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군사부일체라고 말하는 인연

정통한 합기도는 창시자 우에시바 모리헤이 선생으로부터 시작하여 제자들로 이어진 계보가 명확하다. 그래서 나는 누구의 제자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머뭇거림 없이 대답한다. 합기도는 만유애호(萬有愛護)에 대한 정신과 그 정신에 일치되는 기술은 이전까지 경쟁으로만 치닿던 이전 무술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며 전세계 지성인들로부터 각광을 받는 무술이 되었다.

우에시바 선생은 제자들에게 그가 추구하는 정신과 함께 기술이 통합되도록 혹독한 훈련으로 제자의 자질들을 키웠다. 그렇게 훈련 받은 제자들에 의해서 합기도는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창시자의 기술은 완벽했고 제자들의 믿음은 흔들림이 없었다. 만약 선생의 기술이 못마땅하거나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면 또 다른 형태의 무술을 보충하듯 추가했거나 만들어 넣었을 것이다.

처음 기술형태와 정신이 거의 변질되지 않고 전세계에 전파되었다. 합기도를 가르치는 지도자라면 적어도 자기 선생이 누구인지는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뛰어난 스승이라고 해서 제자들이 모두 뛰어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반 학생이 아닌 가르치는 선생이라면 적어도 스승과 제자의 관계 만큼은 정확히 해 주어야 한다.

가끔 지도자의 자질이 없는 사람을 만나 보면 하나같이 사제지간의 인연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스승이 없고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하나에 집중하지 못한다. 그들은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를 말하지만,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데는 인색했다. 그래서 스승과 제자의 인연이 어떤 것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길에 튀어나온 돌뿌리에서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고, 애완동물이나 주변의 사물에서도 마찬가지다. 또한 평범해 보이는 당신의 삶이 다른 누군가에게 변화를 일으키는 가르침이 될지도 모른다. 이른바 원포인트 레슨으로 가르침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스승과 제자는 부모와 자식만큼, 시간과 공간의 공유를 통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관계를 말한다.

잠깐 이용가치가 있어서 선생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도적인 측면에서 인간성이 문제가 있다. 잠깐 스쳐지나가는 관계를 스승과 제자의 관계라고 하기에는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 인연(因緣)은 사람들 사이에서 맺어지는 관계를 말하는 것이고 인연은 관계에 대한 원인과 그것으로 인해 얻어지는 힘을 말한다. 특히 군신(君臣), 부자(父子), 사제(師弟)의 연은 선비나 무사에게 그 무엇과도 바꾸기 힘든 것이다.

얼마전 지방 도장 강습회에서 신선한 경험을 했다. 어린 수련생들이 우에시바 선생으로부터 이어지는 사승(師承)의 흐름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그 아이는 오랜 세월이 지나서도 자기 선생이 누구였고 그 위에 선생이 누구였는지를 말하며 자신이 맺었던 인연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말할 것이다. 무술은 스승을 찾아가는 것에서 부터 시작한다. 내가 선생을 찾아 일본까지 갔던 것처럼 말이다.

진학, 취업 혹은 승진을 위해 단증이 필요할 때 재발급을 문의하는 전화가 귀찮을 정도로 많이 온다. 소속이나 가르친 선생의 이름을 물어보면 모른다고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누구에게 배웠는지 기억을 못한다. 그들은 선생이나 소속 단체, 도장에 대한 자부심은 커녕 소속감마저 가지지 않고 배웠음이 분명하다. 아니면 교학(敎學)보다는 영리가 우선인 단체의 단증을 받다보니, 그 단체는 어느새 이합집산하거나 소멸했을지도 모른다.

스승이 없는 지도자들의 문제점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을 하듯 유투브나 출처가 불분명한 기술을 습득해서 가르치기 때문에 자신의 기술이 정확히 어디에서 누구로부터 이어져 왔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그가 받은 단위(段位)는 돈만 내면 단증을 주는 사이비 협회와 거래를 한 것이다. 그런 협회는 스승이나 제자 관계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관심을 갖지 않는다.

4단인 관장이 5단 6단을 주는 것이 가능한 협회도 있고 8단, 9단이 있는데 정작 그런 높은 단을 줄만한 선생이 없다는게 문제다. 그래서 초단보다 못한 10단도 나오고 있다. 스승은 함부로 실력과 자질이 안되는 사람을 고단자로 허가하지 않아야 한다. 인연을 소중히 생각치 않는 사람을 고단자로 만들면 분열이 일어나고 단위을 가볍게 만들어 버린다.

가문(家門)에 가풍(家風)이 있어 부모 형제 자녀 사이를 강력하게 결속한다. 무문(武門)에서도 마찬가지다. 부자의 인연만큼이나 사제의 인연이 맺어진 이상, 스승은 스승대로 제자는 제자대로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 수업료만 오가면 레슨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성심을 다해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그에 따른 단위의 평가가 수반되어야 한다. 그러한 평가는 연무대회나 강습회 등에서 공개적으로 선후배에게도 인정을 받아야 한다.

기술은 단위에 맞게 펼칠 수 있어야 한다. 즉, 몸을 통해 검의 이치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하고, 호흡의 완급과 잔심(殘心)을 찾을 수 있어야 하며, 유술과 검술이 별개가 아니면서 기본에 충실한 변화와 응용의 묘를 살릴 수 있어야 한다. 스승은 제자의 그러한 발전을 보면서 승단을 인정하는 것이다.

무도를 배운 사람이라면 특히 선생과의 인연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야 한다. 똑바로 해야 하는 의무는 제자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선생도 제자의 명예와 그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정통성을 위해서라도 똑바로 보여주어야 한다. 진정한 제자라면 선생이 도복을 입고 매트에 설 수 있도록 한 수 가르침을 받는 학생의 태도를 힘들어 해서는 안된다.

인간 관계를 쉽게 끝내는 사람은 무엇을 하든 깊은 관계를 맺어가질 못한다. 오랫동안 집중하지 못하며, 함께 고행을 나눈 선후배와의 인연도 깊이 있게 나누며 발전시키기 어렵다. 쉽게 잊혀지는 관계를 가지고 군사부일체를 말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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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에서 연무시범중인 윤대현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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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행사에서 연무를 보이고 있는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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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연무시범중인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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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자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심사에 임하기 2, 3년전부터 스승과 선후배 모두가 인정 할 수 있는 적극적인 활동을 해 주어야 한다.(사진:본부강습회에서 지도원들에게 기술시연중인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