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기도에 관한 편견

윤대현 강습회

 

합기도(Aikido)는 짜고하는 것 아니냐고 폄하하는 글을 본적이 있습니다.

그런 몰지각한 글로 인해 아이키도에 대한 편견이 있을 것 같아 자세한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여타의 공포보다 칼 대 칼이 겨누고 있을 때의 공포가 최고라고 말하는 무도가들이 있습니다.

즉 검술이 가지고 있는 그 위험성으로 인해 실전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일본에서 시작된 검도(Kendo), 유도(Judo), 합기도(Aikido)는 전세계에 가장 많이 알려진 현대무도 입니다.

검술과 유술로 대표되는 전통 무술은 고류로 분류합니다.

중국의 영향을 받은 공수도는 메이지 유신 이전에는 일본무술계에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군국주의의 확산으로 오키나와를 본토에서 적극적 지배를 하게 되면서 역으로 본토에 소개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유파의 장점을 교류 발전시켜 검술이 검도로, 유술이 유도로 정착되었다고 하지만, 다양한 유파의 검리(劍理)와 체리(體理)를 담아낼 수는 없는 한계는 분명히 있습니다.

합기도는 검도나  유도가 경기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놓칠 수 밖에 없는 부분들을 수용해서 더욱 발전시켰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 무도는 안전을 배제할 수 없고 경기화 시키기에 최적화된 무술입니다.

시합을 하는 무술은 결국 더 빠르고 강함을 추구해야 하고, 이는 끊임없는 도전에 맞닥뜨려야 하는 스트레스의 연속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최고 기량을 뽐낼 수 있는 연령대가 있고, 이후에는 존재가 잊혀져가는 어두운 면도 있습니다.

 

과거 공수도와 태권도가 서구에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종합격투기의 등장으로 인해 실전성에 회의를 느끼고 등을 돌리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유도에서 시작된 주짓수가 무술의 본고장인 아시아로 빠르게 역수입 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유행에 민감한 한국에서 그 인기는 과히 폭발적입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크게 동요되는 기색이 없습니다. 일본의 무술이 유럽에서 인기를 끄는 것에 대해 그저 흥미 있어하는 것 뿐입니다.

그 원인은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선생들이 많아서 일 것이라고 생각되어 집니다.

아직도 많은 검술, 유술의 고류 유파가 존재하고 있고 높은 기술적 완성도를 보이는 선생들도 많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선생들이 있기에 유행에 따라 제자들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입니다.

고류 검술은 현대 검도와 차별성을 가지는 자세(構え)와 움직임(体捌き)이 많이 있습니다.

고류 검술은 검도와 합기도하는 사람들이 주로 수련하고 있지만, 고류검술의 자세와 움직임의 극의를 표현하고자 가장 노력하는 무술이 합기도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 검도에서 담지 못하는 고류의 자세를 오히려 합기도에서 담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 초창기 합기도는 부상이 심하였고, 우에시바 선생 문하의 유명 선생들은 합기도 기술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계셨기 때문에 수련중 상해를 예방하기 위한 교학체계를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셨습니다.

고류검술에서는 많은 유파에서 구미타치(組太刀)라는 훈련방식을 통해 실력을 쌓아갑니다. 매우 단순해 보일 수도 있어서 속된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유도에서도 끊임없이 부딪히기 연습을 합니다. 정확한 업어치기를 익히기 위해서는 파트너가 도와줄 수 있어야 하고, 낙법도 자연스레 받아줄 수 있어야 실력을 쌓을 수 있습니다.

검도도 마찬가지 입니다. 제자의 죽도를 지도자가 호면으로 받아주기도 합니다. 그렇게 낙법을 하고 타격을 당하는 것을 보고 짜고 친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고류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무술에서, 최소한의 안전을 담보하는 시스템이 없다면 그 유파는 일가를 이루기도 전에 남아나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합기도는 시합을 통한 경쟁이 아니고,
교육체계로써 무술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경기화된 현대 무도와는 지향하는 바가 다릅니다.

격투가로 성장했던 필자가 일본에서 고바야시 선생을 처음 만났을 때, 그리고 이후로도 의기양양을 넘어 무례하기까지 했지만, 선생의 움직임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시합과는 다른 상황이지만, 오히려 링이 아닌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선생의 움직임은 그 당시만해도 이해할 겨를도 없이 당하기 일수였습니다.

 

헐리웃 액션에만 길들여져 있는 사고로는 합기도가 각본대로 움직이는 무술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는 합기도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모르는 무지에서 나온 발상입니다.

불의에 발생할 수 있는 공격상황을 가정하여 끊임없이 대처능력을 반복 습득하는 훈련 방식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또 고통보다는 즐거움을 추구하며 성장할 수 있는 교학체계입니다.

쉽게 던지고 꺾이는듯 보일 수 있지만, 성장을 위한 협력이며 숙련을 통해 부드럽게 표현된 움직임입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까운 것은 합기도가 일본 무술이라는 선입관 때문에 다가서지 못하고,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기술 체계와 철학의 부재속에 어설픈 종합무술이 되어가는 유사 합기도(Hapkido) 때문에 도매급으로 함께 취급받을 때입니다.

이런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이 땅에서 합기도가 올바른 자리매김을 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