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스승과 조직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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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정통성과 스승의 계보를 정확하게 이어가는 조직 대한합기도회

 

 

최근 사이비 합기도를 가르치던 도장들이 ‘주짓수(柔術)’ 도장으로 간판을 바꾸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전에도 유행을 선도하는 신흥무술의 숙주 역할을 해왔던 일부 합기도장들의 줏대없는 변신이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일본무술이라면 비난을 위한 비난을 하던 사람들이 주짓수를 타이틀로 내세우는 것을 보곤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이 모여 협회와 같은 조직이 만들어 지는데 유행에 따라 종목을 바꾸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협회는 그저 돈벌이를 위한 조직이 될 수 밖에 없다. 만약 자신이 하고 있던 종목에 대해서 믿음을 갖고 확신이 있다면 가볍게 바꾸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자신을 가르쳐주고 올바로 이끌어주는 스승이 있는 지도자라면 더욱 어렵다.

 

프랜차이즈로 치킨집을 운영하던 사람이 쭈꾸미가 유행하고 있다면 돈벌이를 위해 얼마든지 쭈꾸미 집으로 바꿀 수는 있지만 무도를 같은 시각으로 보면 안된다. 사이비 합기도가 유난히 종목을 바꾸고 있는 이유는 따를만한 스승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협회도 타 종목에 비해서 유난히 많은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 많은 단체들이 단증과 자격증을 발행하고 있다. 대한합기도회로 거의 매일 단증조회가 오고 있지만 자기를 가르쳐 주었던 사범의 이름은 물론 어느 협회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합기도는 스승과 조직이 있다. 그 두가지는 매우 중요하며 함께 조화를 이뤘을때 완벽하다. 사이비처럼 스승이 없는 조직도 있고 반대로 조직이 없는 사가와 유키요시(佐川幸義) 선생과 같은 스승도 있다.

 

조직을 만들고 사람이 모이면 뛰어난 인재를 찾는데 수월하고 실력이 부족한 지도자라고 해도 계보가 있는 조직에서는 얼마든지 뛰어난 인재를 찾고 길러 낼 수 있다. 진짜 합기도(Aikido)는 아직까지도 많이 알려지지 않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배우는 사람들도 합기도를 명쾌하게 납득시키지 못하고 그냥 신비스럽고 어려운 운동으로 말하는 이가 많다.

 

합기도만큼 상대의 힘과 자신의 힘을 합리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무도는 없다. 따라서 합기도의 신비한 베일을 벗기고 합리성을 널리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합리적인 것이 환영받지 못할리가 없다. 검도와 유도같이 세월이 흘러도 매니아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발전하는 것처럼 합기도도 발전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조직이 전국적인 조직을 갖추지 못한 것에 대해서 얕잡아보는 사람이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정통성있는 국제조직의 일원으로서 스승의 계보를 정확하게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얕잡아볼 수 없는 조직이다. 세월과 함께 조용히 소멸해 가는 사이비 조직들과는 구별된다.

 

조직은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는 곳이고 스승과 제자의 계보와 위치를 명확하게 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작은 물방울이 큰 물방울에 끌려 들어가듯 정통한 조직은 그 힘을 갖는다. 한 명의 제자라도 만들어 냈을때 제자는 정통한 조직에서 인정 받기를 원한다. 따라서 사리를 올바로 가르치고 이끌어주는 스승이라면 조직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배움을 시작하려는 사람은 정통한 조직을 찾고 선생이 누구인지 확인해야 한다. 단증은 실력과 선후배의 구분을 위해 필요하고 정통한 조직에서는 단증 발급에 대한 규정이 까다로울수 밖에 없다. 스승과 제자를 명확하게 구분 짖고 있어서 승단시 누구에게 배웠는지를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

 

합기도는 4단부터 지도원이라는 직함을 가지며 6단부터 사범이 된다. 학생의 승단은 사범이 추천해서 협회에 등록된다. 4단까지는 실기심사로 올라가며 5단부터는 선생의 추천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6단 선생은 5단까지만 추천할 수 있다. 6단인 선생이 5단인 제자를 6단으로 추천하고자 할때에는 7단이나 8단인 위에 선생에게 추천하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실기심사로 올라가는 4단과 다르게 추천으로 올라가는 5단 이상의 승단을 준비하는 사람은 선후배로 부터 인정받기 위한 행사(연무대회, 강습회) 참가는 물론 승단을 추천해야할 선생이 지도하는 수련시간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7단까지는 8단인 스승에 의해 올라가지만 8단은 도주(道主)가 최종 윤허(允許)를 한다. 물론 세계본부에는 ‘고단자 심사위원’이 있어서 철저한 검증을 거치고 있다.

 

합기도 국제조직에서는 위와 같은 승단 시스템으로 전세계 승단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해외 국가들 중에서는 자국의 행정에 따라 단증을 주는 별도의 승단제도를 가지고 있는 곳이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국내인정 단과 국제인정 단을 구분해서 주고 있다. 별도의 국내 단을 준다고 해도 그 나라를 대표하고 있는 선생이 갖고 있는 단위(段位)을 초과해서 주지는 않는다.

 

각 단위는 단계별로 정해진 기한이 있다. 실력이 뛰어나거나 두드러진 활동(국제대회 한국대표로 선발되는 등)을 하는 회원에 대해서는 선생의 권한으로 승단 기한을 단축해서 주기도 한다. 4단까지는 실기심사로 주는 단위이므로 선생의 눈에 실력이 확인되면 줄 수 있다. 그러나 객관적이지 않으면 신뢰감을 잃게 되므로 철저히 검증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합기도라는 운동이 합리적이고, 도통을 이어가는 조직의 정통성이 있고, 이끌어주고 따르는 스승과 제자의 신뢰감이 형성되어 있다면 유행에 따라 종목을 추가하거나 바꾸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스승과 조직이 중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