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슘

defiler_by_mr__jack-d1vsj3w

컨슘

2016년 5월 12일 808회 수련일지

 

여기는 춘천이다. 작은 도시이다.
우리집은 그 작은 도시의 작은 동네에 있다.

그 손바닥만한 동네에 지금 현재 원룸 건물이 열채 이상 신축중이다.

 

11133853_839148816159382_8228627407117020652_n

동네 사랑방이던 백년된 은행나무를 베어내고 신축된 못생긴 원룸건물. 매년 열채이상 지어진다. 공실률 100%를 기원했다.

노인 인구가 비약적으로 높은 비율의 이 도시에서 원룸이 우후죽순 지어지는 이유는 한가지다.
그 노인 인구의 많은 사람들이 나는 건물주로 먹고 살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나도 안다.

이미 초등학교 학생들의 미래 희망이 건물주인 국가에서 이러한 현상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고도 이야기한다. 가장 약한자가 잡아먹힌다는 사실은 이미 기정사실 아니겠어.

못 배우고 가난한 사람들은 높은 월세와 함께 주기적인 이사비용에 시달린다.
고위 공직자들과 재벌. 고위 공무원들은 퇴직 후에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월세를 받아 재산을 불려 나간다.

사람을 먹이로 보고 돈으로 본다. 기업은 직장인들을 갈아넣어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려 하고, 국가는 가난한 직장인이 많아야만 세수가 확보된다.

대한민국 요즘 다 이렇게 돌아가잖아? 반론을 제기해 보시지.

심지어는 이제는 개천에서 용 나는 시기도 끝났다.
더 이상 학벌로 인한 계층이동이 불가능한 사회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젠 뭐 대학 어디 나왔냐가 중요한 시기도 지나가고 있고,
조만간 교육시장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6&no=318225

지금까지의 높은 교육열은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내 자식은 개천의 용으로 만들겠다고 하는 서민들의 바램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개천에서 용 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진 지금.

용이 나기는 커녕 무슨 일만 있으면 금수저들이 똥개천 출신들만 쥐어짜서 국가를 사회를 회사를 유지하려고 드는 요즘 시국이 아니던가.

이윤이 나면 재벌총수와 소위 사회 지도층 인사의 호주머니로.

손실이 나면 세금에서.

젊은이들의 한숨 섞인 체념과 5포 세대의 절망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오늘도 정치가들은 경제동력을 이야기하고 노인네들은 원룸을 지어댄다.

폐지 줍는 노인이 몇백만명이 되든 말든 나만 불로소득 받으면서 잘 먹고 살면 그만이다 이거라고. 그러한 강렬한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면서 먹이로 쓸 젊은이들이 왜 자꾸 줄고 있느냐며 허공치는 출산률을 이야기하고 있다.

살기 힘든 것은 너희들이 노오력을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는 얄팍한 사유도 곁들인다.

가장 약한 자가 잡아먹힌다.

조선시대 이후로 한번도 부정부패는 청산된 적이 없고,

천문학적인 방산비리는 누군가의 생계비리로 포장되고 있다.

http://www.viewsnnews.com/article?q=121890

아마도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유교 문화권의 우리나라는 한자를 통해 서민들의 정보 접근성이 극히 제한되었고 이러한 사대주의 사상은 한글이 나왔을 때도 얼마나 천대받았는가.

그래서 성적순으로 혜택을 차별하는 전통은 대한민국에서 악습이 아니었다.

돈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오히려 미풍양속과 예절의 카테고리에 들어갔다.

평생 그렇게 먹느냐 먹히느냐의 세상에서 살다 보니 도장에 나와서도 경쟁이다.
늘 이기고 지는 게임이 있고 순위가 매겨졌다.
어렸을 때 부모가 자식을 태권도장에 보내는 이유도
먹잇감이 되지 말라는 뜻으로 보내는 것이니까.

아이키도를 처음 하는 사람은 당황한다. 사실 중년의 나이에 처음 도장이라는 곳을 찾아오려는 사람은,
보통은 살벌한 분위기를 상상하기 때문에, 생과 사를 가늠하는 무력의 각축장인 도장의 분위기가 가히 이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그리고 지레 겁먹은 식으로  ‘내 나이에 이제와서 무슨…’ 하고 그냥 쓸쓸히 여가를 술과 텔레비전으로 보내려고 하기도 한다.
술자리에서도 누가 더 많이 마시냐는 경쟁에서 과히 자유로운 것 같지 않지만.

하지만 아이키도 수련을 시작한 후에는 금방 깨닫게 된다.
아이키도는 우케를 통해 내 기술이 표현되는 무도이고,
상대가 실력이 좋을수록 내 수준이 함께 올라간다는 것을.

심지어 파트너가 수련에 나오지 않으면 내 실력향샹 스케줄에도 치명적이다. 그래서 어느수준 이상이 지나면 자신의 우케를 받아 줄 파트너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자동으로 상대를 존중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시너지가 발생한다.
기술을 받고 기술을 표현하는 관계가 짜여지고 그 관계 속에서 마치 회오리처럼 실력이 상승한다.
파트너를 이겨서 내 기술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파트너의 성장이 내 성장에 가속도를 붙이기 때문이다.

20160227_183412

아이러니하게도,
무도를 통한 이러한 사회성은 대한민국에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성격의 커뮤니티이다.

그래서 아이키도가 아니었으면 이런 성격의 교류를 평생동안 전혀 가져보지 못했을 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아이키도의 교류는 매우 신선하고 충격적일 지도 모르겠다.

그래. 솔직히 이야기하면 지금까지 대한민국에 없었던 분위기일지도 모른다.
순위의 경쟁이 아니라 패자를 만들지 않고 모두가 승자가 된다는 내용은 대한민국에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울리긴 커녕 이해시키는 것도 불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아이키도가 지금 가장 필요한 국가는 바로 이 대한민국이라고 확신한다.