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손가락이 아닌 달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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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윤대현 사범의 강습회 기술지도 모습

 

무도계 발전을 위해 기술을 오픈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나는 도장과 단체를 운영하고 있기에 강습회 지도과정에서 숨긴것 없이 내 놓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뭔가를 오픈하라는 이야기는 어불성설이기도 하다.

이전에 같은 이유로 미디어 제작사에서 아이키도에 대한 영상을 만들자는 제안을 하기에, 나름 젊은 친구들이 무도계의 벤처 사업을 시작하고 있고 함께 성장하자는 생각에 15강의 기본기 동영상 촬영을 했다. 결과적으로는 한국 무도계 발전에 기여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후 중급 강의 촬영을 제안하였으나, 서로의 생각이 일치되지 않아서 정중히 거절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온오프라인에 무술 동호회를 만들고 서로 알고 있는 테크닉을 발표하며 공유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한 열정과 노력은 가상하지만 역시 도움이 된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유튜브 등에 올라오는 영상이나 발표하는 것을 보면 내가 하고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참고할 뿐이지 그것 때문에 실력이 괄목상대 성장하거나 핵심을 터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적의 무인으로 알려진 고 사가와 유키요시(佐川幸義) 선생은 사진 몇 장 외에는 단 한 컷의 영상도 공개한적이 없다. 그것은 그의 제자들도 마찬가지다. 기무라 타츠오(木村達雄) 선생의 영상을 가지고 있지만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 전통에 따라 오직 제자들에게만 기술이 전수되고 있다.  

자신이 무엇을 가르치는지 자랑하듯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도장 광고를 위해 올리기도 하지만 실력도 없이 미천한 지식을 과장해서 올리는 사람도 많다. 검술의 최고 실력을 가진 스가와라 테츠타카(菅原鉄孝) 선생은 미국에서 검술을 지도하고 나서 한시간도 안돼 가르친 내용이 고스란히 유튜브에 올라오는 것을 보시고 어처구니가 없어 하셨다.

실시간 라이브 방송으로 가르치고 있는 모습이 올라오고 있는 것을 보고 황당해 했던 적도 있다. 현대무도와는 달리 고류는 유파에 따라 부모형제에게도 말하지 않는다는 서약을 하고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약속을 우습게 여길 수도 있지만, 생과 사가 갈리는 경험을 피할 수 없는 무사가, 속된 말로 자신의 패를 뒤집어 놓고 뛰어들어서는 안되는 것이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철저히 자신을 감추고 드러내지 않는 것이 병법(兵法)의 기본이다. 창과 방패는 상대의 행동이나 마음을 꿰뚫어보는 것과 적과 마주 섰을때 따라오기 마련인 공포와 긴장을 극복하고 나의 마음을 상대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마음의 수양도 수련의 한 방법이다. 따라서 무사는 늘 겸손한 모습을 갖춰야 한다.

비디오 영상은 수련 과정에서 참고용으로 사용할 수는 있다. 실제 훈련할 때는 보이지 않는 심리적이거나 기술적으로 나쁜 버릇과 흐트러진 몸가짐을 점검하는데는 도움이 된다. 그래서 공인된 실력을 보유한 선생들도 자신의 영상이 세간에 떠도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공개 영상은 최소한의 홍보를 위해 기획된 것이 아니라면 함부로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에서 비디오를 많이 만든 지도자 중에는 히노 아키라(日野晃) 선생이 있다. 그는 모든 무술의 정수를 공개하듯 내놓고 있다. 검술, 유술, 타격기 등 종합무술의 귀재라 할 수 있지만 정작 자신의 비전(秘傳)은 핵심 제자들에게만 가르친다. 현대 무술과 고류의 교학(敎學) 방식을 다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공개하는 것은 현대 무술의 내용이고, 고류로 전해지던 부분은 역시 과거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현대가 떨어지고 고류가 우월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공개된 것을 다라고 생각하는 우는 버려야한다는 것이다. 현대 무도가 영상을 공개함으로써 저변 인원을 늘려가는 것에 대해서 부정하지는 않는다.

무도의 문턱을 낮춤으로써 현대 사회에 걸맞는 무도 수련이 정착해가는 것은 긍정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도를 넘어선 마케팅 목적의 동영상은 분명히 지양해야 한다. 고류의 가치는 그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도록 존중하는 쪽이 훨씬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제자에게만 전수하는 옛 방식이 의미가 없다면 수백년을 이어가며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까?

과거 선승들은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라고 했다. 무도도 그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2013,11,18 824
비전(秘傳)은 제자에게만 가르친다.(사진;스가와라 테츠타카 선생)
윤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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