. 제가 논문을 쓴 사람 마음속에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저한테는 이런 흐름으로 읽힙니다.

 

合氣道(Aikido)의 주류와 분파 사이라면, 혹은 분파끼리라면 合氣道의 유래와 명칭에 대해 견해를 달리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차이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이면 서로 양해하고 선을 지키면서 지내는 것이고, 사실과 크게 어긋나는 것이면 안에서부터든 밖에서부터든 정리가 되겠죠. 武道史 연구자나 칼럼리스트라면 모를까, 일반인은 깊이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되는 사안 아니겠어요.

그런데 냉정하게 말해 合氣道의 분파도 아니고 그냥 별종이라 할 수 있는 국내 Hapkido 단체가 合氣道 무명을 사용하는 행위에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合氣道(Aikido)계의 일을 소재로 삼는다? 저는 아주 잘못된 접근이었다고 말하고 싶네요.

 

合氣道(Aikido)의 이름을 누가 제일 먼저 쓰기 시작했는가 하는 문제는 이쯤에서 마무리해도 될 것 같습니다.


 

Q : 자연스럽게 국내 Hapkido 단체의 合氣道 명칭 사용 문제로 연결되었군요. 조금 더 짚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문답한 내용만 놓고 보면 최용술의 무도에 合氣道라는 이름이 생긴 경위가 석연치 않아요. 최용술의 무도와 合氣道 사이에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는 겁니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