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지도자는 먼저 본(本)을 보이는 사람이다.
지도자는 먼저 본(本)을 보이는 사람이다.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해서 얼마전 지도원들과 대화했던 내용을 소개합니다.

무술도장도 체육시설업으로써 회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동네 휘트니스 센터에서 보이는 모습이 바로 체육서비스업입니다.

하지만 어린이전문 도장을 제외하면 실제 무술도장은 서비스와는 좀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지도자는 친절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서비스라는 단어가 의미하고 있는 것이 친절입니다.

도장에서 서비스를 한다면 어떤 모습을 보일까? 일반 상점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밝은 표정으로 고객에게 인사하기? 차량 운행으로 회원의 통학을 도와주는 친절함? 퍼스널 트레이닝과 같은 맞춤형 지도방식?

잘못을 지적하거나 나무라는 행위는 고객을 대하는 서비스가 아니다.

아마도 이런 것들이 좋은 서비스가 아닌가 생각되어 집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모습들이 선생이 제자에게 대하는 태도는 분명 아닐 것입니다.

사실 도장에 찾아오는 회원들 중에는 위와 같은 서비스가 제공되어지길 바라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거꾸로 선생이 회원들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나는 오랫동안 격투기를 지도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선수의 기량과 실력을 끌어 올리기 위한 지도방식 자체가 친절과는 거리가 멉니다.
증명할 수 없으면 신용할 수 없다는 최영의 총재나 최고만 인정받는 태국 무에타이에서 스승에게 친절을 바라기란 어렵습니다. 승리가 목적인 선수에서 스승의 친절을 바라는 것 자체가 넌센스 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합을 하는 모든 무술은 상대보다 강하다는 것을 겉으로 드러내려 합니다. 그것이 잘 되지 않으면 매서운 눈빛으로 겁을 주거나 또는 욕설이나 비방으로 상대편를 약하게 만듭니다.

상대에 대한 적개심을 통해서 더욱 강해지는 속성을 보입니다. 그런 성향은 가르치는 선생에게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격투기관련 운동으로만 평생을 보내왔던 나에게 아이키도(정통합기도)의 첫 인상은 매우 혼동스러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전형적인 파이터로 성장한 나는 당연히 지기 싫어하고 호전적이었기에, 처음 접한 아이키도 선생들의 친절한 태도는 신선한 충격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지도자의 태도를 분석하고나서야 아이키도 선생들의 친절을 이해 할 수 있었습니다.

데시(弟子, 일반 수련생)와 우치데시(内弟子, 지도원)를 대하는 선생의 태도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물론 초보자가 상급자가 되고 나중에는 지도자가 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데시가 우치데시로 발전되는 것이지만 경험이 없는 일반사람이 보기에는 일반수련생을 대하는 선생의 친절함과 내제자를 대하는 엄격함이 이중적으로 보이곤 합니다.

친절함과 엄격함은 함께 하는 것이 좋지만 그것도 지도자의 실력과 자질이 있어야 조절 가능한 것입니다.

모든 선생들이 알고 있는 것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고 매우 특별한 선생이라고 해도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면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한편 선생의 교습 방식이 거칠고 불친절해도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면 그 선생은 매우 특별함이 있는 선생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친절한 서비스는 고사하고 보수적인 교학 방법에도 도장 운영이 잘되고 있다면 대단한 지도자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대학입시와 같이 어떤 목적을 위해서 참고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인내를 발휘해 가며 배움을 이어가려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격투기 시합에 나가서 우승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자와 유아서비스로 사업을 하는 곳은 해당되지 않겠지만 무술에서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분명합니다.

어린 아이들에게서 평가를 구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성인 회원들이 없는 도장에서 스승인 선생의 실력이나 자질을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프로는 결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아마추어와 차별성을 두지만, 그 실력과 자질을 평가하는 것은 성인 제자들이 얼마나 수련하고 있는지 저변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입니다.

결국 성인 회원이 많은 곳, 특히 10년 이상된 회원이 많은 곳은 굳이 선생의 실력을 말로 떠들지 않아도 높게 판단할수 있는 곳이라고 봐야 합니다.

링에 올라간 선수가 어떻게든 이기려 하는 것처럼 무술이 가지고 있는 그 호전적인 성격 때문에 도장에서 서비스를 아무리 잘하고 있다고 해도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운동도 있습니다. 유행에 따라 반짝하듯 회원이 몰리는 종목도 있습니다.

순수한 스승과 제자의 관계보다는 협회를 만들어 단증이나 자격증을 제공하는 공급자와 수요자의 관계로만 유지되는 곳도 많습니다.

운동을 하는 단체의 수장이 운동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젊었을때 한때 뿐인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한국 무술계에서만 볼수 있는 현상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중국무술과 일본무술을 살펴보면 말년에 노(老)사부들이 제자들에게 직접 시연을 보이며 지도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무술을 그저 상대를 패배시키는 하나의 결과로서의 승리만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짧은 지식입니다.

무술의 궁극적 가치는 끈임없는 자기애와 평화를 추구하는 마음입니다.

스승의 존재는 제자들에게 살아있는 전설이고,
높은 공력에 대한 경외감과

엄격함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처음에 지적한 것과 같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고 특별한 선생이라고 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면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따라서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지금 당신의 실력과 자질이 어떠하냐에 달렸다는 것입니다.

친절하다 혹은 불친절하다는 얘기는 타인이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배우는 성인이 많은 도장인지 아이들 밖에 없는 도장인지 눈에 보이는 현상을 통해서 판단해야 하는 것이 살아있는 지식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초심자에게 친절하게 대해야 하지만 그것이 상업적인 심리를 이용했거나 마케팅으로 오래갈 수 없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면 스승으로서의 자질을 의심해 봐야 할 것입니다.

유행에 따라 회원이 모집되는 것은 한 때 장사와 같아 오래가지 못합니다.

옛부터 무도는 전통적인 방식을 지키려는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처음 무술을 접하는 사람에게는 친절하게 가르치는 것이 당연하지만 어느정도 단련이 되고나면 스승과 제자의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엄격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스승이 먼저 끊임없이 노력하는 수련을 통해서 제자에게 본(本)을 보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