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합기도 단체의 의문수 – 운기(運氣)와 지기(至氣)가 합기(合氣)의 효시? (3)

『환단고기』에 합본된 여러 기록 중에서 제일 앞에 위치한 것이 「삼성기 上」이다.

* 「삼성기 上」은 신라 시대의 승려 안함로(安含老, 579~640)가 지었다고 함

 

 

때는 신석기 시대. 우리의 조상이 되는 집단에서 일어난 일이다. 어느 날 자신들보다 수준 높은 문화를 가진 지도자와 그가 이끄는 무리가 나타났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불을 사용해 음식을 익혀먹는 법을 알려주고,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도구를 사용하는 법도 가르쳐 주었다. 또 지도자 그룹의 가장 큰 어른은 하늘에 제를 올리고, 깨달음의 말씀을 사람들에게 전했다.

 

뒤떨어진 문명을 가진 집단이 앞선 문명을 가진 집단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마치 하늘의 이치를 모두 알고 우주의 조화를 부리는 사람들처럼 신령하고 높아 보이지 않았을까(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세상에 모르는 것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모습을 떠올려 보자.).

 

사람들은 이렇게 나타난 지도자를 환인(桓因 – 한인, 한님, 하느님 등)이라고 불렀다. 이때의 사람들이 환인을 묘사한 표현 중에 ‘승유지기(乘遊至氣)’가 있다. 환인께서 ‘지기(至氣)’를 타고 노닐었다는 뜻이다. 『환단고기』를 번역한 증산도 안경전 종도사는 ‘지기(至氣)’를 ‘지극한 조화기운’이라고 썼다.

 

실제로 우리 민족에게는 고유의 기 수련법이 있었고, 환인 시대의 이야기는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던 것을 문자가 생긴 뒤에 기록한 것이기 때문에 ‘승유지기(乘遊至氣)’가 신화의 느낌을 준다고 해서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환단고기』에 나오는 ‘지기(至氣)’는 대강 그런 의미가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자.

 

 

다음은 천도교(天道敎)의 ‘지기(至氣)’를 알아볼 차례. 천도교(天道敎)는 조선후기 1860년에 수운 최제우(水雲 崔濟愚, 1824~1864) 선생이 시작한 동학(東學)을 1905년 제3대 교주 손병희(孫秉熙)가 개칭한 종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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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운 최제우 >

최제우 선생은 전통적인 유교 가문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한학(漢學)을 익혔다. 10세(어머니)와 17세(아버지)에 부모님의 여의고 21세 되던 1844년부터 10년간 각지를 유랑하며 사회의 문제를 인식하였다. 자료마다 자세한 시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이때부터 구도(求道)의 길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던 중 1860년 5월 7일, 강한 종교적 체험과 함께 득도(得道)하여 동학(東學)을 창시하였다<두산백과 [천도교]의 내용을 발췌 요약>.

 

 

최제우 선생은 자신이 경험한 영적 체험을 21개의 글자에 담아 삼칠주(三七呪)라는 주문을 만들었고 사람들에게 외우게 했다*. 삼칠주 “지기금지 원위대강 시천주 조화정 영세불망 만사지(至氣今至 願爲大降 侍天主 造化定 永世不忘 萬事知)”에서 앞의 8자를 강령주문(降靈呪文)이라 하고, 나머지 13자를 본주문(本呪文)이라고 한다.<한민족문화대백과 [삼칠주(三七呪)] 참조>

* 1861년(철종 2년) 최제우의 스승 이운규(李雲奎, 출생 및 사망년도 미상)가 “이 주문을 통해 선도(仙道)의 전통을 계승하라”는 소임과 함께 최제우에게 삼칠주를 알려주었다는 말도 있다.

 

 

여기서는 강령주문(降靈呪文) “지기금지 원위대강(至氣今至 願爲大降)”만 다루겠다.

 

이 강령주문은 “우주 만물을 주관하는 신령하고 조화로운 기운이여, 이제 저에게 크게 내려와 주시기를 청하옵니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수행자가 하늘과 통하고자 하는 정성스런 마음으로 기도를 올릴 때의 마음, 기독교인이 성령이 내리기를 바라며 신에게 간절히 기도할 때의 마음이 이런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우주 만물을 주관하는 신령하고 조화로운 기운’이 바로 ‘지기(至氣)’이다.

 

의식이 작은 나에서 큰 나로 진화하려면 처음에는 큰 기운을 받아야 한다. 큰 기운을 밖에서 찾는 것이다. 그런데 수행을 계속 하다 보면 ‘아! 지기와 나는 이미 하나였구나…’, ‘이것을 깨달은 사람 모두가 하느님(인내천, 人乃天)이구나!’ 하고 깨우치게 된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한 번 깨달았다고 해도 금세 먹고 사는 문제, 가족 문제, 인간 관계에서 오는 희로애락에 빠져서 자기의 참 가치(인내천)를 자꾸 잊어버리니까 삼칠주 같은 주문을 외우게 하는 것이다. 주문을 외우는 행위 자체로 수행하는 습관이 생기고, 주문에 실려 있는 에너지가 몸과 마음을 정화시켜 준다. 종교인들이 종교에서 추구하는 정신을 생활 속에서 일깨우기 위해 경전의 구절을 중얼거리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아무튼 천도교의 ‘지기(至氣)’는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다.

 

 

『환단고기』의 「삼성기」가 비서(祕書)로 전해져 최제우 선생까지 그 영향을 받았다고 보아야 할지, 삼칠주(三七呪)가 나온 뒤에 「삼성기」가 창작된 것(위서)인지는 알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환단고기』 「삼성기」가 신라 시대에 썼다는 고조선 시대 이전(환국 시대)의 기록이고, 천도교는 구한말에 나왔으므로 “고조선 시대의 관직 삼랑(三郎)과 연관이 있는 삼시랑(三侍郞)이 부렸던 주술적인 기가 ‘운기(運氣)’와 ‘지기(至氣)’이고, 이 운기와 지기가 합기(合氣)의 효시”라고 했던 Hapkido 측의 자료는 『환단고기쪽을 인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할 뿐이다*.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어 매우 답답하다.

 

정보가 상당히 제한적이긴 하지만 ‘운기(運氣)’와 ‘지기(至氣)’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운기(運氣)와 지기(至氣)가 합기(合氣)의 효시’라는 말. 어떻게 생각하는가.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