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무도와 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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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중인 신촌도장 전경

 

인간관계는 소통과 설득이라고 말들한다. 소통과 설득에도 스킬이 있다. 스킬은 기술이고 솜씨이며 능력이다. 따라서 단위(段位)나 사회적 지위가 올라감에 따라 대인관계에 대한 스킬도 함께 성장해야 하는 것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생각없이 함부로 말하거나 술기운을 빌어 말문을 여는 사람이 있다.

 

모임에 따라서는 인화(人和)의 방편으로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영리를 염두에 두고 술을 권하고 있다면 그가 제공하는 유무형의 재화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술이라는 방패에 숨어서 호형호제를 권하면서 불합리를 어떻게든 무마해버리는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도우로 인연을 통해 맺어진 인연과 의리가 중요하지만, 사제의 연보다는 도우의 연에 더 비중을 두는 수련생을 가끔 본다. 이해할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무문(武門)에 들어온 이상 그 철학과 전통이 있는데, 그것을 잘못 가르친 것인지 아니면 받아들일 그릇이 아닌지 고민을 할 때가 있다.

 

나는 도장에서 만난 나이어린 학생일지라도, 내 문하에 들어섰다는 확신이 들기 전에는 하대하지 않는다. 물리적인 문은 열려있을지언정 무문은 함부로 열어서도 열려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무도에서 승단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간관계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 아이키도는 시합이 없다고 하지만 시합으로 평가할 수 없는 승부에 대한 열정이 있다. 따라서 대립과 경쟁을 극복하고 뛰어넘어 인화를 구현할 수 있는 제자에게만 공식적인 지도를 할 수 있는 4단의 지도원 자격을 부여한다.

 

특히 실기심사가 없는 5단부터는 이미 기술의 완성도는 인정받은 상황이라 지엽적인 기술 보다는 인품, 즉 아이키도가 추구하는 이상에 부합하고 일선 지도자로서 신뢰와 품격의 리더쉽을 갖추고 있는가에 대한 평가 비중이 높아진다.

 

노(老)선생을 근거리에서 모시면서 또한 일선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지도자로서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신언서판(身言書判)에 대한 평가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런 통과의례를 거친 사람에게 비로소 한 차원 높은 정보를 공유한 기회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다.

 

심사에서 제자를 평가할 때는 레벨에 따라 숙달되어야 할 적정 기준이 있는 것이지만 그런것 보다는 이전보다 더 나아졌는가, 나아지려는 의지가 있는가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한쪽 팔이나 다리가 없는 장애인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정상인과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노력을 한다면 이전보다는 더 나아질 수는 있다.

 

스승은 제자의 그런 모습을 보고 기뻐하는 것이다. 스승은 제자의 움직임을 통해 마음까지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문제가 있으면 지적하고 바르게 인도하고자 한다. 그러나 그 시선 밖에서만 움직이려 하고, 수련보다는 흥에 따라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에 더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사제의 연을 지속하기 힘들다.

 

아이키도에서는 단위가 더욱 높아질 수록 인간관계에 대한 스킬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 어찌 아이키도 뿐만이겠는가, 무도계 뿐만이 아니라 일반 사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스승이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항상 배워야할 대상이고, 모셔야할 대상이 쉬울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해서 제자를 대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제자를 통해서 얻는 깨달음이 없을 수 없는데 어떻게 어리숙해보이는 제자라 할지언정 쉽게 생각할수 있을까? 그것은 스승을 대하는 제자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문무(文武)를 함께 쌓아가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이는 곧 나아지기(改善, Kaizen) 위해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