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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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이 끝나면 비를 쓸고 걸레질을 하는 모습.

 

아이키도 도장이라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처음에는 이 풍경이 낯설면서도,

단순히 수련의 연장선상에서 남들이 하니 으레 나도 해야 하는 행위 정도로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였을까. 그 이외에 어떤 것도 내가 먼저 나서서 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참 부끄러운 얘기지만 예전의 나는,

물을 마셨던 컵을 씻지도 않은 채 탁자에 그대로 두고 도장을 나섰고,

다른 누군가 타 주는 커피를 넙죽넙죽 받아 마시곤 했다.

내 도장이 아니라는 생각, 내가 주인이 아니라는 생각에 그런 행동을 당연시했던 것이다.

 

‘어디를 가든 손님이 아닌 주인이 되어라.’ 라는 말이 있다.

아마 그 당시 나는 내 스스로를 도장에 온 손님쯤으로 여겼던 것 같다.

 

지금도 물론 물을 마셨던 컵을 탁자에 두고

다른 이가 타 주는 커피를 넙죽넙죽 받아먹는다.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탁자에 누군가가 마셨던 컵이 널려있지는 않은지,

휴지가 떨어져 있지는 않은 지 확인 후 치우게 되었고

상대에게 차를 권하고 직접 타기도 한다는 것.

 

이런 소소한 것에서부터 내 관점을 바꾸고 보니

하나, 둘 내가 할 수 있는! 그리고 해야 할! 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주기만을 기다리며 수동적 태도를 취했을 때에는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불평 불만이 생기기도 했었다.

하지만 무언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능동적으로 움직이려는 마음을 내니

불평 불만 대신 오히려 활력이 생기는 듯하다.

 

“우리 도장은 내가 아니라 우리 회원들이 조금씩 만들어 가고 있어.”

며칠 전 문영찬 지부장이 했던 말이다.

 

곰곰이 돌이켜보니…

 

손재주가 있는 회원들이 도장을 꾸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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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 한 켠에 마련된, 회원들이 꾸민 아이키도 가족사진(^^) 전시판>

 

좋은 것은 다른 회원들과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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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회원이 가지고 온 성게알로 맛있는 미역국을 끓여먹는 오전부 회원들>

 

좀 더 안전하고 쾌적한 수련 환경을 만들고자 조금씩 힘을 보태 도장 보수를 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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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시 부상방지를 위해 지난 5월 바닥 보강 공사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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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찬 공기와 소음, 담배연기를 차단하고자 이중문도 설치하였다.>

 

내가 미처 깨닫기 전부터 이미 그들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제주지부도장을 만들어오고 있던 것이다.

 

2004년 시작된 제주 아이키도.

지난 13년 동안 아이키도의 저변확대를 위해 걸어온 그 길이 어찌 외롭고 힘들지 않았겠는가.

문영찬 지부장의 굳건한 의지와 남다른 책임감.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온 제주지부 회원들이 있었기에

나는 오늘도 이렇게 도장에서 수련을 하며 웃을 수 있는 것이리라.

 

수련을 마치고 도장문을 나서며

이제부터라도 그들의 든든한 동행이 되어 함께 그 길을 걸어가야겠다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