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합기도 단체의 의문수 – 운기(運氣)와 지기(至氣)가 합기(合氣)의 효시? (1)

* 의문수 : 바둑용어. 일반적인 예상에서 빗나가 필연성이나 의도를 알 수 없는 수. 정수로 보기도 어렵고, 악수나 완착 등과도 정도의 차이가 있어 검토를 요하는 수. 보통 ‘의문’이라는 말로 약칭되기도 한다. <서림문화사 바둑용어사전 인용>

 

 

의문의 이 글을 읽으면서 시작되었다. 앞선 칼럼 「사이비 합기도 단체의 무리수 – “이 삼랑(三郞)이 그 삼랑(三郞) 아니라고?”」에도 소개했던 네이버 스포츠 백과(링크)의 일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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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 시대에 삼시랑(三侍郞)이 부렸던 주술적인 기(氣), 즉 운기(運氣)와 지기(至氣)가 합기(合氣)의 효시가 되었다.”는 문구*를 처음 읽었을 때 곧바로 몇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 같은 Hapkido라도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체육학대사전, 두산백과에는 나오지 않는 말이다.

① “삼시랑이 주술적인 기를 부렸다”는 말은 어디에 나오는가.

② 그리고 ‘삼시랑이 부린 그 기운이 운기와 지기’라는 말은 어디에 나오는가.

③ ‘운기와 지기가 곧 합기의 효시’라는 말은 누가 처음 시작했는가.

 

사이비 합기도(이하 Hapkido) 단체가 위서(僞書) 논란 때문에 자료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환단고기』를 근거 삼아 “신라삼랑원의광의 삼랑은 고조선의 관직 명칭에서 유래했다.”고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은 다른 글에서 밝힌 바 있다.

* Hapkido 측에서 역사, 원리를 소개하는 글의 상당 부분이 『환단고기』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환단고기』에는 삼랑이 삼시랑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거기까지. “삼시랑이 주술적인 기를 부렸다”는 표현은 『환단고기』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니까 삼시랑이 주술적인 기를 부렸고, 그 기가 운기와 지기였다는 내용은 Hapkido 측에서 다른 상고사 자료를 인용했거나 혹은 지어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은 지금도 계속 조사하고 있다. 물론 『환단고기』 말고 다른 상고사 자료에 ‘삼시랑’이 등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지식이나 자료 검색 능력의 한계 때문인지 아직까지 관직명 ‘삼시랑’을 언급한 다른 자료를 찾지 못했다.

 

혹시 Hapkido 측에서 발간한 교본이나 이론서에 ‘삼시랑’, ‘운기와 지기가 합기의 효시’라는 내용이 나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국립중앙도서관을 방문해 자료를 열람했지만 여기서도 의미 있는 문장은 발견할 수 없었다.

 

* 국립중앙도서관에는 Akido와 Hakido를 포함해 合氣道 관련 자료가 많이 보관돼 있다. 국회도서관보다도 많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1962년에 김정윤 선생이 쓴 『합기술(구미서관)』부터 시작해 2015년에 발행된 『합기도 백과사전(박동윤 저, 동문출판기획)』까지 20여 종의 Hapkido 서적을 살펴보았지만 허사였다.

 

* 여기서 모든 독자께 도움을 요청한다. “삼시랑이 주술적인 기를 부렸다.”, “삼시랑이 부린 기운이 운기요 지기였다.”, “운기와 지기가 합기의 효시이다.”라는 내용을 담은 원문 기록을 발견하면 제보를 해 주시기 바란다. 아래 댓글 칸에 해당 자료의 제목이나 인터넷 주소를 남겨 주시면 찾아서 조사하고, 글에 반영하겠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있는 것이 Hapkido 관련 서적의 전부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에 위 ①번과 ②번 질문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기로 했다. 그러나, ③번은 그 자체로 문제 삼기에 충분하다.

 

이번 글에서는 “운기(運氣)와 지기(至氣)가 곧 합기(合氣)의 효시가 되었다.”는 말 속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주로 ‘지기(至氣)’를 다루게 될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