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합기도 단체의 의문수 – 운기(運氣)와 지기(至氣)가 합기(合氣)의 효시? (4) – 完

‘합기(合氣)’는 본래 일본에서 시작된 말이다. 그러니까 합기(合氣)의 시원이나 개념*은 일본 기록에서 찾아야 옳다.

* ①대한합기도회 홈페이지 ‘윤대현 칼럼’ 중 「합기란? 그리고 한국에서의 합기도」, ② ‘합기도신문’ 기사 중 「단무지, 활인검 그리고 합기」, ③합기도(Aikido) 전문 블로그 「아이키도 삼성당」의 연재 자료 ‘합기에 대하여’를 참조하기 바란다.

 

그런데 초창기 Hapkido 지도자들이 공식적인 무명(武名)이 없었던 스승(최용술)의 무술에 ‘合氣道(Aikido)’라는 이름을 무단으로 가져다 붙이면서* 일이 잘못되기 시작했다. 최용술 선생의 제자들은 合氣道라는 이름은 쉽게 달았지만 ‘合氣道가 왜 合氣道인지’ 설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 이 과정은 한풀 창시자 김정윤 선생의 회고록 『大東武-重生歷程(밝터, 2010)』 p.125~p.127에 자세히 나와 있다. 책의 해당 내용을 소개한 ‘합기도신문’ 기사 「『大東武-重生歷程』을 통해 본 합기도와 아이키도의 관계」도 있으니 참조하기 바란다.

 

 

나는 지난 몇 개월 동안 합기도 신문 연재를 위해 Hapkido 자료를 조사하다가 어떤 의미 있는 흐름을 발견했다.

 

① 초창기 Hapkido 이론서에는 Hapkido가 일본에서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는 무술이라고 말한다(에 : 김정윤 저 『合氣術』). 그리고 ‘합기(合氣)’가 무엇인지, 무명(武名) 合氣道가 어디서 나온 말인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어느 나라나 민족이건 고유의 투기(鬪技)가 있었다면서 Hapkido를 옛 투기(鬪技)로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둔다.

 

② 점차 Hapkido가 신라 시대부터 있었던 무술이었다고 기술하는 책이 나오기 시작한다. 아마 그 사이에 Hapkido인들 나름대로 조사를 하면서 ‘신라삼랑원의광’을 찾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간단하게나마 합기(合氣)를 ‘기운을 합(合)하는 것’, ‘천기(天氣), 지기(地氣), 인기(人氣)를 단전에 모으는 것’ 등으로 설명하는 자료가 등장하는 것도 이 무렵이다.

 

③ 급기야 Hapkido의 역사가 고조선 시대(또는 그보다 앞선 배달국 시대)까지 연장된다.

“합기(合氣)의 시원을 『삼일신고』 진리훈에 나오는 기화(氣和)-지명(知命)-합혜(合慧)에서 찾을 수 있다.”라거나 ‘운기(運氣)와 지기(至氣)가 합기(合氣)의 효시’라고 하는 말은 Hapkido 역사를 최대한 앞당기려는 시도가 낳은 결과물이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수많은 Hapkido인들이 ‘Hapkido는 역사가 오래된 한국의 전통 무술’이라고 믿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사실 Hapkido 측에서 ‘합기(合氣)’를 설명하려고 만든 모든 논리는 “합기(合氣)는 일본에서 시작된 개념인데 왜 한국 자료에서 기원을 찾는가.”라는 질문 하나로 부정해 버리면 그만이다.

그래서 非 Hapkido인인 내가 ‘운기는 어디에 나오는 말이고, 지기는 어디에 나오는 말’이라며 일일이 찾아주는 것이 코미디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게다가 이 기사가 나간다고 해서 ‘운기(運氣)와 지기(至氣)가 합기(合氣)의 효시’라는 말이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Hapkido인들이 앞으로는 최소한 ‘운기(運氣)’와 ‘지기(至氣)’가 무슨 뜻인지 알고 사용하기를 바란다(알고 나면 선뜻 사용하기 어렵겠지만…). 그리고 일반 대중이 잘못된 정보에 오염되는 일을 예방하는 데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

 

이번 연재는 여기서 마무리하지만 나는 ‘운기(運氣)와 지기(至氣)가 합기(合氣)의 효시’라고 쓴 원문 자료를 꼭 찾아낼 것이다. 찾고 나면 이 문제를 한 번 더 다루겠다. 그 때까지 ‘운기(運氣)와 지기(至氣)가 합기(合氣)의 효시’라는 문구는 ‘사이비 합기도 단체의 의문수’로 남겨두려고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이 의문수도 결국에는 무리수였던 것으로 결론이 날 것 같아 벌써부터 마음이 불편하다. (完)


 

<2019.4.6. 바로잡습니다>

 

본문 주석에서 ‘ 「삼일신고」는 우리 고유의 경전’이라며 단정적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가 존재한다. 단군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 종교단체나 수련단체에서는 「삼일신고」는 단군조선시대 전부터 전해내려온 경전이라고 한다. 한편 역사학계는 자료에 근거해 이 경전은 구한말에 대종교계가 창교할 무렵에 만든 것으로 본다. 연재 당시 필자의 입장은 전자였다. 그러나 추가 조사를 통해 후자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환단고기」에 위서(僞書) 논란이 있다고 하면서도 이 책을 정통 사서(史書)와 동등한 지위에 놓고 그 내용을 소개했다. 큰 잘못이다. 「환단고기」는 역사학계에서 다양한 검증 과정을 거쳐 이미 위서(僞書)로 판정했고, 필자도 이에 동의한다. 위서에 적힌 내용을 자세히 소개할 필요가 없었다.

 

연재를 할 당시에 필자의 지식이 부족했다. 연재를 마치고 조사를 계속하면서 이 부족함을 깨달았고, 기존의 잘못된 입장을 전면 수정하기에 이르렀다. 부정확한 정보를 전달한 것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

 

본편은 다음과 같이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

‘Hapkido 단체가 Hapkido 수련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천도교계의 용어나 위서에 적힌 용어를 인용한 것은 Hapkido의 역사가 오래되었다고 주장하기 위해 선택한 궁여지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자신들의 논리가 취약함을 드러내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