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kido 지도자님, 헷갈리지 않으세요?(7) –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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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마치며

누구나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논리 오류에 빠질 수 있다.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궤변을 일삼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개의 경우 나도 모르게 오류를 저지르며, 다른 사람이 나의 말과 글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할 때라야 그 오류를 알아차리게 된다. 중요한 것은 오류를 지적받았을 때다. 상황을 그려보자.

 

<상황1>

A가 논리 오류를 저질렀다. 그리고 B가 A의 논리 오류를 지적했다. A가 B의 지적을 받고 보니 오류를 저지른 것이 맞았다. 그래서 잘못된 논리를 수정, 보완했다. A의 논리 오류는 해소되었다.

<상황2>

A가 논리 오류를 저질렀다. 그리고 B가 A의 논리 오류를 지적했다. A는 자기 논리가 옳다고 맹신해 B의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는 기존 논리를 지키기 위한 제2, 제3의 주장을 펼쳐나갔고, 그와 동시에 제2, 제3의 논리 오류가 생겨났다.

* 주 : 물론 이런 상황도 있을 것이다. “A는 논리 오류를 저지르지 않았다. 그런데 B가 생각하기에는 A의 논리가 잘못된 것 같다. B는 A의 논리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다. A가 B의 지적을 받고 검토해 보았지만 자기의 논리에서 잘못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B의 지적에 반론을 제기했다. A와 B 사이에 논리 공방이 이어지지만 A의 논리에 결점이 없기 때문에 B의 지적은 힘을 잃고 만다.”

 

<상황1>이 이상적이지만 실생활에서는 논리 오류를 저지른 사람이 오류를 인정하고 수정하기 보다는 <상황2>처럼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고 잘못된 논리를 고집하다가 오류의 수렁에 더 깊이 빠지는 것을 목격할 때가 많다.

 

나는 Hapkido 지도자들의 행동도 <상황2>의 A와 같다고 보았다. 지난 70여 년 동안 일본 무도 合氣道에서 무명을 가져다 쓴 사실을 은폐하거나 외면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수많은 논리 오류, 그리고 기존의 궤변을 덮기 위해 등장하는 새로운 궤변, 그래서 Hapkido 자료를 읽을 때마다 안타까웠다. 때로는 저자를 향해 ‘본인도 헷갈리지 않냐’며 진지하게 묻고 싶어지기도 했다. 비록 Hapkido 자료에 담긴 논리 오류를 지적하는 글 몇 편 쓴다고 Hapkido계의 태도, 논리, 집단의식이 쉽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당신들의 글과 주장은 이러이러한 오류에 빠져 있다’고 알려주고는 싶었다.

연재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Hapkido 지도자, 수련생, 연구생이 그런 오류를 한번쯤은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류를 인식한 지도자, 수련생, 연구생은 다른 자료를 내거나 참고할 때 조금이라도 경각심을 가지지 않겠는가 하는 소극적인 기대가 있었다. 특히 무도에 대한 신념체계를 형성해 가는 단계에 있는 Hapkido 수련생과 연구생들이 오류를 알지 못한 채 기존의 잘못된 자료를 인용, 재인용하는 것을 보면서 그런 마음이 더 들었다. 다만, 사소한 문제는 넘어가는 것이 유연한 태도라는 생각에서 모든 오류를 다루지는 않았다.

 

여러 Hapkido 자료에서 형태만 다를 뿐 같은 유형이 반복해서 나타나고, 특별히 폐해가 심각하다고 여긴 것이 ‘순환논법의 오류’, ‘특별 변론의 오류’, ‘거짓 원인의 오류’, ‘훈제된 청어로 주위를 돌리는 오류’ 네 가지였다. 그리고 이런 오류를 지적함으로써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은 “合氣道는 우에시바 모리헤이가 창시한 현대무도이다. 한자로 合氣道라고 쓰고, 일본어로 아이키도(あいきどう)라고 발음하며, 영어로 Aikido라고 쓰고, 한국어로는 합기도라고 발음한다. 창시자 우에시바 모리헤이의 철학과 기술을 계승하지 않은 무도는 合氣道라고 할 수 없다.”였다. 앞서 링컨의 일화(개의 다리, 꼬리 개수)를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재를 한창 진행하던 중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Hapkido 자료에 담긴 논리 오류를 지적하는 것에 머물지 말고, 이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겠다고… 앞으로도 글을 쓸 때 논리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늘 경계하고, 이미 작성한 글에도 오류가 있지는 않은지 살펴야겠다고… 오류를 발견하거나 지적받으면 검토해서 오류가 맞다면 고치겠다고… 合氣道를 바르게 알리는 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행여 내 글이 사람들의 눈을 흐리게 만들어서는 안 되지 않겠냐고… 그런 의미에서 Hapkido 자료는 나에게 좋은 공부거리였다. 부디 Hapkido인들이 본인들의 무도를 Hapkido로 인식하고 그렇게 부르는 동안은 한순간도 논리 오류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단순하지만 엄중한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