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규약으로 보는 무술사범

무협영화
(사진:중국무협영화의 한장면)

무술 영화의 고전들은 큰 흐름이 동기는 다양하지만 적대적 관계일 수 밖에 없는 유파를 넘어서기 위한 과정이 소재의 주류를 이룹니다. 도전을 받은 쪽에서는 하수에서부터 고수까지 합을 겨루고, 마지막은 꼭 그 유파의 수장이 나서서 싸우는 장면을 봅니다.

수장이 도전자의 비겁한 술수에 목숨을 잃고 나면, 의협심 강한 제자가 고난의 과정을 거쳐 복수를 합니다. 과거 한중일 무술 영화의 스토리는 거의 이 틀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영화를 즐겨 본 필자의 입장에서는 실제 연로한 수장들이 진짜 싸웠을까 하는 의심을 품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고류무술에서 제자들이 지켜야 하는 전통적인 규약을 보면 면허를 받기 전까지는 절대 타류와 시합을 해서는 안된다는 약속을 합니다. 호쿠신잇토류(北辰一刀流) 종가로부터 6단을 받은 김남호 사범이 타 검도관에 가서 훈련을 해도 되는지 종가에게 질문했을 때 대답이 간단했습니다.

“너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가도 좋다!”

나에게 배우는 것이 부족해서 다른 곳에서 더 배우겠다는 것 자체가 선생으로서 용납이 안되는 것도 있지만, 내가 6단을 인정해 준 자가 타도장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무시당하기라도 한다면 6단을 준 스승인 종가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결과를 낳는 것입니다.

사범 면허가 없는 도장은 도장으로서 인정될 수 없기 때문에 사범을 초청해서 강습회를 여는 등 계속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범으로 인정받을 때까지는 절대 한눈을 팔아서는 안됩니다. 왜냐하면 배우는 자에게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조건은 어느 사범에게 사사(師事)했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사범의 실력은 어느 정도여야 하는가 하면, 앞서 언급한 무협영화에서처럼 겨룸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실력을 가진 자를 말합니다. 그것은 실력이 아직 면허를 받을 수 없는 자이기에 절대 타류와 시합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과 일치합니다.

배우고 익히기를 즐겨하지 않는 자는 사범이 될 수 없습니다. 만약 그런 사람이 사범이 되고 타류에서 도전을 해 온다면 자기가 나서지 못하고 엉뚱한 학생들만 나서게 해서 다치게(영화에서는 죽지만) 할 것입니다.

대체로 오랜 세월 실력을 쌓아온 수련자라면 허리 중심에서부터 나오는 힘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실제 중국에서 무술 고수들이 나와서 시합을 한적이 있었는데 시작하자 마자 난타전으로 양쪽 다 피범벅이 되어 곧바로 끝나버렸습니다.

그런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시합에 나가는 것은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는 상황을 감수하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진짜 실력이 있는 사람은 무엇이 위험한지 잘 알기에 함부로 대결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시합을 보는 사람들이야 구경하는 재미가 있겠지만 실제 싸워야 하는 사람에게는 과중한 스트레스일 뿐입니다.   

경험 많은 수련생들을 보면 허리 중심에서 뻗어나오는 힘 때문에 기술을 잘 걸기도 하지만 반대로 잘 걸리기도 합니다. 오히려 초심자들이 중심과 연결되지 않고 따로 노는 손 발 때문에 기술이 잘 걸리지 않고 중심으로부터 따로 분리되어 움직이는 관절로 인해 다치는 것을 보기도 합니다.

심사를 볼 때면 그런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훈련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사람이 단위를 올리는 것은 실력도 없는 사람이 사범이라고 나서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타류에서 도전을 해오면 면허가 있는 사범이 나서서 실력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경험삼아 제자를 투기시합에 내 보냈다가 죽어버린 사건이 실제 있었습니다. 나도 오래전 격투기 시합에 나갔다가 상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해를 입히고 괴로워 했던 적이 있습니다.

옛부터 스승은 제자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모든 위험으로부터 지켜내는 것을 가르쳐 왔습니다. 제자를 위험으로부터 지키는 것이 스승입니다. 만약 시합을 해야 한다면 면허를 받은 사범이 해야 하는 것입니다.

합기도(Aikido) 연무대회에서는 초심자부터 고수까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나서서 연무로 실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범 면허를 인정 받기 전까지는 한 눈 파는 일없이 선생을 모시고 배움에 몰두해야 합니다. 그러한 노력없이 세월만 가면 받는 사범 면허는 없어야 합니다. 사범은 앞서 언급한 무협영화에서처럼 겨룸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실력을 가진 자를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