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kido 지도자님, 헷갈리지 않으세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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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논리 오류에 휘말리지 않는 방법

 

미국의 제16대 대통령 링컨에 관한 일화가 있다.

링컨이 사람들에게 물었다. “개의 꼬리를 다리라고 부른다면, 개의 다리는 몇 개일까요?” 사람들이 대답했다. “다섯이요.” 그러자 링컨이 말했다. “아닙니다. 네 개입니다. 개의 꼬리를 다리로 부른다고 해서 꼬리가 다리인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 주 : 영어 문장은 다음과 같다.

 

A: If you call a tail a leg, how many legs does a dog have?

B: Four, because calling a tail a leg doesn’t mean it is one.

 

일설에 따르면 링컨이 아프리카인을 노예라고 부르며 물건처럼 거래하는 현실을 꼬집기 위해 이 문구를 활용해 노예 제도 옹호론자를 제압했다고 한다. 한편, 링컨은 실제 이런 말을 했는지 확실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진실이 어느 쪽이든 이 문장은 미국에서 Popular Phrases(名句)로 잘 알려져 있다.

 

Hapkido 자료를 마주할 때에도 링컨 같은 자세가 필요하다.

 

Hapkido 지도자들에게는 여러 Hapkido 단체가 난립해 있고, 같은 한자어 合氣道를 이름으로 쓰는 Aikido가 존재한다는 것이 큰 골칫거리일 것이다. 내부에서는 이 단체 저 단체가 저마다 정통을 자임하며 제각각 역사, 기술 체계, 철학을 내세우는데다 외부에서는 Aikido가 진짜 合氣道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으니 말 그대로 내우외환이다. 그래서 Hapkido계에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구축해 온 Hapkido의 역사와 조직을 지키기 위해 많은 연구 자료와 칼럼을 통해 Hapkido가 어떻게 발전해 왔고, 어떤 특징이 있으며, Hapkido에 어떤 실용성이 있는지 설명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Hapkido 자료가 문제의 핵심을 외면하고 비켜가기 때문에 논리 오류와 궤변을 담고 있다. 여기서 문제의 핵심은 이름, 또 이름이다. 앞서 올린 다른 글에서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일본에 Aikido로 발음하는 合氣道라는 무도가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한국에서 최용술 선생에게 무도를 배우던 제자들이 선생의 무도에 合氣道라고 이름을 붙였다. 合氣道가 일본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스승(최용술)은 자신이 가르치는 무도는 合氣道가 아니라고 했는데도 말이다.

 

合氣道를 한국어로 발음하면 Hapkido가 된다. 상식대로라면 발음이 Aikido이건 Hapkido이건 모두 우에시바 모리헤이(植芝盛平, 1883~1969)가 창시한 현대무도 合氣道를 지칭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국제적으로는 해당 무도가 창시된 나라에서 쓰는 언어 발음의 영문 표기를 따르므로 合氣道를 영어로는 Aikido로 표기한다. 1976년에 출범한 국제 合氣道 조직의 이름이 IAF(International Aikido Federation)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이 상식이 잘 통하지 않았다. 국내 대중에게는 ‘최용술 선생의 제자들이 스승의 무도에 제멋대로 合氣道라고 이름 붙이고는 Hapkido로 발음한 무도’가 合氣道인 것처럼 잘못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정하지만 지금 국내에서 Hapkido라고 부르는 무도를 ‘사이비 合氣道’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을 확실히 인식하면 Hapkido 자료에 내재된 논리 오류를 집어내거나, 불필요한 논쟁을 미연에 피하거나, 때로는 궤변에 강하게 대응하거나, 궤변에 휘말려 머리가 복잡해졌다가 회복할 때 도움이 된다.

 

링컨 일화로 돌아가 보자. 다리는 본래의 合氣道(Aikido), 꼬리는 사이비 合氣道(Hapkido)로 이해하면 된다. 아무리 꼬리를 다리라고 불러도 다리는 다리, 꼬리는 꼬리인 것이다.

 


 

위 링컨 일화, 그리고 앞으로 몇 가지 종류의 논리 오류를 소개하기 위해 사용할 예문은 수험생들의 논술 시험을 돕기 위해 출판된 논리 오류 관련 서적이나 인터넷 백과사전, 나무위키에서 인용했음을 밝혀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